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생명체: 딜쿠샤 DILKUSHA, 행촌동

주소 : 서울 종로구 사직로2길 17 (행촌동 1-89)
만든 시기 : 1923~1924년 신축, 1926년 화재로 1930년 재건 (※2020년 딜쿠샤 원형 복원)
사진찍은 날짜 : 2011-01-20

국가등록문화재 제687호

첫글: 2011-09-03

보완: 2021-12-28 사진 추가 및 크기 확대, 일부 내용 수정보완

 

 

딜쿠샤는 힌두어로 ‘이상향’, ‘행복한 마음’ 이라는 뜻이다. 이 건물은 3.1운동 소식을 전 세계로 타전한 UIP통신사 특파원 알버트 테일러(Albert Taylor)가 1923년 집을 짓고 1942년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될 때까지 가족과 함께 살던 곳이다. 알버트 테일러는 금광엔지니어 겸 UPI통신사 프리랜서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3.1운동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을 도왔다. 그러나 한국 독립을 도왔다는 이유로 그는 6개월간 수용생활을 하였으며 추방된 후 1948년 미국에서 사망했다. 이후 오랬동안 내력모를 집으로 남아있다가 2006년 알버트 테일러의 아들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건물의 비밀이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서울시는 66년만에 서울 고향집 ‘딜쿠샤’를 방문한 미국인 브루스 테일러에게 2008년 ‘명예 시민증’을 수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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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주변 답사 중에 우연히 발견했다.

 

 

주인도 없는 내력모를 집으로 수십년간 남아있었던 덕에 지금은 많은 삶이 이 집을 꽉 채우고 있다. 15가구 정도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양인의 1가구 저택이었던 건물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살게 되면서 건물내부는 방마다 1가구씩 잘게 쪼개지고 기존건물 밖으로도 지붕을 얹어 뻗을수 있을 만큼 확장이 되어 있다.

 

 

 

멀리서 찍은 정면 사진이 없어서 퍼옴. 사진출처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09100814481508558

 

2층 전면은 테라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난간은 바람이 통하도록 벽돌을 쌓았지만 현재는 그 안쪽으로 다시 벽을 세워 거주공간으로 바꾸었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단층구조를 만들어 빈공간을 점유하고, 메워서 쓸 수 있는 틈은 모두 사용된다. 여기저기에 세대별 출이구가 보인다.

 

 

옹벽과 건물사이에 지붕을 덮어 공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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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것도 아닌데, 뭐랄 사람도 없는데, 지붕만 덮으면 살수 있는데… 이웃집 땅의 경계선, 옆 도로의 경계선 그 끝까지.  삶의 온기와 체취로 꽉 채웠다.

 

대충 그림, 빗금친 부분이 확장된 공간들. 확장이 가능한 경계의 끝까지 거주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논문 때문에 주로 찾아다니는 곳이 개발되지 않은 오래된 동네다. 어떤 경계의 끝자락에 있는 집들, 밀집된 도시에서 공간을 점유하는 다양한 형태를 보게 된다. 경이롭기도 하고, 훈훈하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서글프기도하다. 복잡한 감정들을 느낀다. 딜쿠샤를 처음 대면했을 땐 이런 건물이 아직 남아있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경이로웠다. 그러다가 공간의 구조를 보고 어떤 식으로 점유하고 있는지 뻗어나가는지를 보았다.  까놓고 얘기하면, 숙주를 발견하자 살기위해 여기저기서 바늘을 꽂았다. 숙주는 말라비틀어져있다. 돌볼 여유가 없다. 기생, 원초적인 생존. 거주자와 상관없이 도시생명 자체에 대한 감정이다.

도시에서의 인간 삶이라는 것이 끔찍하고 그 원초적인 힘이 무섭기도 하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교육받은 대로 건강한 생각을 하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세뇌당한대로라면 사람들 각자의 삶은 아름답다고 하니까. 그래도 얘(딜쿠샤)한테는 그런 긍정의 힘을 못 찾고 있다. 왜 일까? 주기상 내 감정상태가 우울해서? 유독 차가운 겨울이라서? 우아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삶의 레벨이라고 하는 층위는 분명 존재한다. 내 시야의 범위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내가 딜쿠샤를 바라보는 시선 / 아파트 거주자가 달동네를 바라보는 시선 / 재벌회장이 빽빽한 아파트단지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생각하게 된다.

종종 이런 장면에 대해 설명을 요구받는다. 미처 매끈한 피부까지 만들지 못한 몸체는 핏줄과 근육들이 드러나있고 그 생소한 모습이 징그럽게 보일 수 있지만,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딜쿠샤는 현재 국가소유재산이다. 문화재지정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지만 확정되진 않은 것 같다. 서울골목길 투어안내판에 등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답사코스로 들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계단참에서 밖으로 확장된 화장실

 

 

 

 

공동주거 형태로 개조가 되어 최소한의 이동통로를 확보하고 모두 개별 거주공간이 되었다. 좁은 복도 때문인지 옛날 일본식 합동주택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몇년전 적산가옥을 찾아다니다 방문했던 합동주택이 생각났다.

합동주택, 용산구 신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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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요계획, 삼일절 특집다큐멘터리 “아버지의 나라” (2006.02.28) 를 보면 이 집을 지은 알버트 테일러와 그의 부인 메리 테일러의 한국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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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JinzaSpace

5 thoughts on “도시 생명체: 딜쿠샤 DILKUSHA, 행촌동

  1. 글들이 재미나고 공감가는게 많은것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2. 방치된 문화유산 ‘딜쿠샤’를 아시나요 경향신문 2012-08-23
    문주영 기자 mooni@kyunghyang.com
    테일러 부부가 추방된 이후 딜쿠샤는 줄곧 저소득층이 무단점유해 1980년대에는 40∼50가구까지 거주했다. 현재는 10여 가구가 남아 화장실 1개를 공유하며 쪽방촌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현행법에는 국유지 거주민들에 대한 이주대책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종로구는 “향후 서울시와 협의해 거주민들에게 임대주택을 마련해 줄 수 있는지 확인한 후, 시에 문화재 등록 추진을 건의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32239285&code=9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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