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방을 보여줘, 건축가 J네 집.

위치 :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규모 : 큰방1, 작은방1, 거실, 부엌, 욕실, 다락/공동화장실 (약 37제곱미터, 11평)

월세 : 30만원/1500만원
입주자 :  30대, 건축가J

거주기간 : 2년, 2009~2011

이 집의 좋은 점 :
작지만 마당이 있어서 외부에서 화분을 키을 수 있고, 남산타워가 보이는 전망이 좋고 정말 조용하다. 게다가 옛날집 구조가 재밌다.

이 집의 나쁜 점 :
춥다. 단열상태가 엉망이다. 1cm 스티로폼 내단열이 끝이고, 창문이나 문의 틈새바람도 매우 심각하다. 화장실이 외부에 있어서 불편하다.

독특한 점 :
60년대에 지은 집이다. 공간구조가 독특하다. 옛날 아궁이 구조였던 것을 개조한 것 같다. 부엌이 80cm정도 낮고, 그 위로 다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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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J : 와 진짜 독특하다.

W : 난 일단 황당했지. 아 왜 택했을까를 먼저 생각했는데, 이상해서!

H : 하하… 답이 이상해서.

W : 이상해서 택했구나. 또라이다. 그런데 나도 구조자체는 너무 재밌었어. 처음에 심란하지 않았었어? 첫 인상이 뭐였어? J가 건축을 하잖아. 건축하는 J가 택한 집은 어떨까란게 있었어. 너무 어설퍼서 너무 깜짝 놀랬어. 왜? J는 건축을 하니까. 알아서 훌륭한 집을 찾았겠거니. 어 그런데 정말… 심란하더라고.

J : 아니 재밌잖아. 구조가. 구조가 재밌고,

W : 처음에는 재밌다 이거야.

H : 그래도 사실은 화장실이 밖에 있다는 것은 굉장히 단점이야. 돈 때문에?

J : 그게 아니라 화장실이 밖에 있다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 그 때는. 거기다가 마당. 마당이 있는 집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내맘대로 뭔가 고칠 수 있다는 거.

H : 나도 저런 구조를 굉장히 좋아하잖아. 그래도 화장실 때문에 굉장히 고민했을 것 같아.

J : 이 집에 들어가면서 배운것도 되게 많아. 내가 하려는 건축들이 이런 스타일이고. 이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잖아 아직도. 어떻게 꾸미고 어떻게 해야되는지에 대한 것을 직접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나한테 굉장히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어. 이 건물에 사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좋은 학습이었어.

W : 그런데 구조가 다 다르잖아.

J : 구조가 다 다른데, 옛날에 지은 집은 다 비슷해. 우리집 단열이 그렇게 어설픈 것. 이 집이 계속 전문가들이 만진 집들이 아니어서. 어설프게 만든 것들. 쓰는 재료, 쓰는 수법들이 대게 비슷한거야. 그 사람들이 쓰는게. 어떻게 수리하고 지은지에 대해 속속들이 배운거지. 이 집에 살면서 정말 전문가들이 이런 집에 뛰어들어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

H : 괜찮은 아이템 같아.

W : 전문가들이 들어오면은 다 털어내고 하려고 하지 않을까

J : 건축가들 습성이 이런 거 보면 기본부터 다질려고 하는 것이 있어가지고.

W : 나는 아파트에만 살아와가지고 번듯한 집에만, 이런 집이 정말 쇼킹했어. 배선서부터 해서 수도 모든 게 다 동네 기술자들이 만들면 이렇게 되는구나. 설계를 안하고 상황에 맞춰서만 한거잖아. 말하자면.

W : 마당, 예뻤지. 싹 내다보이고. 전망 좋고. 옛날 집에 대한 동경이 생긴 것이 옛날 구조가 인간적이고 획일된 구조가 아니니까. 뭔가 만질만한 소지가 되게 많아. 옛날 주택 같은 경우는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 매력적인 소스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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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 봄,여름, 가을에는 매트리스를 놓고 침실로 사용. 겨울에는 옷장이나 각종 물건들을 수납하는 공간으로 사용

J: 이 문짝 떼어냈다고 주인할머니가 한마디 하시더군. 문이 망가졌어. 페인트를 막 덧칠하고 덧칠하고 그래서 문이 안 열리고 닫혀. 열다가 부서져버렸어. 저 문을 뜯어서 방이 더 추웠던 거야.

H : 합판 댄거야?

J : 여기 다락이 베니어합판 있지? 되게 얇은 거. 올라가서 밟으면 정말 이렇게 푹푹 들어갔었어. 오래돼서 낡아서. 철거를 커터칼로 했어. 열반사단열재. 붙이고 합판을 댔지.

H : 엄청나게 공을 들였구나

W : 공을 들이니까 정말 괜찮아지더라고, 정말 후질근하고 막 정말 심란하고 그랬었는데.

J : 다락은 좀 많이 보완이 됐지.

H : 점점 (물건이) 쌓이는 거지.

W : 처음에 물건 다 버린다고.. 다 버리면 뭐해 그 다음부터 택배가 계속 날라오는데. 이사하자마자. 역시 다락활용도가 아무리 저렇게 개보수를 하더라도 올라가는 동선자체가 불편하니까 활용도가 많이 낮아지는 것 같아.

J : 따뜻하기만 했어도 침실로 계속 쓸수 있었을거야. 그런데 너무 추우니까 제대로 못 쓰는거지.

H : 음식점 같은데서 하는 전기판넬 같은거 하면 되지 않아?

J : 그거 전기세 많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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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 안방 창문이 너무 작아서.

H : 그래서 더 아늑한 부분이 있는거 아냐?

W : 그런 부분도 있지.

J: 이 창문도 나중에 바꿔줬지. 하이샷시라는 걸로.

H: 나 이런 창문 좋은데

J : 이 창문 창틀과 벽 사이로 밖의 넝쿨이 안으로 들어왔었어. 몰랐었지. 왜 바람이 그렇게 술술 들어왔었는지.

H: 난 정말 저 장판을 저주해.

J: 나도. 대부분 이런 장판 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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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 야 짐도 진짜 많이 옮겼다. 그런데 이 집 구조가 너무 재밌어.

W : 침대를 3번 옮겼지. 옛날 구조들이 재밌는 게 참 많아.

J : 보일러를 안 뜯고 덧대서 방단이 자꾸 높아진다, 문틀보다 방높이가 높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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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벽너머는 옆집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소음차단 겸 책장을 배치했다. 벽 한면에 깨끗하게 맞춤형 책장을 만들고 싶었다. 자주 이사를 다니므로 간이로 해야했기 때문에 MDF박스와 18t 코아합판으로 켜켜이 쌓아 올렸다. 그러나 점점 저 MDF박스가 미워지고 있다. 매우 저렴하고 조립과 분리, 이동이 편리 때문에 뿌리내릴 수 없는 가난한 자취생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여름에 알게 된 사실인데 곰팡이가 정말 잘 자란다.  앞으로 MDF는 안 키울란다.

H : 아 책장같은 것도 직접 집에서 직접 짠거야?

J : 어. 한달 두달 정도를 마당에 목공소를 차려서 공사를 했었어.

W : 고치는 재미가 있는거야. 고치니까 애정도 생기고, 직접 손으로 어설프게라도 하니까 애정이 생기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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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 이 창문을 바닥까지 크게 뚫어서 뒷 공간까지 쓰려고 했었어. 이 집이 북향이다보니까 이 창문으로 햇살이 제일 많이 들어왔거든.

H : 간이선반…햄머드릴이 있었어?

J : 응. 그런데 이건 벽에 고정된 게 아니야. 이게 온전한 하나야. 천정에만 살짝 고정시키고, 책상이 한번 더 밀고 있고. 벽이 힘이 안 되면 바닥에서 올라가야되거든.  주문한 각재가 남아서 만들었어.

W: 뭔가 간단하게 할 걸 되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나는 가구의 형태로 완벽하게 마감된 형태를 생각하고 하려고 하는데, J는 쉽게 뚝딱뚝딱 만드는거야

J: 대충..

H: 대충목수

W: 그런데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는 것 같해. 돈도 안 들이고. 가옥구조가 혼자 살고 1-2년마다 옮긴다 그런 시스템이면 J식으로 가설로 한다고 하면 괜찮은 것 같아.

J: 평생 그 집에 살 거 아니니까. 뜯기도 편하고 재활용도 하고

H: 나도 벽장 고정 안 했거든. 나중에 가져가려고. 돈이 얼마야 내 집도 아닌데.

W: 보통 가정을 이룬 집들은 장롱, 가구 어마어마 하잖아. 그게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해 버리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

H: 필요하지만 너무 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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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 원래 이 계단이 아예 없었어.

W: 수평도 안 맞는 바닥에. 짜느라 고생했지. 수납되게 만들었어.

H: 맨날 너네 집을 부러워했던 것 같아. 이런 구조 사실은 얻기가 쉽지 않잖아.

W: 그래도 찾아보면 아직 많을 거야. 불편하긴 하지만 재밌는 집.

H: 춥지만 않으면 문제는 없는데, 너가 대체적으로 따듯한 집으로 만들었네. 진짜 불편하게 살았겠다. 전에 살던 사람은. 이걸 어떻게 직소하나로 만들어냈냐?

J: 직소 하나면 다 돼.

H: 부끄럽습니다. 나는 시키기만 하지 직접 만들지는 못 합니다.

J: 진짜 이거 판 자르는거 다 집에서 직소로 다 잘랐어.

H: 나는 삐뚤삐뚤해지던데

W: 그게 방법이 있어. 각재를 합판에 가고정해놓고 그 가드라인대로 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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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 부엌도 저렇게 뒤에 스페이스가 있으니까 수납할 수 있고. 자기가 뚝딱뚝딱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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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알루미늄 문짝은 부엌으로 통하는 문. 외부에서 잠금장치가 가능한 문이 이 문 밖에 없었다. 그것도 자물통으로 잠궈야 했다. 어처구니…. 주출입구를 거실로 하기 위해 미닫이 문에 잠금장치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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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은 최근에 만든 것으로 보인다. 주택의 외벽과 담 사이에 샌드위치 판넬로 지붕을 덮어 증축했다. 욕실 타일은 다른 곳에서 쓰다 남은 것들을 사용하여 여러가지 타일들이 붙어있다.

예전에 창고방은 잠만 자는 방으로 세를 주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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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샤워실을 왜 화장실로 못만들었던거지? 구조 자체가…

J: 돈이 드니까 안 한 거지. 그런데 이 집은 정화조를 가지고 있지 않아. 여긴 정화조도 없어. 우리가 들어갈 때 수세식으로 바꾼건데, 그 전에는 푸세식이었대. 수세식으로 바꾸면서 관을 앞집,주인집 정화조로 연결한거야.

H: 만약에 이 집을 접수를 했건,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러면 뭐를 하고 싶어? 건축가로서 이 집을 의뢰 받거나 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J: 제일 먼저 단열. 화장실을 내부로 하고.

H: 그거는 좀 기능적인 거고, 구조적인 것.

J: 단열을 재대로 하면, 이 다락도 침실로 쓸 수 있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크게 구조는 딱히 건드릴 일이 아닐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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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전기 불난 거. 당신 있을 때 불난거야?

J: 응 계속 띡띡 소리가 나서.

W: 집에 없었어봐. 전기가 제일 어설픈 것 같아.

H: 제일 위험하지.

J: 여기 배선이 좀 문제가 있는 게 전압을 좀 높은 걸 쓰면 전등이 깜빡깜빡거려.

W: 얼기설기 뽑아가지고 쓰는 거야 그냥.

H: 아 갑자기 이사가고 싶다.  나 저거 자개장 또 줏었잖아. 하하..

W: 어디서 줏었대? 나도 유심히 봤는데.

J : 잘 줏었어.

W: 여기에 딱 잘 어울려.

H: 지금 자개 장이랑 저거랑 리폼을 하는거지. 리폼을 하건. 뭔가 새로운 장식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저거는 정말 모던한 집에 벽면에 딱 하나 들어가 있어야 되는 건데.

J: 요즘 저런거 줏는게 쉽지가 않아. 점점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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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글 : 건축가 J의 근대주거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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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아 안녕하세요
    얼마전부터 진짜 공간 탐방중인데도
    정말 재밌네요 ㅎㅎㅎ 제가 원했던 그런 사이트? 인것 같아도

    앞으로 많은 포스팅 기다릴께요
    어떤일 하시는분이신지도 굉장히 궁금하네요
    저희집도 한번 탐방와 주시면 좋구요 별것 없긴 하지만요

    • 답이 늦었습니다. 답을 분명 한 것 같은데 뭔가 잘 못 했는지 보이질 않네요.
      저는 건축일(건축,인테리어,공공공간…)을 하고 있고요. 이 사이트는 제가 하는 일의 방향을 찾는 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연락드리고 탐방가도록 하지요.
      포스팅을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재밌는 사이트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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