네 방을 보여줘:이태원동 X감독의 집

이태원은 산이다. 남산이다. 남산위에 다닥다닥 붙어서 집을 짓고 울창한 나무대신 울창한 건물숲이 된 것이 이태원동이다. 걷다보면 108계단이 여지없이 나타나고 살벌한 경사길, 언덕을 넘어야한다. 등산하러 온 것도 아닌데…

2010.05

X네 집 가는 길, 언덕….계단 또 계단, 계단, 중간에 텃밭, 또 계단,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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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3층/3층
규모 : 방2, 주방, 욕실
전세 : 5000만원
입주자 :  사람1인(30대 미술감독) + 순이(고양이 )

미술감독이라 그런지 잡동사니가 엄청 많다. 구석구석…. 소품으로 쓰던 것, 소품으로 쓸 일이 있을까봐 주워 온 것, 소품으로 쓸까봐 못 버리는 것….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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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몇개지? / 원래 방에 2개 였습니다. 그러나 벽을 터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 삐뚤어진 구조

맘에 안 들었던 것은? / 방이 막혀있었던 것, 그래서 텄지.

거주기간? / 2년

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 조용함, 아늑함

이 집의 특징은? / 반은 지하, 반은 3층. 뒤는 지하야.

거기가 대략 몇평이었지? / 찌그러져서 그렇지 그 샌드위치합판 그 공간까지해서 20평이 좀 넘었었어.

진짜 넓다. / 숨은 공간이 되게 많았어. 그런데 좀 죽은공간이 많지. 사실은. 나 혼자사니까 그 공간을 그냥 책장 놓고 활용을 했지. 사실은 좋은 구조는 아니야. 죽은 공간이 많아서. 이쪽은 완전히 지하공간인데.

내가 쓰고 있는 공간이 대략 10평정도 되는데 / 아. 네 께? 부엌까지 합해서? 표기된 거는 20평 넘었었어. 앞에 공간까지. 너네도 꽤 넓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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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뭐 작업 같은 거 했었어? / 여기서 뭐 칠하기도 하고, 이런거 갖다 놓고 뭐 밥도 먹기도 하고

아 진짜?  / 나름 분위기 바꿔본다고. 하하 아… 이때가 좋았는데. 아.. 뭐가 많다 진짜. 하하하하.. 지금은 이 집에 살면 이렇게 안 살텐데…하하. 뻥뻥!해놓고 살텐데. 이 공간도 훌륭하고…온실공간, 식물 되게 잘 자랐잖아. 지금은 이렇게 안 써. 비워놓고 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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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와서 고친 것은? / 벽을 뚫은 것. 페인트 칠

여기는 그냥 사무실 처럼 쓸려고 한거지? / 으응… 작업실 개념, 사람들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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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고 싶었던 것은? / 창문을 투명한 것으로 하고 싶었어. 이중창이었는데 하나는 불투명이여서..그걸 투명으로 바꾸고 싶었는데 돈들까봐 안했어.

난 동굴같은 집이 안정을 찾는 것 같해. 이런….식으로

동굴? / 약간 이런  쌓여있는. 떠 있는데가  불안해

얘도 뭐 동굴같은 느낌은 안 들었어. /이거? 앞이 트여있어서?

앞이 확 트여있어서. 전망도 좋고 / 최고였지 뭐. 그래도 안정감이 있잖아.

공간을 꾸미면서 가장 신경 쓴 것? / 조명…왜냐면 반이 지하였잖아. 안쪽에 죽어있는 공간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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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이 집이 참 좋긴 좋다. / 좋아~딱이였어.

여기 베란다도 있었어? / 쪼끔.

훌륭하다. / 그럼.. 그 집만한 집이 없다니까. 이 때까지는 내가 집 운이 있었거든. 이날 처음 온 날 딱 본거였거든. 딱 그때 딱 5000밖에 없었거든, 보자마자 그냥 고것만 뜯으면 되겠다 해서 허락받고 그냥 계약해버린 거지. 진짜 좋지. 사실 내짐들이 두군데 나눠져있는게 여기 다 들어가 있던거니까, 여기저기. 최고였지. 혼자 살긴 딱 좋은 것 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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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도 찍어 놓을래? 청소해놓을께(?)

하하하 있는 그대로 찍어야지. / 그럼 쓰레기 집인데. 내 사회적 지위와… 나랑 안 놀걸, 지금 그대로 찍으면. 지금 집도 좀 찍어 놓긴 해야지.

아 너무 시끄러 나쁜 공간은 아닌데, 뭔가 안정이 안 되니까. 이사가기 전에 여기서 파티해야지. 아까워서 안 되겠어. 남산을 보면서 삼계탕이라도 끓여먹어야지.

우리집은 좀 좁고. / 너 네집은 그래도 마당이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해.

우리집에서 작업까지 하기에는 좀 좁아. 살기에는 적당한데, 여기는 작업하기에도 괜찮은 것 같해. /애들이 두명 들어오면 꽉차긴하지 사실.

우리집 옆에, 할머니네 집은 셋방 없나? / 다 나갔지. / 건물 몇개 있으셔?

거기 허름한 집, 맨 앞에 것만 빼 놓고 다 할머니네 집이야. 세챈가 네채가 다 거기 할머니네 집이야. 그런데 다 너무 옛날 집이라서.

너네 집처럼 된 그런뷰는 없잖아.

뷰는 우리집 쪽이 제일 나. / 화장실만 안에 있어도. 사실은.. 거기 어디 변기 못 놓나? 욕실 같은데. 그것만 있으면 완벽한데

그럼 그 가격에 못 있지. / 그렇지 그렇긴 하지. 옆방 안 나가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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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주인은 딸이 들어와 살기로 했다며 X감독 계약을 연장시켜주지 않았다. 전세값은 부쩍 뛰었고 결국 X는 월세집에서 살고 있는데, 찻길 옆이라 시끄럽다며 정을 못 붙이고 있는 중이다. 다시 이사준비를 하고 있다. 그나저나 내 주변 사람들의 전)집주인들은 다 자기 딸이 살거라며 나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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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 사실 다른 이유일지도 몰라요. 낯익고 아주약간 정든 사람에게 세 올린다는 말 하기 어려우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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