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시퍼런 흔적

인권재단 ‘사람’은 ‘남산 안기부 터를 인권·평화 숲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박래군 ‘사람’ 상임이사는 “남산은 역사적 현장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미래다. 역사의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곳 남산 안기부 터에는 10개 건물이 있는데, 현재 서울시청 별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새 시청사가 완공되는 2012년 10월 이 건물은 비워질 예정이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3155

사진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0207.html

위 기사를 보고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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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서울시 푸른도시국에 자료얻을 것이 있어서 찾아갔다. 서울시청 남산별관에 있단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애매해서 택시를 탔는데 인적도 드물고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심지어 터널을 2개나 지나서 도착했는데 산으로 둘러쌓인 참 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역시 푸른도시국 답게 산기슭 공기좋은 곳에 위치했나 싶기도 하고… 차갑고 음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떨칠 수 없어 이건 뭐지? 생각했는데 남산 안기부…? 가 떠올랐고 ‘효자동이발소’도 떠올랐다. 이 곳이….? 확인해보니 맞았다.

특정한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을 때 공간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듯이한 적이 있었다. 주제가 뭐였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 건물만 봐서는 원래 목적이 지워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개개인의 성격과 취향이 드러나지 않는 관공서 건물로는 더더욱 기존 목적은 뚜렷하게 남아있다.  터널에 색색깔 페인트로 덧칠을 해도 햇빛은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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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안기부자리라고 해서 ‘전설의 고향’같은 ‘한예종 괴담’ 이야기들이 오간다. 정문을 지나는 택시운전기사 아저씨들이 정문을 지나면서 꼭 한마디씩 하신다. ‘어유… 이곳은 살떨려서… 여기가 그 안기부자리 아니예요…’ 마치 귀신이 자주 등장하는 산골짜기를 지나는 행인처럼. 지금은 택시운전을 하지만 그 당시 이곳에서 경비일을 했던 아저씨도 만났다. 미술원 친구에게 ‘꺽기귀신’ 이야기를 들었다. 건물 내부에서 꺽어지는 모서리마다 나타나는 귀신에 대해서. 한 친구는 검색결과로 뜬 한 트위터에서 안기부 지하4층에 있다던 ‘인간믹서기’ 설을 보고 깔깔대고 웃다가… 설마.. 진짜? ㅡ.ㅡ 그런다.

의릉, 안기부,국방대학원,한예종: 의릉과 안기부의 기묘한 동거  http://blog.daum.net/jha7791/15790831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안기부의 복수 http://news.knua.ac.kr/news/articleView.html?idxno=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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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x세대라서 ‘안기부’는 영화로 접했고 윗선배들로 부터 주워들은 이야기가 전부다. 그래도 그 시퍼런 두려움과 공포는 가지고 있다. 서대문형무소가 역사관으로 바뀌고 얼마 되지 않아서 찾아갔었다. 우연히 학생운동하시던 분이 대학생정도 되어보이는 청년들을 데리고 투어를 하고 있었다. 고문장면들을 마네킹으로 연출시켜놓았는데 마네킹은 일본군과 한국독립운동가들로 꾸며놓았다. 그 분은 학생운동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 끌러와 고문 받았던 기억을 이야기하며 일제강점기보다 군사독재시절에 끌려온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역사의 한 부분만 보여주는 것도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고문의 기본은 바깥세상과 격리된 공간에서 인간성말살…..어쩌고… 끔찍했는데, 옛날 이야기보다 더 끔찍했던 것은 고문에 사용된 도구들 옆에 고문방법을 설명해놓은 안내서. “보는 것만으로 무서워? 역사는 더 잔인했다.” 문구가 머리에 박힌다.

초딩때부터 이승복의 입을 찢어버리는 19금 반공영화를 보고 반공포스터를 그리며 공포와 증오를 배웠다. 아.. 똘이장군에서는 김일성이 돼지괴물로 나오고 북한군은 늑대로 나왔었는데, 토요일 학교 청소시간에 ‘김일성 사망’ 소식은 내 인생 손에 꼽히는 뉴스 중 하나다. 그러다가 이승복이 실존인물이 아니었다는 조작설이 불거지고(조작이 아니라는 법원판결이 났지만), 평화의 땜 사기극이니 간첩단 조작이니… ‘국가가 나를 속이는 구나, 믿을게 하나 없네…?’ 생각했다. 내게는 ‘국가보안법’이라는 단어도 ‘안기부’라는 단어와 유사한 공포를 일으킨다. 캄보디아를 다룬 다큐를 보았는데 그 곳사람들은 ‘킬링필드’로 유명한 크메르루즈 정권 때의 학살에 대한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었다. 고(故) 김근태의원이나 지금도 고문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그리고 안기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고 있다. 트라우마는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시대의 중심을 피해 태어난 것을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하며. 아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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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우~~~ 한예종 영상원 지하 편집실에 용도가 불분명한 ‘별실’이 있었더랬죠. 참 음하고 습했더랬죠. 편집하고 있으면 별실에서 누군가 바라보는듯 등골이 서들했드랬죠.

    • 구관 지하. 나이들어 그런지 몰라도 뼈속까지 싸늘하니, 식품저장고하면 딱 좋겠던데요. 편집도하시고 담력도 키우셨군요. 1석 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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