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탐방3. 주거공간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이었다. 만들어야할 것도 많고, 사람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했다. 사람들은 노동을 위해서 서울로 모여들었고, 10대 소녀들도 여공으로 15시간 이상 일했다. 직원 기숙사가 만들어진 목적은 최대의 생산이었고, 시간이 돈이었다.

먼지날리는 미싱공장과 잠쫓는 주사기를 들고다니는 공장장, 위장취업한 노동운동가와 그를 쫓은 검은 사람들…. 전태일, 노동운동도 생각나고, 심지어 북한의 ‘천리마운동’도 생각난다. 내가 본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매체에서 알려준 그 시대의 그림들이 주르륵… 수없이 지나간다. 그들은 모두 잘 살고 있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잉여의 시대’가 되었다. 고된 노동의 댓가로 만들어진 ‘한강의 기적’ 따위는 이젠 없다. 물건도 남아돌고, 사람도 남아돈다. 형태는 다르게 나타났다. 한 예로, 공장들이 인건비가 싼 해외로 이전하면서 순식간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생겼다. 공장이 있던 마을 전체가 생존권 위협을 받고 주저앉는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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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근로여성임대아파트

여공들의 기숙사, 옆에는 세라믹인형 공장이 있었다.

설비소장님인터뷰: ‘기숙사들이 직장생활  아니여. 어렸을 때. 서울에 처음 와가지고 부터는 다들 먹고자고.. 먹여주고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서울직장생활을 기숙사부터 시작했다. 영화’자유부인’에서도 여자기숙사생할이 잠깐 보여지는데 생산을 위한 교육도 함께 이루어졌다.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갔는데 뭔가 이상하다. 뭔지 모르게 허전하고 너무 정갈한 것이 뭐가 빠졌다.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경비아저씨가 잡는다. 들어오면 안된단다. 아니 왜에?!!

‘경고문: 이 지역은 여성 근로자가 집단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입니다.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반시는 주거침입에 대한 형법 제319조 제1항에 의거 처벌을 받게 되오니 용무 있으신분은 사전 출입허가를 득한 후 출입을 하시기 바랍니다. 금천경찰서 가산파출소장 구로아파트 관리사무소장’

뒤 늦게 봤다. 경비가 삼엄하다. ㅡ.ㅡ 여성근로자 집단거주… 이런 말도 어색하고, 가족이 사는 곳이 아니라서 풍경에 생활이 묻어있지 않은 까닭에 정말 기숙사 분위기 난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근로여성전용 임대아파트이다. 근로여성임대아파트 안내를 보면 전용면적 33.6㎡ (10평)인 세대당 입주인원은 2명이고 큰방은 월 37,000원 작은방은 월 25,000원이다.  공과금은 별도지만, 가격이 참 착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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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을 위한 주거수준이 이런 기숙사 정도라도되면 좋겠지만 닭장집, 벌집, 쪽방이라고 불리는 집들이 있다.

얼핏보기엔 다른 집과 다를바 없지만 항상 열려있는 현관문 하나를 공유하는 수십개의 방이 있다. 늘어선 방마다 또다른 현관문이 있는 쪽방이다.

잘개쪼갠 방에서 잠만 자고, 10여가구가 함께 쓰는 공동화장실이 있다.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서 작은 방을 여러명이 함께 쓰기도 한다. 달라진 점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물론 내국인도 많다. 햇빛도 바람도 찾아오지 않는 좁은 방, 쪽방.

쪽방, 비닐하우스, 지하방, 옥탑방 등의 주거에 사는 사람들만 서울 인근에 150만명이 넘는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건설경기를 촉진하다보니 가난한 동네에서 허름한 집을 짓고 살던 사람들이 재개발 이후 다른 곳에서 세입자로 살게 되고, 원래 세입자로 살던 사람들은 노숙자가 되든가 더 열악한 주거를 찾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숙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쪽방, 비닐하우스, 지하방, 옥탑방 등의 주거에 사는 사람들만 서울 인근에 150만 명이 넘는다. 서울 인구가 1100만명인 것에 비춰보면 엄청난 숫자다.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현상인데 빈민주거의 변화라는 것은 단순히 빈민 삶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작동케 한 힘이나 구조를 들여다 보면 곧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를 볼 수 있고 그런 문제들이 응축돼 드러나는 것이 빈민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서울대신문사 홍성태 인터뷰 인용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4.6%에 그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짓는다고 하면 자기 자식들이 가난한 애들이랑 어울리는 게 싫다고 반대하고, 집값떨어진다고 반대하고. 집도 없고 자식도 없는 나는 알 수 없어.. 알 수 없어….

 

개천의 용은 멸종위기동물 1호란 말이 있다. 개천에서 용나기는 틀려먹은 시대라 학벌도 가난도 대물림댄단다.

슬럼가에서 태어나면 평생 그곳을 벗어나지 못 한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면서 연명하다가 감기에 걸려 죽는 동생과 친구를 보다가 부유층의 휘황찬란한 파티현장에서 눈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멘붕상태로 폭탄을 안고 뛰어드는 것이 먼 나라 테러의 한 장면이다. 그래서 슬럼은 위험지역이 되고, 격리되고… 물론 tv가 많이 보급된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다. tv로 학습되어 충격도 덜하고 테러만큼 반격도 크지 않다. 보이지 않게 조금씩 곪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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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는 타지역에 비해 아파트가 많지 않다. 대부분 공업지역이고, 소규모 주거지들로 이루어져있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단지규모가 크지 않고 외곽지역으로 분포되어있다. 교육문제, 과거 구로공단의 이미지 때문에 주거지로서 큰 매력을 못 느낀다.  지역 부동산 정보를 보면 디지털단지와 패션타운을 들먹이며 광고를 하는데, 디지털단지가 주거지역에 얼마나 큰 역활을 할 지는 잘 모르겠다. 자잘한 집들 보상문제를 다 해결하고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만큼 새로운 수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중심에 위치한 아파트는 두산위브아파트 정도인데 이곳은 삼립빵공장이있던 자리다. 빵굽는 시간엔 온 동네가 빵냄새로 그득했단다. 빵냄새나는 동네, 빵동네 매력적인 걸. 그 당시엔 먹고 싶은 마음에 괴로웠을 것도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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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천구 남문시장 근처에 작은 규모로 중국계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몇개의 간판이 중국어로 걸려있는 걸 보고 알 수 있다. 식품가게, 음식점, 헤어샵까지.

‘홍콩’ 가보진 않았지만 단어가 주는 어감이 재밌어서 ‘홍콩’ 그러면 뭐 야경이나 마천루가 생각나는 게 아니고 나는 ‘홍콩할매귀신’이나 ‘주성치’가 생각난다. 그러니 ‘홍콩헤어’란 말도 할매귀신이랑 겹치면서 재밌어서 웃음이 나온다. 좀 이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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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도 아니고 가정용전화기를 식품점 밖에 내 놓고 공용으로 쓰고 있다. 국제전화카드를 판매하면서 근처에 공중전화가 없으니 이런 풍경이 연출되는 것 같다. 선반에 툭 내놓은 전화기가 생소해서 한컷 찍었다.

 

이 곳은 나름 칸칸이 만들어서 전화기를 놓으니 살짝 공중전화 분위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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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단지가 생겼다고 해도 제조업이 많이 남아있는 구로구, 금천구에는 조선족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많다.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공장을 가지지 못한 기업들은 국내에서 인력을 충당해야한다. 학력 인플레에  3d 업종기피로 비어있는 자리를 채워주는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들이다.

어느샌가 지역마다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외국인 거주지역이 생겨났다. 이러저러한 나쁜 이유를 몽땅 그들에게 돌리면서 미워하고 무서워한다.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 그보다 경제적으로 열등한 존재에 대한 무시, 서구에서 만들어놓은 인종질서가 더 크겠다. 단적으로 생각해보자. 프랑스인들이 모여사는 서래마을은 좋아라하면서 왜?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싫다고 담쌓고 이주를 금지시킬 수도 없는 일인데 같이 살 궁리를 해야하지 않나?

 

맨날 가벼운 이야기만 하다가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뭔가 쓰려니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힘들다. 아하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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