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포식자_#1

아주 자주, 우리에게는 너른 공간이 필요하다. 갑갑한 마음이 들 땐,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요활한 공간을 상상한다. 그런 상상은 가보지 못한 곳을 출렁이게 만든다. 우리는 아직 그 곳에 온전히 가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런 공간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도시에서 살기 위해서는 파괴하는 상상을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 끊임없이 어질러야 하고, 그런 만큼 오려내야 하고, 오려낸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먹어 치워야한다. 소화될 리 없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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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창밖을 본다. 언젠가 먹어본 적이 있는 건물이 나를 의식하며 서 있다. 대부분의 건물은 1930년대의 먼지 맛이 난다. 뚝 하고 꺾어내 와작와작 씹는다. 삼킬 땐 목구멍에 긁는 듯한 시원함이 느껴진다. 햄버거에 콜라, 카스테라에 우유, 브라우니에 아메리카노처럼, 건물을 맛볼 땐 핫초코가 어울린다. 매캐한 시멘트가루와 짙은 코코아가루가 달콤쌉싸래한 환상의 앙상블을 이룬다. 한 잔 쭉 들이키고 나면 회갈색 찌끄래기들이 컵 바닥을 맴돈다. 소화될 리 없어 더부룩하다.

 

서그럭거리는 몸을 이끌고 그 곳으로 간다. 그 곳은 허공이라 하기엔 좀 더 안정적인 바닥면을 가지고 있고, 자연이라 하기엔 좀 더 기이한 모습의 물체들이, 코코아향을 풍기며 자라나고 있다. 출렁임과 함께 경계도 채찍처럼 휘청이는 곳이다. 경계를 덥썩 붙잡고, 소화전을 흔들어 뚜껑을 떼어낸다. 솟구치는 물줄기에 주둥이를 끼운다. 풍선처럼 몸이 부풀어 오른다. 물을 가득 먹은 몸을 경계에 철썩, 앉히고 꾸역꾸역 회갈색 토사물을 땅에 심는다.

 

소화되지 않은 건물 조각이 원망의 몸짓으로 이물을 털어내고, 땅에 몸을 안착한다. 도시의 뒷맛은 여전히 입속에 감돈다. 그것은 도시에 내리는 비냄새와 유사하다. 도시에 내린 눈을 맛본 적이 있는가? 그것과도 다르지 않다. 결계가 풀어지는 맛이랄까. 핫초코로 입을 헹구며 창문을 닫는다.

 

채컥 채컥

창문이 닫힌다.

 

(사진 @이태원 한남동 620-152 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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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영(etyeomji)

다중인격을 지향한다. 인생은 짧고 심지어 얼마나 짧은지조차 알 수가 없으니, 한사람으로 한 인생을 살기보단 여러 사람으로 여러 인생을 동시에 살아보겠다며.

그 중 문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간 축조해온 나의 세계관과 문학적 소재(?)들을 발휘하여 도시에 은신하는 글을 써보려 한다며.

제 다른 직업들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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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1. 이거 아실라나 모르겠네요 좋은 정보 있어 알려 드려요
    인터넷에 브이월드라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제가 태양광 쪽 일을 하고 있어서 건축물 3d보려고 들어 갔는데 이 사이트가 점점 발전 하면서 간략한 건축물 대장까지 보여주더라구요 덕분에 제가 사는 남가좌동이 60년대말 70년대 초에 만들어진 집들이 무지 많다는걸 알게됬어요 재미 있어서 공유하고 싶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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