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iner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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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과 뻥을 중심으로

총 네 동의 낡은 수출용 컨테이너가 명랑에너지발전소 부지에 도착했다. 너무 낡았다. 여러 군데 찌그러져 있었고 웬만한 모서리 부분은 모두 부식되어 있다. 군데군데 유지 보수한 자국이 역력하다. 천장도 숭숭 뚫려 비가 오면 컨테이너 안으로 빗물이 모두 새어 들어올 것 같다. 유적지 보물을 발굴하듯 크레인에 실려 온 컨테이너들은 한참을 사용하지 않은 듯 굳게 문이 닫혀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액젓을 나르던 컨테이너 였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컨테이너가 온다고 해서 신났었는데, 과연 많은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심이 들었다.

컨테이너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군데군데 이상한 태그들이 붙어있었고, 컨테이너에는 크게 회사이름이 데칼 프린팅 되어있었다. 컨테이너 화주 회사의 이름인 것 같았다. 네 동의 컨테이너는 각각 예쁘지 않은 회색 2동과 더 예쁘지 않은 초록색 1동, 칙칙한 하늘색 1동이었다.

컨테이너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이 컨테이너들은 어디서 만들어져서 어떤 배에 실렸을까. 또 배에 실린 컨테이너들은 어디를 돌아다녔고, 어떤 물건들을 실어 날랐을까. 우선 컨테이너에 대해서 알아봤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컨테이너는 철판으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가능한 규격화된 통으로 화물을 옮길 때 사용한다. 1950년대 상용화 되고 2차 대전을 거쳐 널리 쓰게 되었으며, 짐 꾸리기에 편하고 운반이 쉬우며 보관이 용이한 점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우리가 구매한 수출용 컨테이너의 크기는 20FT이다.  4 동의 컨테이너에는 각각 MAERSK· MOL · H-A Line · COMPASS 라고 프린팅 되어 있었다. MAERSK는 래커로 지저분하게 지워놓아 희미하게 회사이름이 보였다. 아마 화주가 컨테이너를 매각한 것 같다. 매각은 GENSTAR라는 회사에 한 것 같다. 이 곳 저 곳에 GENSTAR라는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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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MAERSK는 덴마크 해운회사로서 세계에서 가장 큰 해운선사이자 세계최대의 컨테이너 운용회사이고 고용노동자 수가 120,000명이다. MOL은 일본 3대 선사 중 하나이고 몇 해 전 해운법 위반으로 100만 달러가 넘는 벌금을 물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외신이 전했으나 공격적인 탱커 선대 확장을 추진함으로서 세계 1위 탱커 선사로 등극했다고 한다. H-A Line은 한국의 흥아해운으로 실시간 증권정보에 따르면 글을 쓰는 현재 코스피 현재가(2012년 1월) 696원에 장 마감했으며 김태균 흥아해운 사장은 “올 초 이란의 호르무츠해협 사태로 인해 유가가 오르고 있어 올해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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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GENSTAR는 미국의 샌프란시코에 위치한 사모투자 전문 업체이며, Jean- Pierre L. Conte 씨가 CEO로 계신다.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는 데 왜 수출용 컨테이너 여기저기에 GENSTAR 태그가 붙어있을까? 2004년 8월 4일자 한국해운신문에 따르면 GENSTAR는 대형 해상컨테이너리스업체이고 모기업인 GE캐피털서비스가 중견기업인 SeaContainer와 함께 새 합병회사를 발족했다. 즉, 모기업이 사모펀딩 회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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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SS라는 회사는 도저히 한글로 된 문서를 찾을 수 없어 겨우 자료를 찾았는데 모두 영어다. 이렇게까지 궁금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구글 번역기를 믿고 돌려보기로 했다. 따라서 모든 해석은 구글 번역기에 따른다. 내가 찾은 문서의 시작은 “Compass Group North America is the leader in food service management…”로 시작한다. 구글 번역기는 친절하게도 “나침반 그룹은 북미 식품 관리 및 지원 서비스의 선두 주자입니다.”라고 번역해주었다. 더 이상의 자료 검색은 귀찮아 COMPASS를 나침반 그룹이라고 믿기로 했다. 아마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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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컨테이너가 궁금해졌으니, 컨테이너 외부에 붙어 있는 태그들과 이상한 숫자가 프린팅 된 외벽을 천천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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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은 초록색 컨테이너가 흥아해운의 컨테이너인데, HALU 221803<4>와 KR 2210 이라는 숫자가 눈에 띈다. 이것은 흥아해운의 컨테이너라는 뜻으로 국제적인 식별 부호인 BIC code 혹은 ISO(International Standardization Organization) Alpha-codes라고 부른다.

즉, HALU는 컨테이너를 소유하거나 리스한 회사의 코드이고 마지막 4번째 글자는 항상 U를 붙이도록 하고 있다. 그 뒤에 붙은 6단위의 숫자 221803은 시리얼 넘버이다. 마지막<> 은 check digit으로 컨테이너 관련 데이터의 정확한 기록과 전달을 위한 검증의 의미이다.(이게 무슨 말일까)

그 밑에는 KR 2210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는 국가 코드로 KR은 한국이라는 뜻이다. 그 다음 숫자 2는 컨테이너의 길이를 의미하는데 20피트이다. 그다음 숫자 2는 컨테이너 높이를 뜻한다. 2는 8피트 6인치라는 뜻이다. 다음 숫자 1은 컨테이너의 형태를 나타내는 것인데 표준형이라는 뜻이다. 마지막 숫자 0은 화물의 종류를 뜻하는데, 0은 일반화물이다. 참고로 생동물은 5, 냉동·냉장화물은 2로 표기한다. 즉 이 칙칙한 초록색의 컨테이너는 흥아해운이 소유했거나 리스한 컨테이너로 일반화물을 실어 나르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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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붙어 있어 있는 태그를 살펴보면, 컨테이너가 제조된 날짜가 적혀있고, Identification number 와 Maximum gross weight가 적혀있다. 제조 날짜는 1992년 3월로 정확히 올해로 20년 된 컨테이너이다. 최대한으로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무게와 합한 컨테이너 자체의 무게는 24,000KG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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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예쁘지 않은 회색의 MAERSK 컨테이너를 살펴보면 역시 BIC code가 보인다. 머스크사의 BIC Code는 MAEU 296141<0>이다. 밑에는 DK 2200이라고 프린팅 되어있는 것을 보니 덴마크 회사의 컨테이너로 일반 화물용 컨테이너이다. 붙어있는 태그를 살펴보면 컨테이너 제조는 울산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주식회사에서 했으며, 길이 19FT, 너비 7FT, 높이 7FT 크기의 컨테이너이다. 제조일자는 89년 6월이고 최대 적재 가능 무게는 흥아해운 컨테이너와 동일한 24,000K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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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다른, 여전히 안 예쁜 회색의 컨테이너2를 살펴보자. MOLU 224070<3>이라고 적혀있고 그 밑에는 JP 2200이라고 적혀있다. 이제 나는 이것을 금방 읽을 수 있다. 일본에서 온 MOL 사의 컨테이너이고 일반 화물용 컨테이너다. 좀 지루하다. 다른 것을 실은 컨테이너는 네 동 중에 없을까? 그 밑에 적혀있는 복잡한 표식도 읽어보기로 했다. MAX GROSS WGT. 24,000KGS라고 적혀있다 이것은 Maximum gross weight로 컨테이너 자체 무게와 화물무게를 합한 중량을 뜻한다. 그 아래는 TARE WGT 2,200KG로 빈 컨테이너 자체 무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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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칙칙한 하늘색 컨테이너는 나침반 그룹인 COMPASS라는 회사가 리스하거나 소유했던 것으로 보이고, CCCU 273481<6> 이라고 적혀있고 그 밑에는 USA 2200이라고 적혀있다. 애석하게도 COMPASS라는 회사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아볼 수가 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표식만으로도 이 컨테이너가 미국의 일반화물을 실어 나르던 컨테이너임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MAX GROSS는 20,320KG에 TARE WGT는 2,300KG이다. 다른 컨테이너에는 적혀있지 않았던 MAX PAYLOAD는 17,990KG으로 운송 가능한 화물의 최대 무게를 뜻한다. 마지막으로 CUBE 33.2m³는 Cubic Capacity로 운송 가능한 화물의 최대 부피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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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에 대해 알아보고 나니 도대체 이 정보를 살아생전 누군가에게 아는 척이라도 해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컨테이너 문을 열었을 때는 그 냄새 때문에 분명 액젓을 실어 날랐을 것이라고 확신했으나, 일반화물을 나르던 컨테이너로 밝혀졌다. 일반화물은 뭘까? 라는 생각이 들어 더 찾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잉여스럽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어 관두기로 했다만 딱히 할 일이 없고 나는 잉여스럽기 때문에 기어이 찾아본 결과, 컨테이너가 실어 나르는 일반화물이란 액체화물 이외의 온도 조절을 필요로 하지 않은 일반적 잡화를 뜻한다.

어찌됐든, 생산 된지 족히 20년은 넘었고 녹슬고 찌그러졌으며 구멍이 숭숭 뚫린 채 온갖 일반잡화를 나르며 거대한 선박회사의 컨테이너로서 전 세계를 누비다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경기장 근처 주차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컨테이너들. Welcome-

아, 한 가지 더. 혹시 컨테이너 외부표식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있을까 의심이 들지만 혹시 아주 우연히 문득 그럴 일 없겠지만 궁금하다면 나에게 물어봐주시길. 한 번쯤은 이것들을 알아내기 위한 수고에 대한 성취감을 맛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해주신 학문사 출판사의 『국제운송물류론』의 저자 박성철 선생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참고문헌 및 자료>

  • 박성철, 『국제운송물류론』, 학문사, 2008

  • 한국해운신문, ‘Genstar 새 합병회사 5월 초 발족’, 2004년 08월 04일 (수)

  • 위키피디아, <컨테이너>

  • http://www.boxjo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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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ioopp 오아름  yuioopp@naver.com

버려지는 가구와 나무를 재활용하는 사회적 기업, ‘문화로 놀이짱’의 명랑여신!

낯가림이 심해서 무표정에 말이 없으나 조금만 친해지면 방언터짐. 180도 다른 모습을 단 하루만에 볼 수 있음. 이렇게 쉬울 수가..

문화로놀이짱  http://www.norizza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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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1. 자칭 ‘문화로놀이짱의 뮤즈’라고 하는 오아름씨의 글입니다. 처음엔 멀뚱..한 사회성 없는 사람이다..생각할 수 있지만, 알고보면 인정되는 사랑스런 뮤즈! 차마 여신이라는 말은 못 하겠어서 뮤즈.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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