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선 앞에서 장어를 먹는 유유함

파주까지 장어를 먹으러 가잔다. 뭔가 선뜻 내키지 않았다. 왠지 엄청 큰 대형 식당으로 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형공간이나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 들어서면 스트레스가 심해지기 때문.

유명한 장어집이라는데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기겁을 했다. 무슨 장어집 주차장이 왠만한 유원지 주차장 만한지. 이 많은 사람들이 매일 장어를 먹으려면 장어는 얼마나 많이 태어나야하며…..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는 사러간다. 대형식당은 먹으러 간다. ‘산다’와 ‘먹다’의 차이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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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놀란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야외 식당의 끝이 안 보이는 평상 위의 사람들…정말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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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놀란 것은 이 식당의 위치. 38선을 마주하여 맞은 편 강너머 북한이 보인다.

북한과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니 농협 해킹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니… 뭐 극을 달해가는 것 같이 뉴스에 보도는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은 그 앞에서 장어를 먹는 유유함을 보이고 있다.

뉴스에 광분하는 사람들, , 그 앞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장어를 먹는 사람들, 순간순간 편한 상황을 취하며 사는 모습, 남북한의 정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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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소개한 ‘피아 란징게르’ 전시 중 하나에는 북한의 퍼포먼스 도시에 대한 작품이 있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곳에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뭔가를 하지만 정작 그들은 그곳에 출근하여 보여주기 위한 도시를 연출하는 것에 대한.

평상 위의 저 많은 사람들을 쳐다보며 먹다가는 체할 것 같아 작은 정자를 고집해 결국 먹었다.

20110528@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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