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아지트 @성미산

성미산은 안쓰러운 산이다. 밀도높은 주거지 사이에 작은 섬처럼 살고 있는데 그나마도 가로지르는 도로로인해 케익 자르듯 자라져 있고, 체육시설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사방팔방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는 너무 많다. 나무도 나무지만 사람도 살아야겠기에…. 사람들은 쌓인 독을 풀러 산에 오는 것 같다.

국립공원을 가도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은 건강하지 못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파른 길을 오를 때마다 손으로 잡고 기대다 보니 나무도 힘겨운가보다.

성미산은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홍익대학교와 주민들간의 치열한 싸움의 장소기도 했다. 텐트를 치고 밤낮을 지키기도 하고 기습 벌목을 하기도하고…. 여기저기 벌목된 나무들이 쌓여있기도하고 식목행사로 새로심은 묘목에는 가족의 이름표가 예쁜척 달려있다.

근처 추어탕집에서 점심을 먹고 숲해설하는 이와 어린이 목공교실을 여는 친구를 따라 성미산을 올랐다. 성미산에는 대부분 아카시아나무가 자라고 있다. 정말 듬성듬성 자라는 나무들 사이에서 본의아니게 꽃놀이를 하게 되었다. 이런 꽃나무는 몇그루 안 된다. 정상(?)에는 운동기구들과 벤치가 있는데 낮잠도 잤다. 두 친구가 여기저기 돌아보는 사이 나는 낮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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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목해서 사진을 찍어서 그렇지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조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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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된 아카시아 나무를 기둥으로 꽤 근사한 아지트가 있다. 스트리폼 방석이 쌓여있고, 달력, 거울, 시계…. 곳곳에 빗자루와 청소도구가 가지런히 있는 것처럼 주변은 나름 정리가 잘 되어있다. 구조물 역시 이 정도면 수준급이다.

너무 쓸고 닦아서 그런지 산속의 아지트라기보다는 성미산의 한 부분을 정복하신 것 같다.

입구는 오직 이 계단 뿐. 주변이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있는 양철깡통 화덕. 여기서 뭘 하셨는지 알 수 없다. 물어볼 사람이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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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평면 그림 : 주변은 계단식으로 경사를 잡아 흙이 무너지는 것을 잡았고, 아지트의 뒷면은 팬스와 급경사가 나머지면은 경사면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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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산에 올라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를 찾고, 나름의 장소를 만들어 놀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운 좋게도 초등학교근처에 괴상한 향나무를 발견했는데 사방이 다 가려지고 나뭇가지에 앉아있을 수도 있었다.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최대가 3명이었다. 적극적인 친구는 박스종이로 비밀기지를 만들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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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걸이의 걸이부분만 따로 떼다가 나무에 고정시켜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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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부속학교 공사 전 후

before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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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외 출입금지 : 당 부지는 홍익대학교 부속(초 중 고)학교 신축공사 현장으로서 무단 출입시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습니다. 부득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오니 이점 유의하시어 출입을 금지하시기 바라며 무단 출입시 어떠한 책임도 출입자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학교 신축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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