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 동대문아파트
규모: 큰방1, 작은방1, 부엌, 화장실 (계약평수 12평, 전용면적 30.5㎡,9.25평)
월세 : 40만원 / 1000만원
입주자: 유병서, 30대 1인 (하는일: 디자인, 기획, 출판, 글쓰기….)
거주기간: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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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찾아가본다. 문자를날렸다. “몇호인가요?”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뭐 같잖아요… 암호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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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맘에 드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
우리집이 좋죠. 들어오는 입구도 드라마틱하고, 휴먼스케일이라고 해야되나? 좁고 정감있고 낮고 그런 부분들 오래됐고 시간성이 있다는 것도 되게 좋고.
아파트 입구와 계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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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점은 무지하게 불편하죠. 방음이 잘 안되고 단열이 잘 안되고…
옆방소리가 들려요?
다 들리죠. 된장국 냄새도 다 나고. 여기 어르신들이 운동을 못 한다구요. 그러니까 어르신들은 이 앞에서 삥삥도는 운동을 하거든요. 그것 때문에 아침에 잠을 깬다고요. 그런 기술적인문제.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그리고 얼마나 먼지가 많이 나는지… 소리도 직접적으로 노출되어있고. 그리고 욕조가 없다는게 제일 분만이죠.
아파트 중정: 도르레를 이용한 빨래줄
보일러 배기관이 서로를 겨누는 대포같다. 복도가 길고, 순환되기 때문에 걷는 운동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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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들어오기 전부터 재개발된다 그런 이야기 있었잖아요.
그런 이야기가 있었고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서울시에서 보존을 하면서 어떻게 하겠다 그랬는데 자세히 안 들여다봤어요.
아파트 앞에 뭐 붙어있던데 조합 어쩌구…
실재로 봐도 이 공간은 재개발할 메리트가 별로 없지. 지가도 너무 비싸고 그 다음에 그거 뭐지 용적률이라고 하나? 이 좌우로 큰 건물이 있고 그러니까 사실 샌드위치로 눌려있어서 굉장히 우연적으로 개발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애매한 공간이 되어버린거야 지금. 다른건 별로 관심이 없고 사실은 이 공간을 사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사버릴려고.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고있죠.
여기가 얼마인데요?
2억정도 하는 것 같아요.
2억이면 낙원아파트도 그정도 되지 않나?
거기는 내 나와바리가 아니라서. 공간보다 이 주변 관계들 있잖아요. 나는 여기가 딱 좋은 것 같아요. 일단 1호선과 6호선 제일 중요한 교통이죠.
부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좌측으로 부엌공간이 있다. 부엌에서 하는 건… 칫솔과 커피드립퍼가 있는 걸보면 간단히 물쓰는 일 정도. 요리는 전무한 것 같다. 가스렌지가 없다. 독특한 건 가장 큰방과 이 공간 사이에 작은 창문이 있다는 것. (사진우측하단부에 작은 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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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모든 걸 다 해결해요. 잠도 여기서 자고, 저 큰방에서 자면 자꾸 악몽을 꿔서….큰방에 한번도 안 들어가는 날도 있어요.
자려면 좀 좁겠다.
딱 맞아요.
이 낙서들은… 굿? 굿한거예요?
굿이죠. 하하하…
과일쥬스와 달지않은 과자를 사갔다. 악몽을 꾼다는 큰방에 앉았다. 음료수 마실 컵이 하나밖에 없어서 고민하더니, 다행히 어디선가 와인잔이 하나 나왔다. s는 와인을 마시고, 난 오렌지쥬스를 마셨다.
어떻게 이사오게 됐어요?
충무로로 회사가 이사했잖아요. 내가 내 공간을 가진 게 하계동 한신아파트가 처음이예요. 일단은 소득이 있어야 집이 있으니까… 동네를 봤는데 실제로 충무로에서 인접한 공간 중에 생활권이라고 했을때 제일 인접한 곳이 여기예요. 충무로는 거주공간이 거의 없고 있어도 높게 책정되어있고. 진양상가 아파트 있잖아요. 원래 거기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거긴 너무 비싸고.. 여기는 최소장님이 하도 여기를 이야기 하고.. 그래서 봤는데 방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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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방: 부엌과 큰방사이에 난 창은 막은 상태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창문쪽이 북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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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굿을 했는데도 여기서 자면 악몽을 꿔요?
머리를 이쪽으로 놨을때랑 저쪽으로 놨을때랑 다르고… 사실 그림을 그린 다음에 이쪽에서 잔 날이 한번도 없어요. 지난 겨울? 몇 달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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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가 따듯하네.
무지하게 내요. 가스비
집을 사면 여기를 살거예요?
이 집이죠. 살고 있는 곳
악몽 꾼다며…
그런데 뭐라고 해야할까. 이제 슬슬 나이도 먹고 그러니까 집을 사야될 것 같아요. 어쨌건간에 대출 좀 받고 자기 돈 해가지고 산다고 하더라고요. 뭐 주변에선 경기도 외곽이나 싼데 아파트를 사서 갈아타는 거다. 이야기하는데 사실 난 집을 소유할 생각을 해본적이 없거든요. 그걸 해야한다면 추상적이어가지고. 아는 공간을 먼저 시작하는게 맞지 않을까.. 장기적으로 보면은 나중에 이게 털리게 되면.. 또 집주인이 팔지 안 팔지 모르겠지만 이걸 산다고 생각하면 구체적일 것 같아서. 낙서도 좀 더 보전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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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변기와 문 상이에 배관파이프가 노출되어 서있다. 세탁기는 좌측에 가려져 안 보임.
집이란 것 자체가 내가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되잖아요. 쉴 수 있는 공간이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던…. 물론 이야기한 것처럼 직장과 관련된 위치도 중요하고. 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뭔지?
우리 집에서? 저한테요? 화장실인 것 같해. 욕조.
아 욕조를 만들고 싶구나. 세탁기 빼고 저기 욕조놔요.
그거 고민하고 있어요. 항상 고민하고 있는 중이예요.
이동식 욕조도 있고, 고무다라이라도 하나 갖다 놓고..
생각해보면 나도 쉬는 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나는 쉴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거야. 그런데 오래 못 있으니까 3분에 한번씩 나갔다 다시 들어가는 그런 구조가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게 서울에는 욕조가 딸린 집이 별로 없을 뿐더러, 혼자서 사는 집은 더더욱 없다고요. 찾아보면 대략 그렇게 나오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이 집에 욕조를 들여놓기에는 또 다른 선택의 문제가 있는 거죠. 안 그래도 코스트가 발생하는 건데, 사서 갖고 오고 그걸 버리거나 또 갖고 가야되는데. 사실 그 다음에 예상을 할 수 엇는 거잖아요. 그걸 계속 생각하는 거죠. 내가 50만원 투자했을 때 내가 받을 만한 행복의 가치가 그걸 상의하는..
아 지금 계산중이구나.
계산중이예요. 모든게 그런 것 같해. 벽지 이게 다 터졌거든요. 터지면 주인이 2년에 한번씩 갈아줘야되거든요. 그렇지 않나요? 바닥도 갈아줘야돼고. 내가 이걸 어떤 타이밍에 주인에게 이야기 했을 때 주인이 그거를 잘 받아들이고 원하는 조건에 끌어올 수 있을까 그런 작은 전쟁들? 작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을 기획하는… 하하하
나는 집을 그냥 내가 고쳤어요.
돈내서?
응 내가 돈내서
그런 친구들도 간혹 있더라고.
주인이 어느정도까지 고쳐줄 그런 에너지가 없는거야. 돈도 없고 에너지도 없는거야. 그러니까 아예 들어갈 때 내가 이렇게 고치고 살께요. 벽도 허물고 벽지도 다 뜯어버렸어. 다 뜯고 페인트 칠해버리고
그래서 선택이 되게 중요해. 어떤 시점인가. 내가 3년 차에서 그런 선택을 하면 내가 바보지
아 3년차면 너무 오래…그런데 여기서 오래 살 생각이 있다면서 거라면서!
그게 인류의 앞날은 모르는 법이니까.
계약은 2년에 한번씩 했어요?
2년을 했고 일단 1년을 더 계약을했죠. 사실 이 집에 계속 살고 싶다고 해서 다른 가능성을 타진을 안해보는 것도 아니죠.
가능성이 많구나…
집안에서 욕조가 중요한 것 같해요. 수압도 중요하고 뜨거운 물이 잘 나와야하니까 욕조를 파생으로해서 생기는 것들이 되게중요해요 잠은 사실 아무데서나 자도 상관없거든요 침대가 있고없고 중요한건 아닌데 욕조는 되게 중요한 것 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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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방: 옷방, 기타 수납공간으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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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와서 낙서한 것 외에 뭐 집을 고치거나 한 거 있어요?
처음에 이 벽(작은방과 큰방사이 벽)을 털려고 했는데… 문 뗀 것 뿐이 없어요. 화장실 문을 뗐죠. 그것 외엔 한 거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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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중정 복도: 개별 현관문, 창문… 다 다르다.
요기 동묘 앞에 보면 선생님들이 많잖아요. 벼룩시장아저씨들이 공간 셋팅하고 이쪽 동네가 어떻게 보면 사대문이 있고 딱 경계에 있잖아요. 중심이 있고 슬럼이 있고 그런 적층처럼. 여기가 딱 중간지대인 것 같아요. 여긴 되게 멀티컬쳐거든요. 몽고인, 중국인, 파키스타인, 인도인… 그런사람들이 모여산다구요. 하나로 엮는 코드가 없어요.. 문짝도 다 다르고. 엄청많이 살아요. 약 30%이상 살걸요. 그래서 약간 무정부주의적 혼란이 있어요. 이 안에.
예를 들면?
1층 현관에 쓰레기가 이만큼 있었거든요. 모든 사람들이 다 거기다 버리는거야. 부녀회에서 이대론돈을 더 이상 안되겠다. 모아서 싹 치우고 페인트를 칠하고 그랬어요. 6개월 밖에 안 됐을걸. 거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또 쓰레기를 갖다 놓고. 한글 해독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부녀회에서 새마을 운동과 난독이나 해독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고.
이 아저씨가 고지서를 맨날 이렇게 손으로 쓰거든요.
공동전기료가 이만큼인데 131호로 나눠서 3,8050원이 부과.
아니 나는 이 아저씨가 손으로 쓴다는 게 너무 재밌는거야. 그리고 여기 복사비 8000원.
재밌다 이거.
주인이 와서 보면 깜짝 놀라겠다. 낙서 때문에.
그런면에서 보면 쿨한 것 같기도하고
와서 본적있어요? 낚서해놓은거 보고?
아니 그런적은 없어요. 주인은 내가 월세를 꼬박꼬박 낸다는 걸 고마워하는 것 같해요. 되게 웃긴 게 이 집을 나가려고 했거든요. 계약2년 끝나고. 그런데 들어 올 사람이 없는거야. 아무도 이런집을 원하지 않아 지금. 젊은 사람들이.
괜찮은데..
아주 소수인데, 막상 또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나는 경희궁, 경복궁쪽으로 가려고 그랬는데, 따져보니까 생활의 질은 낮아지고 지불해야될 돈은 더 올라지더라고요. 나가려고 계약상태까지 갔다가, 이쪽에서는 들어올 사람이 없어가지고 좀 있어라. 좀 이사비용도 따지고 보니까 두 달치가 비더라고. 돈버는 셈 치고 있자 그러다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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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들 보면, 주인이 어느정도까지 고쳐줄 그돈도 없고 의욕도 없어. 창문도 바꾸면 확 차이가 확나는데 가령,한 방에 창문이 2개야. 나무창이 오래돼면 뒤틀려서 바람이 술술들어오거든요. 주인할머니한테 창문을 바꿔달라고 그랬어. 그랬더니 하나는 해주겠는데 나머지는 못해주겠다는거야. 그러면 별 효용이 없거든.
협상이라는 건 너가 원하는거 반 내가 원하는 거 반이지.
그렇다고 해서 안 추워지는 것이 아니거든.
엄마~신발사줘 그랬더니 한짝만 사주는 것… 하하하…
내 논문의 주제가 그거였거든요. 실제 공간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집을 실제로 내가 집을 사거나 집을 바꾸거나 사실은 과정에 대한 이해나 프로세스에 대한 훈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잖아요. 공간자체를 바꿀 수는 없으니까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자. 이를 테면 이런것도.. 집이자 캔버스인거죠. 집이자 연습장 노트. 집+노트, 집+창고랄지 단순히 뭐 집에서 맨날 살아야하나? 내가 집에서 하려고하는 프로젝트가 하나있어요.
호텔을 만들어보려고해. 이 자체로 그냥. 신청을 받아가지고 있는 그대로 놔두고 난 그냥 옆에서 호텔에서 자는거지.
‘빈집’ 있잖아요.
‘빈집’은 잘 몰라요.
어떤 사람이 집을 샀어요. 집을 사가지고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주거 공간을 갖기 되게 힘들잖아요. 저렴한 비용으로 살 수 있게 오픈했어요. 방마다 1~2명씩?
거기도 한번 가봐야겠다.
나 혼자서 살면 부동산계급의 최하층이 되는건데 친구랑 같이 사는 것이 주거의 질이 올라가긴 하지.
그런거 볼 때마다 집에서 또 욕조가 중요한 게. 개인공간이란게 있잖아요. 이런저런 사람들이랑 살게되면 어쩔 수 없이 유대감이 필요 한거고. 개인공간이 사회적인 공간으로 되는건데 그런 경우가 나는 되게 싫더라고요. 내가 좋은 환경에서 여러 사람들과 사는 가치와 고시원에 살더라도 혼자서 있는 가치가 어느게 더 우선하냐 이거죠.
그렇게 살아 본 적 없죠 친구들이랑?
나는 무지하게 많이 살아봤죠. 그게 너무 싫어요. 그게.
내가 살 당시에는 그 사람들이랑 집에서 마주친 적이 별로 없어. 행동하는 시간대가 다 틀린거야. 대학원다니는 사람, 한 친구는 밤에 활동하는 친구였고, 한 친구는 매일 출근해 그러니까 활동하는 시간대가 다 틀려요. 그러니까 바깥에서 돌아다니다가 만날 때가 더 많아요.
그렇게 디자인을 하면 되겠구나..
그 집이 좋았던 것은 마당을 통해서 집에 들어가고, 햇살 가득한 넓은 거실이 있고…
저는 왜냐면 우리가 같이 살았을 때 다 애들이 돈이 없고 직업을 가진 애들도 별로 없었거든요. 학교를 다니는 애들도 없고 다 놈팽이 룸펜들만 모여사니까. 주구장창 집에만 있는 거지 뭐. 돈이 있어 뭐가 있어. 애들 맨날 놀러오고 술먹고 깽판치고 아 새끼들 짜증나. 싸우고 막
혼자 이런 공간을 가지는 게 제일 좋긴 하죠. 그런데 요즘에는 원룸은 싫은거야.
난 원룸은 좋은데. 살아본 적이 없어가지고
원룸은 여기서 저기까지 다 보이는거야. 어디 갈데가 없는거야. 심심해.
나는 옛날에 원룸식 아파트였거든요. 거기서는 되게 좋은게 아예아무것도 엇었거든요. 이불도 구겨넣는 장에 넣어놓고. 아무것도 없어요. 스탠드 책도 없고. 그야말로 빈집에서 사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느낌이 되게 좋더라고요. 술병들 이렇게 모아놓고. 그냥 뭐랄까. 집을 통제하는 느낌? 여기는 코너가 너무 많아갖고 통제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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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낙서들은 뭐예요?
굿이예요. 굿
가끔 페이스북을 보면 호텔 두루말이휴지에도 막 낙서 하던데
살다보면 스트레스 있잖아요. 사고의 잔재들을 털어내지 않으면 마음에 병이 나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글을 썼거든요. 되도록이면 직설적으로 글을 썼는데. 언제부터 그게 안되는거예요. 머리가 크다보니까 사회적 이슈도 생기는 것 같고, 막연한 불안감이나.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었어요. 그런 마음이 커지니까 이게 쭉쭉나가야 되는데 펀치가 안 나가니까. 그래서 문제가 있다. 방안을 찾다가 처음에는 사진 찍는 거였어요. 사진을 찍다가 그건는 중간에 매체가 기계다보니까 여러가지 뭐랄까.. 몸이 반응하는 게 한계가 있는 거예요. 어느날 쓱쓱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게 너무 즐거운거야. 그래가지고 매일매일 매순간매순간. 일단 놀러가면 호텔가면 그냥 자고 텔레비전보고 그러는데 나는 그림그리는게 더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그림만 그리는거죠.
아 그거있다. 내가 가끔씩 일주일에 한번씩은 이 옆에 호텔이나 이 옆에 호텔에서 자요.
왜?
그게 처음에는 집에 들어오기 너무 싫어가지고 그랬었거든요. 무슨 얘긴지 알아요? 혼자.. 집에 들어가고 싶은데 들어가서 자기가 너무 싫은거야. 여기 삼호관광호텔이랑 이스턴관광호텔이 있어요. 그때 마침 호텔관련 일이 있었어요. 리노베이션. 그래가지고 서울시내에 있는 호텔 뭐 조선, 프라자 비싼데서부터 하이앤로우를 찾아다니면서 자는 게 취미가 됐어요. 싸보이는데도.
뭐랄까 되게 이상한 게 놀러가서 호텔에서 자면은 그냥 그렇거든요. 그런데 자기 동네 옆에 있는 호텔에서 자면서 자기 동네를 보면은 마치 여행 온 것 같아요. KTX 왔다갔다 하는거 빼고 뭐 빼면은 그냥 서울시내 호텔에서 노는 게 훨씬 더 풍부한거예요. 그런데 조건이 있죠. 혼자 가야되는거야. 여자친구랑 같이 가거나 딴 애들이랑 같이 가면은 약간 시선이 방해를 받아요. 혼자가서 자면은 되게 재밌거든요.
내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호텔에서 자는 걸 좋아하니까 호텔 안에 들어가가지고 그림을 그리자. 하나씩하나씩 소위 말하자면 포트폴리오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거죠. 여기 무슨 호텔이 하나 새로 생겼어요. 청계천변에. 거기 가서 침대를 다 치우고. 종이를 다 바른다음에. 아주 나만을 위한 아주 일시간의 인스톨레이션을 해서 페인팅 인스톨레이션을 하고 아침에 치워가지고 갖고 오고.
사진 기록남기고?
사진 다 실시간 페이스북에 올린거 다 시실간이예요. 그런 짓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차근차근 할려고 하죠.
아니 나는 딱 봤는데 호텔사진이 있는데 분위기가 유럽은 아닌 것 같고, 일본여행갔나? 그랬어
호텔에 가가지고 혼자 노는거. 욕조같은데다가 수성페인트로 낙서 하고 지우고 거울같은데..
요즘하는 강의가 그거거든요. 공간즐기기. 의식주가 있는데 패셔니스타라는 낱말도 있고 식도락가라는 말도 있는데 공간을 즐기는 사람에 대한 말이 없는거야.
그거 있잖아요. 플라너(flaneur)라고. 옛날에 그 ‘산보자’.
그런데 일반적이지 않잖아요.
일반적이지 않죠.
일반사람들이 공간을 즐기는 걸 던져주는 거예요.
좋다.
처음에는 내 집부터, 동네… 도시인의 동네는 시골이랑 다르잖아요. 도시 이야기도 하고….그 호텔이야기, 재밌는 것같아요.
나중에 한번 불러주세요. 여러가지 프로젝트가 있어 공간즐기기에 대해서.
그 뭐지? 요즘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현대미술하는 친구들 보면 장소특정적 예술이라고 해서 나오는 것 같아요. 작년에 화두였는데. 어떤 예술의 맥락이나 그런 것들이 구체적이지 않고 정교하지가 않는 거야.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공간이라는 것이 자기의 1차적인 공간부터 시작되는 거잖아요. 자는 곳 일하는 곳 내가 타는 버스, 지하철…이런 데서 시작이 되야 하는데. 뉴타운이라는 큰 것이 있으니까 그것에 반하는 것이 공간 찾기의 실천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딱 있더라고요. 공간이라는 것이 물질적이기도 하지만 비물질적이기도 하잖아요. 강아지들 같은 경우 오줌 싸고 다니는 것으로 자기 공간으로 하는 것처럼.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또 하나 하는 게 태깅이라고 태깅. 스티커 붙이고, 낙서하고…
OO에 낙서했다가 그 쪽에서 막 뭐라고 해가지고. 그 친구들도 장소 특정적 예술이다 그런걸 하잖아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재스쳐인데… 아직까지는 이런 담론이나 이런 것들이 명확히 설정이 안 됐구나, 통용되는 사고의 층위가 다 다르구나 그런 것들을 많이 느끼게 됐어요. 물론 뭐 여러가지가 있지만.
내가 요즘 하는 것은 뭐랄까 연예인 코스프레 같은 건데, ‘진짜공간’도 어떻게 보면 그런거잖아요. 부자집의 공간이나 유명인의 공간이 아닌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당신이 연예인이고 당신의 집을 보여주세요. 그게 진짜공간입니다. 그런 거 아닌가요?
연예인 코스프레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실재… 그러니까 이미지와 실재가 있잖아요. 우리가 보는 이미지들은 잡지에서 보는 이미지들… 정말…
상투적이죠.
일상, 실재를 봐야 그걸 개선을 하건 뭐하건 하는데 환상에만 사로잡혀 있고 자기 공간을 직접적으로 보진 않는 거야.
아. 그렇지.
관찰……..
나 같은 경우는 ‘진짜공간’ 프로젝트를 보면 재밌다고 느끼는 요소자체가. 내 입장에선 그런거거든요. 마치 현빈의 집을 소개하듯이.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데 집 사진을 찍고 퍼블리싱을 하는거잖아요.
어떤 시선에서는 맞아요.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거든요. 페이스북을 통해서 일상을 스타중계하듯이 내 자신이 내 자신의 파파라치가 돼서 셀카도 찍고 오늘 뭘 먹었어요도 찍고. 어떤그림을 그렸어요 찍고. 누굴 만났어요…찍고, 우리집은 이래요 찍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찍으면서 실시간으로 중계를 하는 거거든요. DAILY가 아니라 HOUR TO HOUR로 하거든요. 그런걸 통해서 자기 생활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통계가 가능하니까 기록이 되면.
여기가 한번 물에 잠겼었어요. 위에서 물이 새가지고….
사실은 낙서가 곰팡이가 피어서이기도 해요. 곰팡이가 피어가지고
물샌 다음부터 곰팡이가 피었겠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덮다보니까
그러면 낙서를 이 집에서 먼저 하게 됐어요? 아니면 원래 하고 있었는데
집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거죠. 이 앞에 있는 벽들 있잖아요. 노트를 했거든요. 생각나는대로 적다가.
아! 무슨 인테리어를 하게 됐어요. 레이아웃을 안 해보다가 해보니까 재밌더라구요. 공사완결이 됐는데 너무 삥…한거예요. 너무 멋있는거야. 의외의 요소가 없어요는거야. 화장실에 낙서를 하자 그랬거든요. 해 그러더라고요. 갑자기 막상 그러자니까 당황되는거야. 연습을 했죠. 집에서 되게 열심히 연습을 한다음에 낙서를 할 때도 기운으로 딱 몰아붙여야되는 거더라고요. 의식을 정갈하게 해가지고. 그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거기도 바닥 변기 다 선으로 다…
그러고 인제 어디 갈때마다 주로 화장실이 타겟인데 어택을 하죠 어택 공격. 사람이 별로 없고, 좀 마음에 들지 않는구석이 있는 화장실에서 그냥 바로. 바로 꺼내죠 연장을.
…….
세종대왕이 난 너무 싫거든
나도
다들 다 싫다고 막 그러는데 몸에 암이 있으면 암이랑 같이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된다. 세종대왕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연습을 해야된다. 안 그러면 서울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가지고 만남의 장소로 활용을 하고 있거든요. 미팅스팟으로 쓰고 있거든요. 공간을 그런식으로 사용할 때에 느껴지는 뭐랄까… 그러면 세종대왕이 귀엽게 보이는 것 같해. 만남의 이정표.
세종대왕은 예뻐하기 힘들 것 같아. 세종대왕이 거기 있기 때문인 것 같해. 서명운동도 하고그랬다는데
없애자고?
딴데로 옮기자고
5센치만 옆으로 옮기는거야. 하하하…그래서 이 얼마나 무의미한 행동인지…
……………………………………………………..
…………….계속 싸인펜으로 낙서 중………..
녹취한 파일을 들어보니 계속 ‘쓱싹 쓱싹 사사사삭….’소리가 들린다.
Copyright © 2012. All Rights Reserved.
너무 좋네요. 세종대왕을 좋아하기 위해 마음을 연습하는 글은 재잘거리는 따스함이 느껴져요. 잘 읽었습니다.
재잘거리는 따스함… 표현이 참 좋네요. ^^
재밌다
재밌다니 다행입니다. 재미가 빠지면 저도 싫거든요. 감사…
뒤늦게 알고 주구장창 머물다 갑니다. 저도 나름 오래되고 재밌는 아파트에 살다가 다음주에 이사가게 되었는데, 미리 알았으면 한번쯤 공개해도 좋았을 것 같아요. ^^
오래된 공간만 소개하는 것은 아니고 현재 존재하고 있는 공간이 주요테마입니다. 그리고 공개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