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3층집 @성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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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엔 2가구가 살고 있고, 2층에는 나를 포함한 친구 2명이 공동으로 주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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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고양이가 천정 반자 사이에 새끼를 낳고 둥지를 틀고는 몇 일 동안 밤낮없이 울어댔다. 집수리하는 아저씨와 고양이가 들어오는 입구를 찾다가 1년이 넘도록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문의 용도를 알게 되었다.
지붕꼭데기에 분명 지붕테라스로 통하는 문과 창문이 있는데 아무리 뒤져도 그 곳으로 통하는 문은 찾을 수 없었다. 입면에서 봐도 꽤나 큰 공간이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떠올리곤 했다. 다락에서 겨우 통로를 찾았는데 도배공사를 하면서 문짝까지 한꺼번에 도배지를 발라버려 찾을 수 없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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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멍 같은 작은 문을 열자 어처구니 없는 풍경이 나왔다. 오래돼서 낡은 모습에도 놀랐지만 나름 견고해보이는 주택이라 콘크리트 지붕일거라 생각했었는데 정말 어설픈 목조 지붕이었고, 단열재 스티로폼 그대로 다 노출되어있다. 3층 공간의 바닥은 사람이 올라설 수 있는 구조는 아니고, 2층의 천정마감인 합판 한 장뿐이다. 이 합판을 달아 메기 위해 각재들이 규칙도 없이 얼기설기 지붕 목구조와 연결되어있다.

1.아래층의 방 벽들이 조적벽으로 올라와 있어서 어느 방 천정인지 알 수 있다.

2. 쓰지않는 물탱크를 올려놓은 오른쪽 판자공간만 밟을 수 있다. 아래로 낮은 바닥은 판자1장뿐이라 밟으면 부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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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림공사가…. 정확히 말하면 3층도 아니고 그냥 천정공간이고, 웃기게도 겉보기에 좀 있어보이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건축도 뻥을 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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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중곡동 단독주택 시공 현장의 사진(주택정책 반세기, 기문당, 2005)

벽돌 조적조 위에 목조지붕, 지붕틀 세우는 모습이 층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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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동네에 가면 이런 삼각형모양의 지붕형태를 가지고 집들이 서너 채 줄지어 있는 집장사 집들을 볼 수 있다. 영세업자들이 지은, 2층에 작은 다락방이 있어서 속칭 미니2층집이라고 한다. 70년대 당시 인기가 좋았던 양식집, 서구식 형태의 집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 중 하나인데 재밌는 것이 몇 가지 더 있다.

요즘에야 부엌과 거실의 구분도 모호하고, 욕실과 변소의 구분도 없지만, 이 집의 모든 공간은 문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현재는 부엌문, 변소문의 문짝을 떼어놓고 산다. 안방에는 벽장이 있고, 벽장의 한칸은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공간이다. 미닫이벽장문에는 물병, 복주머니, 향로등의 문양이 새겨져있다. 부엌 옆에는 방으로 쓰기엔 애매한 작은 방, 식모방이 있다. 집에 거주하면서 집안일을 거두는 ‘식모’ 라는 사람이 쓰는 방이었다. 다른 가족의 방들과 완전히 분리된 부엌 옆에 위치해있고 옆 건물(역시 미니2층집) 때문에 창이 있어도 햇빛도 들지 않는다. 70년대에 있던 식모방은 인건비가 오르면서 80년대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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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2층집이라고 구조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옆집은 지붕공간을 확실한 3층으로 쓰고 있고, 우리집 같은 경우는 다락까지 치면 미니3층집이 된다. 1층은 살짝 땅 속에 묻히고 계단을 12칸 올라서면 2층이다.
집도 빈티지? 난 오래된 집이 좋다. 뻔하지 않은 공간, 요즘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한 공간들이 숨어 있서, 시간의 흔적을 추적하고, 공간이 어떻게 활용되었는 지, 어떻게 활용할 지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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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어보세요.  [네 방을 보여줘 @성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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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오래된 집들에서 발견하는 이상한 공간은 왠지 두근두근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게 만드는 거 같아요^^

    저도 예전에 지붕이 저렇게 세모로 생긴 주택에서 발을 디딜 수 없는 바닥을 보고서는 황당해 한적이 있었어요, 그 집은 거기로 올라가려면 옷장을 열고, 옷장에서 벽을 기어 올라가야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완전 재미있었는데~^^

    아, 더 충격이었던건 마루 대들보가 아주 튼튼해 보이는 한옥집을 철거하는데 천장이 보이는 마루를 제외한 다른 모든 방의 보와 도리가 앙상한 나무가지(거짓말 좀 보태서;)였다는 거죠! 그 때 집장사의 저력을 처음으로 실감했다는!

  2. 아… 바닥도. 집장사 아젔씨들 정말 대단하세요. 바닥이야 중요한부분이니까 신경써야하지만.
    생각해보면 힘주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너무 무겁고 비싼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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