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건축1. 손가정 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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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600년 원토백이’, 정릉에 사는 밀양 손씨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른다. 정릉 토박이 밀양 손씨들은 정릉 3동 정릉시장 일대에 터를 잡고 살아왔다. 아직도 시제를 지내고 있다. 손가정은 손씨들이 많이 살았고 예전에 정자가 있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후기 기록에는 손가정을 물 맑고 경치 좋고 동쪽에서 제일가는 동네로 평가하였다. 김현경, 박성연, 이건욱(2008).도시민속조사보고서 03 정릉3동 민속지 : 변화 공감 소통.국립민속박물관,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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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정 노인회 건물은 정릉천 정비 당시 철거되었다. 사진은 2009년에 촬영되었다.

손가정노인회 건물은 하천공유지에 지어진 무허가 건물이다. 하천 바닥에서 제방까지의 높이는 약 2m가량이고 건물이 2m 가량 하천 밖으로 삐죽이 나와 교각 위에 지어졌다.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은 남겨놔야겠기에 길가 쪽으로는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고 하천 쪽으로 공간을 넓혀간 것이다.

1.2 m 내외의 좁은 골목길로 진입하면 손가정노인회 문패가 걸린 대문이 있고 마당을 거쳐 들어간다. 크게 2개의 건물을 쓰고 있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에 대문이 있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두건물 사이가 마당이 되는 구조다.

진입로는 비좁고 주변 주택들이 밀집되어있어 도로 쪽으로는 폐쇄적이지만, 동쪽 하천변으로는 시야가 트여있다. 더욱이 하천 건너편은 하천공유지로 비어있고, 지역주민이 텃밭을 가꾸고, 담쟁이나 야생풀이 자라고 있어서 경관이 좋은 편이다. 마당에서 보이는 풍경도 좋고, 내부에서도 하천변이 모두 창문으로 되어있어서 밀집된 도시 속에서 트인 풍경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마을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참 좋은 환경을 가진 공간이다. 정릉시장에서 가깝워 접근도 쉽고, 하천변으로 트인 경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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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건물이지만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었던 것도 아니고 동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건물이 사라진 것, 더욱이 생물로 치면 희귀종이자 멸종 위기의 건축이 사라진 것은 참 아쉽다. 이런 형태의 건축은 다시 생산되기 힘들다. 도시건축법이 공고해진 이후로 더 이상 하천을 점유하며 건축행위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청계천을 시작으로 구-지자체에서는 생태하천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은 접근이 가능한 수변공간 조성을 하면서 ‘무허가 건물 철거 및 정비- 생태블럭(콘크리트 화분)으로 만든 급경사의 제방, 산책길, 자전거길, 중간중간 물을 건널 수 있는 돌다리’는 공식처럼 사용되었다. 그 덕에 서울시의 하천은 어딜 가나 비슷한 풍경을 갖게 되었다. 공식처럼 만들어 놓은 뻥뻥 뚫린 횡한 길은 재미 없다. 의외의 구조물과 뭔가 다른 길이 펼쳐져야 하는데 너무 뻔한 길은 기대가 없어진다.

그동안 무허가 건물들이 하천을 가로막고 있어서 하천이 보이지도 않았고 접근도 힘들었다. 철거는 필요하지만 무허가와 허가를 기준으로 철거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하게 단순한 방법이다. 생활사라는 작은 역사도 신중하게 다뤄주면 좋겠다.

청계천 문화관 앞에는 옛날 판자촌을 재현해 낸 우스꽝스런 모델하우스가 있다. 언젠가 다시 손가정노인회 같이 생긴 건물을 모델 하우스처럼 만드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러면 이 사진이 사료로 쓰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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