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生活建築, 점진적이고 집단적인 변형

공식적인 절차 없이 확장된 공간, 즉 무허가로 덧대어 공간을 넓힌 것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처음 지어졌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거주하고 있는 건물은 거의 없다. 특히 생활과 밀접한 주택일 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변형은 더 크게 드러난다. 건축은 명확하고 고정된 형태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삶의 과정을 담을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간단한 작업으로도 내부화할 수 있는 사이공간이 변형에서 우선되었다. 담과 건물사이, 건물과 건물, 건물과 축대 사이는 지붕만 덮으면 내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이공간의 내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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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적 변형은 일시에 일어나지 않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확장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축소되는 경우는 도시계획차원에서 진행되는 도로정비나 재개발등으로 인한 철거나 부분철거가 된다.(1) 확장했다가 불법건축물로 신고가 되어 철거되는 경우도 있다. 축소되는 경우는 대부분 자의적으로 되는 경우는 없다. 누가 자기 공간을 축소하고 싶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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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도 상으로 보이는 사적영역(개인땅)과 공적영역(도로)의 법적 구분은 일직선이다. 비공식적인 공간의 확장, 증축은 직선의 반듯한 면에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울퉁불퉁한 요철이 생기고, 그 요철에 점진적으로 덧붙여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요철은 계단, 전봇대, 디딤돌, 경사로… 등 다양하다. 이런 요철들은 촉매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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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좌) 울퉁불퉁한 곳은 어차피 별로 쓸모가 없다. 차가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딱히 어떤 것으로 쓰기도 애매모호하다. 새로운 것이 생겨도 눈에 확들어오지도 않고, 최소의 재료와 노력으로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그림(우) 두개의 전봇대 사이를 나무문짝으로 막아 창고로 썼다. 오랫동안 한 공간을 점유하면서 일을 하다보니 물건도 많아지고, 옆에 공간까지 써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되자 캐비넷을 고정설치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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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365번지의 변화

기찻길 옆건물이었던 것이 기차길이 없어지고 넓은 도로가 생기면서 건물의 주된 얼굴이 앞에서 뒤로 바뀐 독특한 건물이다. 건물의 양옆으로 지나는 도로의 고저차가 있어서 원래 1층건물이었는데 큰도로에서보면 반지하이고, 원래 2층이었는데 1층이 된 건물이다. 큰 도로쪽에서 편리하게 쓰려면 애매한 높이 차이를 발판이나 계단으로 해결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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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적인 구조물을 설치하는 문제는 공공영역(도로)의 충돌과 이웃과의 마찰 때문에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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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의 선에 누군가가 먼저 사적 구조물을 설치하여 직선에 이형을 만들었다.

(이 용감한 선구자! 바로 나의 지인이시다. ㅡ.ㅡ 이 건물에서 놀고먹고, 서교365모임을 2년 넘게 하다보니 알게 된 사실들.)

편리함과 이로움을 알지만, 조심스러웠던 이웃들은 선행되었던 구조물이 아무 문제 없이 존치되자 모두가 설치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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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은 출입문 쪽에만 있어도 되지만, 어차피 계단 옆공간은 차가 지나지도 못하고 애매한 공간이 된다. 아무리 공적영역이고 도로라지만,  자기 건물 앞의 애매한 공간은 자기가 쓰게 된다. 내 집앞에 내 화분은 놔두지만, 다른 사람이 내 집앞에 화분을 두진 않는다.

출입문 폭을 넘어 건물폭만큼의 계단을 설치하거나 계단을 설치하고 남은 면에는 발코니를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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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상품을 진열하기 시작했고, 비가 오니 불편하다. 비나 햇빛을 가리기 위해 가설의 차양막을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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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차양막이 많이 생기니 고정차양막을 설치해도 눈에 띄지도 않는다. 어떤 곳은 가설차양막과 고정차양막이 같이 있다. 보호색같은 역할을 한다.

바닥과 지붕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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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들였다 내놨다 하니 불편하다. 그리고 매장을 좀 넓히면 좋을 것 같다. 확장의 욕구가 증가하면서 외부였던 곳을 내부화하기 위해 벽을 세운다. 바닥과 지붕은 이미 형성되어있었기 때문에 벽만 세우면 내부가 된다. 확실하게 면적을 확장! 비공식적으로 증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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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이 증축했는데 별문제 없다. 너도나도 증축! (암묵적 합의)

어머, 2층에 테라스가 생기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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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증축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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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영역 구분이 직선적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 이를 흐트러뜨리는 구조물은 차양이나 수직적인 계단이 될 수도 있고, 발판수준의 낮은 단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들은 영역확장과 증축의 단초가 된다. 이는 상업공간 뿐 아니라 주거공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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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좌) 계단설치로 인한 확장  / 그림(우) 발판설치로 인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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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동 1144번지 일대

이웃한 건물들은 서로의 공간들을 모방하고 변형하면서 변화해나간다. 계단의 증설이 필요해 증축했던 건물과 이웃한 건물은 계단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이웃한 건물이 증축한 면적만큼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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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높은 도시에서 바닥면적은 곧 돈으로 환산된다. 도시•건축법 이라는 공식적 틀 안에서 건물은 4m너비의 도로를 갖추어야 하고, 도로의 소요 폭이 미달 될 경우 개인 소유의 땅을 미달된 폭 만큼 도로로 내놔야 한다. 또한 주차문제, 사선제한 등의 공식들은 기존 건물의 면적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건물이 노후화되더라도 소유자들은 공식적인 건축행위를 하지 않음으로 재산가치를 지킨다.

소유자들의 목적과 다른 이유에서 이 건물들은 도시의 장애물로 여겨지기도 하고, 또 다른 면에서는 일률적인 도시화에서 벗어난 지역의 특징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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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공식적 건축은 자발적이고 개별적인 변형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도시계획이라는 외부 힘에 의해 변형되기도 한다. 건축물이 사유지를 벗어나 확장된 면이 정비사업으로 케잌처럼 잘린 면이 생기거나, 새로운 도로가 생기면서 기존 건물이 일부만 남기고 철거되는 경우도 있다.

도로가 먹고 남긴 건물들 http://www.jinzaspace.com/?p=1898

(2) 그림출처: 경리단길, 이곳은 할아버지께서 구두수선을 하시는 곳입니다. http://www.jinzaspace.com/?p=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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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문에 썼던 것을 옮기다 보니, 재밌게 쓰려고 해도 기본바탕이 딱딱한 글이라 잘 안 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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