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방을 보여줘 : S의 방@통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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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통인시장 근처
규모 : 원룸 (약 8평)
월세 : 월40만원/보증금 500만원
거주기간 : 4년
입주자 : 책을 좋아하는 20대, 미대 나온 자취하는 여자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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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것
S…빛이 잘 안 드는 것, 난방비 많이 나오는 것, 바퀴 큰 것.
J…난방비가 얼마 나오는데?
S…겨울엔 한 달에 8만원 정도, 좀 비싸죠? 진짜 추울 때 트는데도.

좋아하는 것
S…조용하고, 어디 가기 다 가깝고. 그게 진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되게 동네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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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에서 뻗은 골목길로 꺽어 들어가니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고 계셨다.

또 다시 꺽어 들어가니 S의 집이 보였다.
S 여름엔 여기서 장기를 두세요. 겨울엔 아까 거기서.

J 난 시장 안에 있다고 그래가지고 시장 안에 무슨 집이??
S 시장에서 뻗은 여러 골목 안에 골목골목 마다 이런 집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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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어떻하다가 여기에 방을 얻었어?

S… 고등학교 때부터 집 나와 살았거든요. 저 학교 다닐 때 학교 지하철 선이랑 같은 곳 생각했거든요. 팩토리 전시보러 왔다가 산책하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건물도 낮고 그래서 무작정 알아봤어요. 통인시장 큰 길 건너편 쪽은 집이 3배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우연히 여기 딱 하나 있어가지고 맘에 들어서. 이상하게 학교 앞 자취방쪽에 살기 싫어가지고

J… 좋은 선택이었던 것같아.

S… H도 여기 자주 놀러왔다가 여기 동네 좋다고 막 알아보는데 옆집이 비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붙어 살면서 재밌었어요. 한 2년 반 그렇게 살았거든요. 열쇠를 꼽았더니 똑 같은 거예요.

J… 정말? 으하하…

S… 당황해가지고.. 처음엔 둘 다 당황했는데 나중엔 되게 편하게 지냈어요. 학교가서 뭐 좀 갖다달라고 부탁하고. 지금도 똑같을걸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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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여기 인터폰이… 이 앞에 담있을 때 아래층 세집이 다 이걸로 해서 밖에 대문 열고 그랬었대요. 저는 담 허무는 것만 보고 써보진 않았는데, 인터폰이 있어요. ㅋㅋ.. (무용지물 인터폰)

차 세울 데가 없으면 요 앞까지 차가 들어와요.

J… 문열면 장기두시는 분들 바로 보이겠네?

S…네, 그런데 자다 듣잖아요 그럼 딱~!딱~!딱~!…소리가 진짜 크게 들려요. 장군이오!! 깜짝 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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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집은 2층인데 2층 텃밭에 호수로 물을 주다가 1층 문 앞에 있는 화분에도 물을 준다. 2층에서. 호수로!! 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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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원래 1층짜린데, 2층집에 주인이 집을 더 지은 것 같아요. 이 방 위에 반 정도는 텃밭이예요. 여기 물주고 위에서 물주고…

뒤에는 시장 안에 있는 상가이예요. 상가공간이랑 연결되어있어요. 주인집이 운영하는 상가거든요.

여기가 원래 1000에 35인데 학비 때문에 500빼서 500에 40. 위치도 그렇고 좀 괜찮은 편이죠? 저 8월에 나가는데 누구 살 사람 없을까요? 저 이사올 때는 동물보호 사무실이었어가지고 이사 왔을 때 여기 두루미 사진 같은 거 붙어있었어요.

J… 그럼 어디로 이사가?

S… 일단은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우리 집이 총 8평정도 된다고 하는데 안 될 것 같죠? 화장실 까지 하면 8평 된다고 하던데. 주인집 아줌마는 내가 나갈 때가 더울 때라 집 잘 안 나갈거라고 그러셨는데 나갈 것 같아요. 여기 집 구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 되게 많았거든요.

집이 되게 조용해서 농담처럼 K도 여기서 자다가 죽어도 모르겠다고. 진~짜 조용해요. 생각보다 훨씬.

J… 여기 이사한지 얼마나 됐어?

S…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신 날 이사했는데 2009년 6월달에요. 계약하고 도장 찍을 때 TV로 계속 뉴스가 나오는 거예요. ‘저게 말이 돼? 거짓말이야…’ 엄마랑 도장 찍고 인주 닦으면서..

J… 헛… 4년정도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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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내가 이것도 가져왔지~ 레이저측정기

S…와… 멋있어요. 나도 그거 하는 방법 알려줘. 우와… 몇평이예요? 와 진짜 짱이다.

J…그렇게 하고 꾹 누르면 돼. 저기 불빛 있지? 눌러. 그리고 거기 숫자를 봐봐. 몇이야?

S…6.386M

J…여기도 한번 재봐

S…3.167

J…방만 6평. 화장실은 빼고.

J…그런데 옆 방보다 여기가 더 좋은 것 같아. 더 아늑한 게 있어서.

S…그런데 쪼끔 비 많이 오고 그럴 때, 장마 때는 좀 답답해요. 문을 닫아버리면 앞건물 때문에 여기가 빛이 잘 안 들어와서.

J…여기 유리문이면 좋겠다. 옆방은 문열면 바로 골목길이 뻥 뚫려있어서. 그게 좀 그럴 것 같아.

S…문 열어놓으면 발 같은 거 치고 지냈거든요. 여기 진짜 유리문으로 하면 훨씬 좋겠다.

J…진짜 조용하다.

S…장기두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리니. 딱!!!

P1140948-22J… 여긴 뭐야?

S… 보일러실이요. 저 안에 기계가 3개 있어요. 따로따로.

S… 여름에는 여기 돗자리 깔고 술 많이 먹었어요.

J… 밤에? 뭐라고 안 그래?

S… 그날 우리가 노래를 방안에 틀어놓고 노래소리를 들으면서 술을 먹었어요. 그런데 요 바로 윗집에서 신고를 한 거예요. 이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소리가 차를 발로 차는 소리로 들렸나봐요. 누가 차를 발로 찬다고 신고가 들어왔대요.
새벽에 경찰아저씨가 오시더니 저희보고 깜짝 놀라시더니 막 웃으시면서 ‘차를 발로 차진 않았죠?’ ‘아 그러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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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진짜공간을 보여드릴려고 청소 안 했어요.

J… 그래도 정돈 됐는데.

S… 자세히 보시면 안 돼요. 바닥에 뭔가 수북이 쌓여있고. 그리고 오래된 집이라 굉장히 큰 바퀴가 있어요.

J… 그거는 시장이 있어서 그런 것 같해. 음식점도 있고 그래서. 우리집도 굉장히 오래됐는데 바퀴는 없거든. X네도 바퀴가 있어. 근처에 음식점이 있어서.

S… 하긴 여기 시장이라서

J… 먹을게 얼마나 많겠어.

S… 그래서 같이 사는 법을 알았어요. 진짜크거든요. 찬장과 천정 사이에 검은 테이프 붙여놨잖아요. 저 안 사이에서 박박박박…. 처음에 쥐인 줄 알았는데, 바퀴였어요. 박박박박….그러면 ‘왔다 왔다.’

J… 저기 책장은 원래 처음 이사올 때부터 이렇게 해놨어?

S… 아니요. 제가 좀 구분을 하고 싶어서. 처음에 큰 거 하나를 갖고 왔었는데. 세우는 건데 눕혀가지고. 살면서 책이 쌓이더니 다 따로따로 두 칸짜리 4개. 넘어갈까봐 드릴로 박았어요. 지그재그로 드릴로 박았어.

부엌에서 처음 이사올 때 바퀴시체를 너무 많이 발견해서. 무서워서 저걸로 막아버렸어요.

J… 저걸 막는다고 바퀴가.. ㅡ.ㅡ

S… 그래도 왠지 벽을 두고 자면은 다른 공간이 될 것 같아서.

J… 구분은 잘 해놓은 것 같해. 부엌이 오픈되어있으면 나는 정신이 없더라고.

S… 처음에는 여기는 가정집이 아니어서 침대가 없었는데 옆방을 보니까 배드를 세로로 놓고 살았더라고요. 조금 답답해보이더라고요. 보통 살면서 2년정도 살면 방구조도 바꾸고 그러는데 변화를 별로 안 좋아해가지고 이대로 쭉 살았어요. 그냥 쌓고 쌓고… 청소도 많이 안 하는 편이고.

J… 바퀴 때문에 책장을 막았다는 게 웃기다.

S… 근데 저게 습관인게요. 고등학교 때 기숙사생활을 했거든요. 그때는 2층 침대를 1학년 주고 밑에가 군기잡는다고 2학년이고. 그러면 내려갈 때마다 인사를 해야되거든요. 눈치보이니까 내려가기 싫으니까 짐을 다 침대에 올려놨어요. 그때도 저렇게 살았었어요. 저 긴걸 침대 옆에다 두고 한칸은 화장품 한칸은 책, 컴퓨터

J… 침대 옆에 그런 걸 놓을 공간이 있었어?

S… 조금 넓었어요.

다수결로 해서 방마다 장판 깔아 놓은 방도 있었고, 그냥 도끼다시로 사는 방도 있었고.

J… 그래도 에어컨도 달려있고.

S… 제가 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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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나 좀 더 있다가도 돼지

S… 그럼요

J… 편해. 여기가 편해

S… 좋아요. 과일이라도 깍아야겠다.

J… 여기서 바깥보고 있는게 너무 좋다.

S… 되게 조용하죠?

J… 응.. 저건 비가 새서 저렇게 된 거야? 겨울에 결로 때문에 그런건가?

S… 여긴 따뜻하고 저기 추워서 물방울이 맺혔다가… 처음엔 깨끗했거든요. 한 3년 되니까 저렇게 됐어요.

J… 겨울엔 안 추워?

S… 별로..

(이 집은 참으로 늪 같았다. 봄빛에 조용하고 아늑해서 일어나기 싫었는데 정말 자고 싶었다. 처음 방문한 집에서 자고 싶었던 건 처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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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제가 개발한 잠금장치예요. 이렇게… 바람불어도 문 안열리게.

J… 하하하… 괜찮은데~ 나름 재밌게 사는구나. ㅋㅋ..

S… 바지 옷걸이. 처음 이사 왔을 때 망으로 된 거. 셧터문 설치하려고 했는데 너무 비싼 거예요.

J… 방범 때문에?

S… 문 열어놓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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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저거 인상적이다.

S… 저거 호신용으로 선물받았어. 하하하.. ‘너 도둑들면 이걸로 해.’

J… 괜찮다 저거, 선물로.

S… 혼자 사는 법이라고, 남친께서 호신용으로 걸어놓고 가셨어. 이거랑, 폴라로이드. 올해는 이걸로 꼭 찍어볼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아 날씨 정말 좋다.

J… 필름 있어?

S… 없어요. 와 진짜 올해는 이거 꼭 찍어야지. 이거 H가 고등학교 때 사진반이었대요. 그때 썼던 거라고, 그런데 된다고.

J… 음… 되게 오래됐다. 고등학교 떄면. 엄청 비싸게 주고 샀을텐데 그때 당시면.

S… 부자집 아들이었나봐요. 커플들이 삼청동에 카메라 들고 다니잖아요. 저도 사진찍으러 주말에.

J… 남달라 보일거야. 다른 애들 DSLR 최첨단 들고다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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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직접 구운 빵이래. 어제 받았어.

S… 아. 빵냄새, 맛있는 냄새. 빵 맛있다.

일요일 낮 같은 때 문 열어놓고 진짜 잘 살았어요. 문 열어놓고 혼자 책보고.

J… 약간 해가 잘 안든느 집이 공부하기 좋은 집 인가봐. 아늑하고…

S… 잘 들어야 더 좋지 않을까? 하긴 도서관 같은데 가면

J… 생각많이 하게 하고… 바깥에서 화사한 빛이 막 있는데 나가고 싶지 막 뭔가 활동하고 싶고 막…

경리단 집도 약간 그렇거든. 약간 폭 들어가 있고, 해가 많이 안 들고, 그래서 공부하기는 좋다 그랬는데. 기운을 느끼는 친구가.

J… 여기 들어오니 나가기 싫다. 조용하고 아늑하고..

S… 책보기 딱 좋아요. 자다가 답답하면 저기 경복궁 산책 갔다오고… 처음에 자전거 타고 돌아다녔었거든요.

J… 괜찮겠다.

S… 진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다가 택시에 치어서… 그래서 에어컨 달았잖아요. 살림을 보상금으로 마련한다고. 본의아니게 공갈단처럼. 50만원 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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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가 이뻐라하는 팀버튼의 귀여운 피규어들.. 개인적으로 망치들고 있는 애가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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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맛있는 커피 집이 있다고 해서 통인동 동네를 좀 걸었다.

J… 이 집 예쁘다

S… 할머니 혼자 사시는 것 같아요. 마당에서 쓰레기 소각도 하시고..

J… 크하핫

S… 부쩍 올해 들어서 사진기 들고 사람들이 많아지더라고요.

J… 새로운게 많이 생겼네. 부동산 한번 볼까. 작업실-사무실, 1500에 70만원, 6평

S… 평수 어떻게 보는 거예요?

J… 여기다가 대략 3을 곱해 그리고 0을 빼 (제곱미터를 평수로 계산하려면 0.3025를 곱하면 된다.)

아.. 저기~! 커피공방 가는 거구나 이 근처오면 나도 친구들이랑 항상 저기 가는데

S… 커피공방 아저씨가 약간 참여연대 쪽 분이신 것 같아요. 커피 후원행사를 하더라고요. 2호점 내서 돌려준다고.

J… 내가 이 동네 자주 다녔을 떄는 5월 1일, 노동절날 노동자에게 무료로 커피 나눠주는 행사 했었는데.

아.. 이 서점은 아직도 있네

S… 윤종신 뮤비 찍어서 유명해졌어요.

여기 쇼박스 폐업해가지고, 어저께 저기서 이끼 전권 샀어. 50%로.

J… 오… 만화는 안 보고 영화로만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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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여기사는 3년동안 제가 살면서 제일 고민 많게 지냈던 시간. 되게 좋았는데 뭐라도 이제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이제 나갈 때 되니까 마음이 평온해졌어요. 내려놨어요.

최근에 든 생각인데, 어떻게 하면 기분 좋게 잘 살 수 있을까. 되게 정직해지기가 어려운 거예요. 욕심이 많을 나이니까. 뭐도 하고 싶고, 남들한테도 잘 보이고 싶고. 어떻하면 기분좋게 정직하게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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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Responses

    • 오랫만의 댓글이네요. ^^
      ‘네 방을 보여줘’는 시간투자가 많은 꼭지인데요, 요즘엔 생계처리하고나면 그만큼의 여유가 안 생겨요. ㅡ.ㅡ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프로젝트로 한 번 더 해볼까… 생각하게 만드시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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