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홍대앞? 감 따던 동네, 서교동

사진. 2005년 10월 2일

걸어서 홍대까지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층간분리한 단독주택 2층에 친구와 함께 살았다. 홍대앞은 골목들이 잘 살아있어서 동네분위기가 참 좋은 곳이었다. 상점거리의 가게들도 아기자기한 편이었고, 조금만 걸어들어가면 조용한 주거지가 있고, 좁은 골목을 헤메다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실을 발견하곤 했다. 단골 카페나 술집에 가면 언제나 친구들이 있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재밌겠다 한마디에 프로젝트들을 만들기도 했다.

단독주택들이 모여있는 서교동 일대에는 감나무가 한두그루씩 있어서 가끔 이런 즐거운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사진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재밌는 생활풍경들을 볼 수 있었던 골목이 4년만에 다른 모습이 되었다. 주택을 개조해 상업공간이 들어섰는데 그 종류는 카페 옷가게 술집이다. 사실 이 동네를 떠난 것도, 홍대앞으로 놀러온 이들이 주택골목에 주차를 해놓고 놀다가 밤마다 뒤늦게 골목안에서 떠든다든지, 새로생긴 상업공간에서 나오는 소리가 골목을 울려대었기 때문이다. 저마다 테마를 가지고는 있다지만, 그저 비슷비슷한 공간이 늘어선 것도 지루하고, 쉴틈없이 소비하라고 시선을 잡아끌며 시끄러운 K-pop을 틀어대는 것도 정신이 없다.

내가 살던 집은 반지하층 주거임대, 1층 주인거주, 2층 주거임대 였다. 현재는 한층을 더 증축해서 주인이 3층으로 이사를 했고 나머지는 다 상업공간으로 임대를 주었다. 카페와 옷가게가 들어섰다.

이젠 홍대앞도 아닌 홍대앞주변이라기보다는 훨씬 더 주변부로 돌아다니게 된다. 홍대를 소개하는 동네 지도를 봐도 점점 더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중심부보다 임대료가 싼 곳으로 또는 좀 더 조용한 곳으로 참 잘도 찾아서 뭔가를 만들어 놓고 있다. 물론 아예 마포구를 떠나 정릉이나 성북동 이태원 등으로 빠져나간 사람들도 있다. 홍대 앞이 아무리 자본의 공격으로 상업화가 되었다고 욕을 해도 작업자들이 아직 모일 수 있는 것은 홍대 주변부의 대부분이 아파트단지가 아니라 작은 주택들이 모여서 된 동네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오래된 건물들이 아직 많은 상수동 망원동 연남동 연희동 성산동…..등등

또 한가지 홍대주변은 걷기가 좋다. 사람이 많은 중심거리를 피해서 돌아갈 수 있는 꼬불꼬불 골목길이 많고, 자전거 타고다니기도 좋다. 대부분 평지고 언덕도 애교스럽다. 아.. 이태원은 정말 산동네라서 가파른 언덕이 어찌나 많은지 동네탐사를 다니다보면 맞딱뜨리는 108계단때문에 등산하는 기분으로 숨이 턱까지 차서 돌아다녀야한다. 운동부족이기도 하겠지. 정확한 목적지와 경로가 서있지 않으면 자전거는 아예 들고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 산악자전거를 즐긴다면야…

아…우리집 근처 어딘가에 보컬지망생이 있는 지 마당에만 나와있으면 롹 발성 소리가 간혹 들린다. 가끔 들리는 괴성이 웃기다.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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