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건축’이 뭐여?

서울의 빠른 성장에는 획일적이고 단순한 방법들이 적용되었다. 짧은 시간 안에 계획되고 만들어지는 도시의 부분들은 서로 부딪치고 겹치면서 새로운 건물들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동네와 새로운 도로가 나타나고 공식적인 제도들은 계속 개정되었다. 그 사이에 어느 축에도 끼지 못하는 일그러진 건축이 발생되었다. 도로가 지나면서 건물의 반을 잘라먹고 남은 건물이 서있기도 하고, 과거에는 허용이 되었지만 개정된 제도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건축이 남아있기도 하다. 그리고 계획 의도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건축과 도시를 변형하고 변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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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d Rudfsky의 『건축가 없는 건축』은 건축역사가들이 대다수가 살고 있는 건축을 기록하지 않고 고급건축만을 기록하는데 대한 비판으로 시작하여 풍토건축에 대해 기록한 것이다. 지금까지도 건축가 없는 건축은 건축가들 사이에서 교훈적인 주제로 다뤄지지만, 대상화하고 미화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다수 사람이 살고 있는 주거에 대한 현실을 관찰하고 탐구하기보다는 작품집 속의 작가적 건축을 탐구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고 소수의 고급 건축 수요자들을 위한 수준 높은 작품위주의 연구를 해온 것이다. 인간의 물리적인 환경, 특히 인공환경은 건축가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었고, 그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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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공간에서 다뤄지는 건물, 기물수준의 건축들… 얘네들을 뭐라 불러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책도 뒤지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도 들었다. 다메건축(2), PET ARCHITECTURE, 나머지건축, 찌꺼기건축, 초월건축, 비형건축….. 좀 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단어를 고르고 고른 것이 ‘비공식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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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 건축(Informal Architecture)은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도시 시스템에서 벗어난 건축이다. 법적인 관리감독이 허술한 시기에 발생하여 존재해왔거나, 기존 건물이 도시계획차원에서 변화를 맞아 현재의 법과 기술적 기준으로 허용되지 않는 건축이다. 완결된 건축이 아닌 기존 건물이 붙여진 부분의 건축 역시 포함된다. 비공식 건축은 개별 거주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변형•변용되면서 생겨나기도 하고, 정부의 도시계획적 차원에서 기존 건물이 변형(3)되어 현재의 제도적 틀에서는 생길 수 없는 비공식 건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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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비공식 건축은 자생건축이라는 용어로 불리어왔다. 도시 내 자연발생적 주거지는 보통 공유지나 시유지에 무단으로 정착되어 형성된 ‘무허가 불량촌’이라는 용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정의한 용어이며, ‘불량주거지’와 ‘자연발생적 주거지’는 거의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었고 이 둘의 차이는 관점이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에 따라 사용되어졌다. 자생적 건축(Spontaneous Architectures)과 불량건축이라는 무허가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되어져 왔다. 자생적 건축은 비전문가에 의한 자발적이고 즉흥적인 면이 강조된 정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서울은 전분야가 분화되고 복잡화되면서 건축 역시 일정 기술을 가진 전문기술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일반화되어 있다. 또한 과거에는 합법적인 건축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에는 제도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건축을 무허가건축이라 규정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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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oshi Koike 는 Urban Scene of Tokyo(4)라는 논문에서 도쿄의 도시 풍경을 결정짓는 요소를 공식적 요소와 비공식적 요소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공식적 요소는 도시•건축법 상의 규제들이고, 비공식적 요소는 지형과 관습 등이 있다. 비공식적 요소는 법적 규제를 받지는 않지만, 지역 주민들간의 보이지 않는 법칙들이 있고, 현재는 없어졌지만 이전 시대의 규제가 관습처럼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런 비공식적 요소들은 지역의 성격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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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Amos Rapoport(이규목 역). 『주거형태와 문화』. 파주: 열화당, 1985 ), p.13

(2) Atelier Bow-wow의 Yoshiharu Tsukamoto는 『Made in Tokyo』, 『Pet architecture guide book』 등을 통해서 도쿄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변종(mutative) 공간들에 주목한다. Made in project를 진행한 Momoyo Kaijima는 이러한 변종 공간을 ‘다메’건축이라 이름짓고 있는데, 이 다메 건축이 도쿄의 현실을 관찰하는데 있어서 건축가에 의해 지어진 어떠한 건물보다도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이황, “밀집의 도시성 분석을 통한 건축 공간 개념으로서의 밀도에 관한 연구-도시 고밀화 현상의 사회•심리적 측면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서울: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7), p.142 (Momoyo Kaijima, Introduction, made in tokyo, p.9참조)

(3) 기존의 건물이 새로 생긴 도로나 인프라시설에 의해 일부가 잘려진 상태로 남아있는 현상  http://www.jinzaspace.com/?p=1898

(4)Koike, Hiroshi. “Urban Scenes of Tokyo-Products of Formal and Informal Codes-.” (Cambridege: Harvard University, the degree of Doctor of Design,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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