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 이곳은 할아버지께서 구두 수선을 하시는 곳입니다

일단 홍보부터,

구두, 가방, 우산 고칩니다.

위치: 경리단길 웰빙마트 옆 해방부동산 옆에 있어요.  대성약국 건너편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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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따듯했졌는데도 할아버지가 안 보이셨다. 혹시 아프신건가? 왜 안 나오시지? 바로 옆에 있는 해방부동산에 한번 물어보려고 들렀다. 오… 그런데 계신다. 한 아주머니로부터 우산수선을 의뢰 받고 계셨다. 왜 이렇게 늦게 나오셨냐고 물었더니 올해는 날씨가 늦도록 추워서 그랬단다.

“어디 아픈신가.. 했어요.”

“다른 사람들 다 그렇게 생각했을거야, 노인네 죽지나 않았나…”

캐비넷 안에는 우산과 우산살들이 잔뜩, 구두수선함과 재봉틀도 있다. 할아버지는 수십년동안 구두고치는 일을 하셨고, 일의 범위를 넓혀서 우산고치는 일까지 하신다. 우산에는 완전 전문가는 아니라고 하신다. 원래는 길건너 삼거리에서 일을 하시다가 몇년전에 이곳으로 옮겨오신 것. 부러진 우산살을 고치는 손이 떨려서 힘겨워보이시는데 무려 아흔살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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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세련돼서 고장나면 그냥 버리고 새거 사지. 이런거 안 고쳐..”

세련된 건 좋은 말 같은데, 그냥 버리고 새거 사는 건 나쁜 말 같은데,

음…… 한 문장으로 쓰니 재밌네. ‘너무 걱정하지마, 어차피 안 될거야’ 같은.

어르신은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니 가방고치는 재봉틀도 있으니, 사람들한테 홍보를 해달라신다. 아.. 사실 아직 뭔가를 고쳐보지 않아서 장담은 못 하겠는데, 할아버지 주변에 이렇게 모여계신 걸 보면! 그리고 이 동네에서 몇십년 일을 하셨다면..? ….!!!!!!!

참고로, 면레이스로 된 양산의 가격을 물으니 5,000원이라고 하셨음. 매일 우산 잃어버리는 친구에게 여기서 우산 사라고 해야겠다. 잃어버릴려면 이곳에서 잃어버리던가.

누가 이런 출력물을 만들어드렸는지… 예쁩니다.

‘이곳은 할아버지께서 구두 수선을 하시는 곳입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전신주 2개가 주축이 되어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냥 밋밋한 공간이었다면 쉽게 터를 잡지 못 했을 것이다. 한쪽은 캐비넷으로 막고, 나머지 2면은 나무문짝과 나무판으로 막아 또 다른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울퉁불퉁한 공간 일수록 점유하기 좋다. 새로운 것이 생겨도 눈에 확들어오지도 않고, 조용히 뭔가 만들기에 적소이다. 더군다나 최소의 노력으로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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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 시장길에 한 어르신이 운영하는 작은 전파사가 있다. 다들 안 고쳐준다던 내 보물-통인동의 오래된 전파사에서 건진 조명-을 청계천에서 센서까지 사다가 고쳐주셨다. 터치할 때마다 조명이 밝아지는, 센서를 다는 것이 좀 귀찮은 일이었는지 다들 똑딱이 스위치가 있는 전선을 연결해서 쓰라는 것이다. 나는 원형을 유지하고 싶어서 애쓰다가 결국 이 전파사에서 소원성취를 하게 되었는데, 너무너무너무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

이태원 근처는 삶의 모습이 굉장히 다양하다. 그 다양성은 대한민국 최고다. 더욱이 이런 가게들이 가까이 있어서 난 참 좋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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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워드프레스 뉴스레터의 단점 : 처음 퍼블리싱 할 당시의 글을 보냄. 포스트가 링크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 수정 된 것은 반영되지 않음. 앞으로는 퍼블리싱 전 신중해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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