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부촌 한남동의 경비초소들

이태원 한남동 보광동… 정처없이 골목산책한답시고 돌아다니다보면 난데없이 108계단이 나타나곤한다. 유턴해서 돌아가거나 저 계단을 넘어야하는 상황. 그것도 걷다가 지칠때쯤 나타나면 정말 난감하다. 그래서 등산하는 기분으로 산책을 하다보니 내 머릿속에 이 동네는 산이다.

부촌들을 보면 평창동, 성북동, 한남동… 모두 산자락 언덕에 위치해있어서 급경사지에 집을 짓다보니 그런지 옹벽이 장난 아니시다.  도로와 마당(대지)의 높이차이가 11M이상 차이나는 곳도 있다.

이 풍경은 정말 성채같다. 여긴 극단적인 상황이고, 보통은 도로면을 주차장입구로 사용하는 형태를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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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부촌으로 공인된 서울 한남동.

남산과 한강을 배산임수로하는 풍수지리상 명당/ 육군본부가 용산에 있을 때부터 군부정권모임, 재계정계 권력자들이 모임/ 외국 대사관, 영사관이 모여 있음…등등의 이유로 부촌이 됨.

삼성가의 집성촌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뭐 LG, 현대 사람들도 있단다. 이 동네가 신기한 것 중의 하나는 부잣집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50M 정도만 걸어가도  달동네 풍경이 나오는 것. 한국 최고의 재벌들이 몰려 사는 동네이면서 서울에서 생활보호대상자가 가장 많은 지역, 한국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큰 동네, 나이든 트랜스젠더 창녀부터 이건희회장까지 모여사는 동네. 다양한 인종.. 한국에서 제일 복잡다양한 동네일 거다.

한남동 부촌과 건너편 보광동의 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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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부자동네에서 50M 쯤 떨어져 사는 덕에 산책을 가거나 이태원 번화가를 가거나 이 동네를 자주 지나다닌다. 이태원로로 다니면 사람이 너무 많고 차도 밀려서 하야트호텔 부근의 이 동네로 좀 돌아가면 편하다. 처음 이사와서는 적응이 안 됐다. 굉장히 높은 담들 사이에 사람도 없고 가끔 차만 지나다니는 정도로 횡한 길을 걸을려니… 난 안 보이는데  CCTV는 날 보고 있고. 사진찍는 것도 조심하게 된다. 은근한 압박의 아우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가끔 손도 흔든다.

휑휑~~하다. 그 사이에서 익숙한 형태의 경비초소들이 드문드문 나타난다. 이 동네에서 제일 친숙한 것이 휴먼스케일의 경비초소다. 휴먼스케일… 하하.. 쓰고나니 웃기네. 정말 유일한 휴먼스케일의 구조물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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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샷시로 만든 박스형태건물에 나무판자를 얹고 비닐장판을 덮은데다가 시멘트브로크로 눌러놨다. 엄청부자 사람들이 사는 동네의 경비초소는 좀 달라야할 것 같았는데…  그냥 그랬다.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초소근무수칙이 붙어있었는데 그 밑에는 ‘이태원외인주택관리사무소 소장 XXX’라고 써있었다.

공포의 외인구단도 아니고 왜 ‘외인’인가. 외국인을 말한다. 고로 외국인들을 위한 서구식 주택을 외인주택이라 칭했다. 이 지역에 외인들이 많이 살았고 이태원과 한남동에 외인주택단지를 만들면서 그 이름이 아직도 사용되는 것이다. 지금도 대사관관련건물도 많고 외국인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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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이후 건축가들에 의해 제안되고 일부 상류층에 의해 건축되었던 서구식 주거양식은 1950년대 UN군 및 외국 원조기관 근무자 가족용으로 정부가 긴급 건설토록 한 외인주택에서 그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이후 한국의 주택계획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56-1957년에 중앙난방방식의 1층 단독주택 및 2층 연립주택으로 건설된 이태원 외인주택은 거실 및 식사실, 입식부엌, 다용도실(유틸리티룸), 식모방 등을 갖추고 2-3개의 침실을 거실 영역과 분리하여 집중형으로 구성하는 전형적인 서구적 주거공간형식으로 설계되었다. 뒤이어 1960년에 1층 단독주택으로 건설된 한남외인주택 역시 유사한 구성방식을 취하였다.

이들 외인주택에서 구현된 서구식 주거공간은 이후 주택설계가 서구식 거실공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외인주택 1956(좌),  한남동 외인주택1960(우)

http://huri.jugong.co.kr/research/pds_read.asp?id=76&page=&keytype1=&keytype=&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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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집처럼 회오리로 날아온 건물 같다. 생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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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엔 약 17개 정도의 경비초소가 있는데 이 초소들은 이 지역 사람들의 공동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다. 리움미술관쪽 입구엔 사설경비업체 세콤지점이 있고, 세콤같은 경비장치는 집마다 다 되어있다. 그리고 좀 더 규모있는 집들은 내부에 상시경비들이 또 있다. 게이트, 차단기, 담장, 경비원, 적외선 센서, 상황실 움직임 탐지기 등…

폐쇄공동체, 벙커건축, 요새도시, 정화된 공동체, 판옵티콘, 탐지경관, 배제의 공간… 이런 동네를 칭할 때 쓰는 말들이다.

폐쇄공동체(gated community): 위험하고 불쾌한 사회집단을 배척하기 위해 방벽, 울타리, 관문, 사설경비원 등을 갖추고 있는 폐쇄적인 주거지역을 지칭. 

벙커건축(Bunker architecture): 특정한 사회 구성원들을 (일반적으로 혐오스럽다거나 부유층을 위협한다고 간주한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배제하기 위해 계획된 건물

탐지경관(scanscape) : 바람직하지 않다고 간주되는 집단을 도시 내 특정 구역에서 배제하는 데에 이용됨. 마이크 데이비스가 로스엔젤레스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자감시 전략을 기술하면서 사용한 용어

판옵티콘(panopticon): 19세기에 제레미 벤담은 중앙탑을 통해 수감자를 항상적인 감시 상태에 두는 감옥 모형을 계획했는데, 이러한 감옥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용어임.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을 조사하고 통제하는 과정을 지칭하는 데에 이용되는 개념. 

용어 참조: 도시사회지리학의 이해  | Paul Knox, Steven Pinch (지은이) | 박경환, 정현주, 류연택, 이용균 (옮긴이) | 시그마프레스 | 2012

이 초소는 드물게 나무패널마감이 되어있다. 이 근처 사는 모 회장님댁에서 해줬다고 한다. 신경 좀 써주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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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초소인데도 덩쿨식물이 지붕을 덮은 것만으로도 이렇게 다른 모습. 조경의 중요성. 담벼락에 가지런히 걸린 빗자루, 청소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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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접이식 펜스가 초소 안쪽으로 접혀 들어가는데 그 공간은 책상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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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 가능한 장소에 위치한 초소.  이곳도 전면을 피해 측면에 청소도구들이 가지런히 걸려있다. 심지어 나무에 거울도 걸려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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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주택의 경비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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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초소 형태는 남산의 자유센터건물을 연상시킨다. 민간에서 만든 것 같진 않고 60-70년 쯤 만들어진 것같다. 택시운전기사분의 말로는 헌병초소였다는데 그 당시에는 남산자체에 자유롭게 드나들기 힘들었던 때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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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빵터진 고전적 수법,  ‘맹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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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서 제일 예쁜 길. 횡하고 쌩한 길만 보다가 바깥길에도 이렇게 나무를 심고, 화단을 가꾸다니… 감동. 막다른 길이라 자주 가게 되진 않지만 누구네 집 앞인지 참 잘했어요.

나무들로 가려진 좌측에 작고 아담한 문이 있는데 동시에 많은 감시장치들과 마주하게 된다. 아~~ 예쁘다.. 하고 가다가 헉~! 하게 된다. 다른 길들도 이러면 참 좋겠지만 그러면 인터넷패션쇼핑몰하는 사람들과 사진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맨날 카메라들고 찾아와서 찰칵찰칵 소리가 소음이 될 정도로 찍어댈 것이다. 그러면 신경쓰여서 귀찮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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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가 사는 연희동도 나름 사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친구부모님이 연희동에 사신다. 어느날 그 집에 도둑이 들었다. 다행히 도둑을 잡았고, 집안에 침입한 경로를 추궁하니 경비초소를 밟고 올라가 담을 넘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그 경비초소를 치워버렸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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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주택관리사무소…를 검색엔진에서 찾아다니다가 발견했다.

한남동 단독주택

USD $ : 13,000 (Monthly)
EUR € : 8,667.00
월임대(₩) : 13,000,000

Floor : 95 py 314 ㎡  /  Land : 191 py 630 ㎡

http://www.orientrealty.com/

이상하다. 130만원? 이런 집이 130만원이면 너무싼데.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 천삼백만원! 전세도 아니고 가만있어보자. monthly는 매달..월세인데 천삼백만원… 오… 내 생활형편상의 상식을 뛰어넘는 액수다보니. 접수하는데 이래저래 시간이 좀 걸렸다. 우리들 사이에선 억대연봉도 돈 잘번다고 그러는데 13,000,000원의 월세를 낼려면 매달 억대를 벌어야하는 거지. ㅡ.ㅡ

‘저긴 걍 돈이 없구, 거긴 술땜에 돈이 없구, 너님은 집사느라 돈이 없구, 모교수는 자식 유학보내느라 돈이 없구, 저사장은 요트사느라 돈이 없구, 모회장은 개인리조트 만드느라 돈이 없구… 다 돈이 모자라.’ 그런거.

“외국 대사관저용이겠지.”

“아….”

그래서 다시 대사관저용으로 생각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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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촌’  http://blog.daum.net/jeek21/7751753  헤럴드경제 연재물 모음

[도시와 길] 이태원, 공존과 생존 사이  http://www.datanews.co.kr/site/datanews/DTWork.asp?itemIDT=1002602&aID=20101119152057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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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1. 링크된 부동산 사이트의 말도 안되는 렌트와 매매가를 보고 정신이 아득해지네요.
    http://historical-building.real-estates.cz/sale-1/brno-region-116/drnholec-584444/historical-buildings-sale-drnholec-brno-region-breclav-1546955.html
    여기 한번 보세요. 예전에 체코에 잠시 살 방을 구할려고 웹사이트를 뒤지다가
    부동산 사이트에 오래된 성들도 매물로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지요.
    가경은 나누기 25다음에 곱하기 1500을 하시면 한화로 대충 나옵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강남 아파트 살 돈이면 체코 성 2채는 살 수 있지요.ㅎㅎ
    하지만 내부 공사비와 유지비를 합친다면야 더 들 수는 있지만
    내가 강남 아파트 주인이라면 팔아버리고 여생을 고즈넉한 체코의 고성에서 지내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2. 요즘에는 저렇게 초소를 밖에 안두고 집 안 (주차장)같은 공간에 경비아저씨들 초소를 만들어둬요. 저렇게 초소 밖에 둔 집은 이제 안쓰거나 리모델링은 좀 오랫동안 안한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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