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매장

이게 뭔가 싶었다. 그냥 창고인 줄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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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짝의 문을 열면 선반에 가지런하게 진열된 구두들이 나타난다. 매대도 꺼내 펼치고, 그 위로 파라솔을 펼친다. 파라솔이 넘어질까봐 양쪽 물통에 밧줄로 당겨 묶어 고정한다. 바닥에 깔아놓은 낡은 카펫 위에서만 구두를 신어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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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를 정비한다고 간이매장을 다 철거해버리거나 똑같은 모양으로 통일시켜버리는 모습을 종종 본다.

자연생태계에서 종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듯이 도시에서도 삶의 다양성이 존중되어야한다. 콘크리트 사이에서 풀씨가 싹을 틔워 자라는 생명력에 감탄 하듯이 도시의 틈새에서 삶을 지켜나가는 사람들도 지지받을 수 있어야 한다.

획일적인 거리에서 보지 못하는 활기를 느낄 수 있다. 걷는 길이 넓어질수록 이런 간이 매대가 더 필요한 것 같다. 접촉과정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이 생략되니 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 같은 박자로 지나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박자의 흐름이 생긴다. 나 같은 사람은 이들의 다양한 구조방식들을 베껴서 어디다 써먹을까 궁리할 수도 있다. 이것저것 구경거리가 생겨 재밌다.

일반 건물에 있는 매장들처럼 길거리의 간이 매대도 법적보호가 없는 크고작은 보증금 거래가 있다. 어느 번화한 거리는 매대 1m에 월세가 200만원 가까이 되기도 한다. 보도를 점령해버려서 걷기 힘들 때도 있다. 장애가 되어 차와 사람이 뒤섞여 혼란한 일도 있다. 일부는 폭력조직의 힘으로 움직이는 험한 뒷모습이 있기도 하다. 쯧.

간이 매장에 대한 적정선에 대해서는 상황별로 많은 고민이 있어야 될 것 같다.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단순히 결정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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