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옆에 새로생긴 막걸리 집에 가다가 대로변이 싫어서 뒷길로 갔다.
교회, 식당, 펍이 한건물에 있었는데 교회간판과 식당 차림표가 겹쳐 있는 것이 재밌어서 찍었다. 믿음 차림표 같아서 말야.
가만보니 이 길, 이상하게 생긴 건물이 많다. 도로정비를 하면서 케잌 자르듯이 잘려버린 건물들이 있다.
타일건물이었는데 잘린 부분은 페인트 칠해 놓고 있다가, 벽돌무늬 샌드위치 판넬로 2층만 덮어버렸다.
(다음 로드뷰 캡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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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먹어버리고 남긴 공간은 비효율적으로 길다란 삼각형 건물을 만들었다. 한쪽은 간판보다도 얇은, 50cm도 안 되는 두께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라도 내 땅을 찜해놓고 내 건물이 조금 더 눈에 띄면 된다.
아니 대체 어떻게 이걸 이렇게 남겨 놓고 자른담… 상상을 해 본다. 철거하러 왔을 때 건물 주인은 혹시라도 더 자를까봐 노심초사하며 날카롭게 쳐다보고 있었을게다. 다 가능해..엄청 비싼 땅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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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2층에 테라스도 있고 두께도 좀 더 두껍다. 그래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을 보면 답답해 보이긴하지만, 이 도로는 앞으로 사람들이 많이 다닐 것 같으니까. 공간활용을 어떻게 하는지 재밌게 봐야지.
부동산이라고는 수백명, 어쩌면 천명이상의 공동재산인 선산 밖에 없는 나로서는…. 그나마도 딸들에게는 권리가 없다가 몇년전에서야 인정받은… 이어도같은 부동산. 샛길이지만, 명절에 성묘갔다가 엄마가 아빠에게 해맑은 미소로 한 말이 생각난다. “얘네들도 결혼 안 하고 죽으면 여기 묻힐 수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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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붙어있다가 도로 때문에 뜯겨버렸다. 지붕선이 그대로 판박이처럼 박혀있다. 난 이런 자국이 좋다. 작은 파편하나로 커다란걸 상상하게 만들잖아.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나? 지저분한가? 왼쪽, 차에 가려진 깨끗한 담은 새로 한 것인데 오른쪽에 이 허름한 담들은 왜 그대로 남겨놨을까? 공사비를 아끼려고인 것 같다. 아무튼 ‘돈’이라는 것은 거의 모든 것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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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모습. 자린 부분을 가장 많이 수습한 것이 샌드위치판넬과 갈바라는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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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로 59길 : 도로 정비 전후 항공사진, 다음지도
현재는 폴순복음교회와 서울식당이 그새 사라지고 내부공사중이다. 이 길을 중심으로 주변 건물들 정비는 다 끝이 났다. 도로가 생기고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부동산에 새바람이 불었다. 기존의 건물들도 공사를 많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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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주소 번호판이 붙은 것은 몇년전에도 있었는데 무용지물이었다. 그 번호판으로 경찰에 신고를 해도 몰랐을 정도다. 그 번호판은 왜 붙였는지 정말 이해 안 가지만, 작년쯤 번호판을 새로 싹 다 바꾸더니 본격적으로 홍보를 한다. 보광로 59길이라니… 마음에 안 들어. 돈도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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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동네군요.
잘리면서 동네 분위기가 많이 바뀐 느낌이네요!
집들은 비스듬하게 지어졌는데 도로를 반듯반듯하게 내서 생긴 절단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