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에서 들리는 섹소폰 소리 그리고…

길을 지나는데 어라…. 공사장 근처에서 섹소폰 소리가 들린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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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차 운전좌석에 앉아 섹소폰을 연주하고 계신다. 좌석 옆에 섹소폰 보관함을 두고, 공사 중간 쉬는 시간에 연습을 하신단다.  지게차는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거니까 내내 움직이진 않는다.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하셔서 연습이 필요하다 하신다. 거친 공사장에서 이런 음악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 멋지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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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놓인 냉장고를 위한 방범장치 쇠사슬과 자물쇠, 나무판자와 함석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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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사러 근처 슈퍼에 들어갔다. 슈퍼 앞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물었다.

의자에 앉으면 딱 이 시선으로 슈퍼가 보인다.

슈퍼에 들어가선 몰랐는데 갑자기 한 여인이 슈퍼에서 나왔다.

단정하게 감아올린 은발이 인상적인 여인은 마른 몸에 블라우스와 하늘하늘한 양장바지를 입고, 낮은 굽의 힐을 신고 있었다.

문 앞에 서서 길고 얇은 담배를 하나 물었다. 우아하지만 단호한 모습이 보인다.

한대를 다 피고,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몇살이슈? 재는 여기다 털어요”

내 옆에 깡통재털이를 하나 놓고는 슈퍼앞 냉장고의 송송 맺혀있던 물방울들을 천천히 닦아 내렸다. 맑은 유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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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발이 안 되서 표현이 되었나 모르겠소만, 뭔가 신비한 느낌이었음.

그리고 보통 슈퍼아줌마나 할머니들은 슬리퍼나 운동화에 아주 편한 복장으로… 원래 그런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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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덜 깬 것도 있었는데 공사장에서 섹소폰 연주하는 아저씨와 함께 뭔가 비현실적인 순간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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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동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직접 만든 것 같은 손지갑에 눈에 띄었다. 손지갑 뿐이 아니었다. 가방도 직접 만들어서 파신다.

옷수선도 하시는데 30년 경력, 이 자리에서는 15년 동안 일을 하셨다고 한다.

벽에 붙어있는 배우 이대근 아저씨랑 찍은 사진도 보여주면서 단골이라며… 그런데 이대근 아저씨 안 본 사이에 나이드신 티가…

몇개 눈에 띄는 가방이 있었는데, 충동구매를 막기 위해 꾹꾹 누르다가 왔다. 옷

수선하러 가야겠다. 동네 구석구석에는 생각도 못한 장인들이…

@용산구 용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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