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무속신앙

한강변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했던 적이 있었다. 두리번거리는 취미가 있다.  빡빡한 출근시간이 싫어서 최대한 여유있게 출근하려고 했다. 중간에 내려서 커피도 한잔 하고 구경도 하면서 출근했다. 매일 다녀도 한강변으로 빽빽하게 보이는 아파트는 봐도봐도 놀라웠다. 언제 이렇게 아파트가 생겼지… 참 많다.

하루는 엄마와 아들, 딸이 나와 한강 다리 밑에서 옷을 태우는 모습을 보았다. 일상복을 입고 있었지만 머리에 꽂은 하얀 핀은 상중임을 알게 해주었다. 망자의 옷을 태우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서울 도시 한복판에서 뭔가를 연기를 피우며 옷을 태우는 것도 놀라웠는데, 가족의 한을 날려보내는 의식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한강변에서 일어난다. 이 풍경은 머리 속에 바로 꽂혔다.

지나는 길 중간 중간에 나홀로 아주머니들이 앉아 있었다. 눈에 확띄지 않는 장소에 덩그런히 앉아서 뭔가를 하고 계셨다. 거의 매일 눈에 띄었다. 그녀들은 방울 같은 것을 조용히 흔들면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무속인이다.

“무속을 뜻하는 무(巫)라는 글자를 분석해보면 ‘工’과  ‘人人’으로 나누어진다. ‘工’은 다시 두개의 ‘一’과 ‘ㅣ’로 분리된다. 위 부분인  ‘一’은 하늘을 상징하고 밑 부분의  ‘一’은 대지를 상징한다. 또한 중간의 기둥은 하늘과 땅을 하나로 연결하는 상징이다. 따라서 무(巫)는 하늘과 땅을 잇는 기둥 양옆에 사람들이( ‘人人’)춤추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와 샤머니즘-한국적 환상과 리얼리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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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쯤에 한강변에서는 보기드물게 엄청 큰 나무가 보였다. 그곳에 사람의 손이 많이 가 있는 공간이 눈에 띄어 기웃거려봤다.

철망으로 팬스가 쳐져있는데 입구 앞에는 발판까지 깔려 있다. 밀폐된 장소도 아니고 여기도 바깥이고 저기도 바깥인데, 훤히 들여다보이는 팬스하나 쳐져 있을 뿐인데 나름 영역이라고 ‘어서오십시오’라는 발판까지 깔려있는 것이 재밌었다. 공공영역이지만 이곳엔 확실하게 그들의 영역이 있었다.

스쿠터에 짐을 잔뜩 싣고 온 한 아저씨가 이곳에 짐을 내렸다. 한 무속인이 수고비를 주고 과일과 음식을 꺼내 가지런히 놓고 기도준비를 했다. 스쿠터 아저씨는 이곳을 청소하던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사라졌다.

신이 깃들었을거라 생각되는 커다란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무속인들, 기도를 의뢰한 사람들, 장소를 관리하는 사람, 한강 바깥에서 물건을 날라주는 사람, 가끔 나 같은 구경꾼이 모인다.

500년이 넘은 고령의 느티나무에 깃든 신과  유구한 역사를 함께 해온 한강의 신들이 함께 있어 기도하기에 더 좋을 것 같다 생각을 해봄.

기도시간 : 오전 8시~오후10시

오후 10시 이전에는 모두 퇴장해주세요.

1. 징, 북소리는 많은 분들이 기도하시니 서로 예의를 갖추어 조용히 쳐주세요.

2. 음식물은 냄새가 나니 아무데나 버리지 마시고 관리하시는 분께 부탁해주세요.

3. 촛불은 촛불함에 켜세요. 컵초는 관리하시는 분께 말씀해 주세요.

불편한 점이 있으셔도 많은 분들이 찾으시는 곳이니 서로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막걸리 및 소주를 버리시면 나무가 죽으니 버리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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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도 무슨 일이 있으면 한강에서 감정을 푸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한강은 물이 지나는 길,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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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루시의 우리 무당 이야기

영화와 샤머니즘-한국적 환상과 리얼리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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