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과 경리단 사이, 녹사평대로에는 횡단보도가 없고, 지하도와 육교 뿐이다. 아주 불편하다.
남산2호 터널과 3호터널로 나오면 녹사평대로로 연결이되는데 여기저기 입체 교차로가 있어서 지상에 횡단보도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위험하다.
후에 미군용산기지를 공원으로 만들면 공원으로 가는 길들이 이 도로와 함께 어떻게 정리가 될 지 궁금하다. 잘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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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터널 앞 육교에서 찍은 사진.
계획당시 보행자는 아예 없다. 눈씻고 찾아도 뭐 배려따위 대범하게 버리셨다.
그래서 생겨난게 지하벙커 비밀통로 같은 지하도.
불편하고 쾌적하진 않지만 묘한 느낌이 재밌긴하다. 비밀통로 자체가 흥미롭긴 하니까.
이 동네에 살더라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도 한참 후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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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평 대로
녹사평대로와 연결된 이태원지하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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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평 대로를 가로지르는 지하도
매번 바뀌는 포스터와 함께 그림들이 그려지고 지워지고, 그려지고 지워지고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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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하도를 전세내신 노숙자 아저씨가 한분 계신다. 동냥그릇은 있으나 비굴한 표정은 절대 짓지 않으시는 그 분이 하루는 저 끝에서 아주 요염하게 팔을 머리에 괴고 옆으로 누워서 이 쪽을 보고 계신 게 아닌가. 그 대범한 자태를 보는 순간 멈짓했다.
자기앞으로 워킹하며 걸어오는 행인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자기 앞에서 멀어져가는 행인들의 뒤태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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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프랑스영화를 보았다. 모니카 벨루치와 벵상 카셀이 나온다. 그 영화를 본 후로는 지하도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이프’와 ‘돌이킬수없는’ 이 두 영화는 보고나서 내내 후회한 영화다. 미친 치과의사가 나오는 ‘이프’라는 영화는 비디오로 보다가 중간에 꺼버렸다.
밤늦게 이지하도를 건너는 것은 참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인적이 드문 지하도는 아무리 멀어도 돌아가거나 행인들이 있을때 묻어가거나.
아무튼 ‘돌이킬 수 없는’ 이 영화 절대 보지마세요. 돌이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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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는 아무리 잘 꾸며도 지하도다. 꽉막힌 공간은 기분이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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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저도 ‘돌이킬수없는’을 녹사평지하도에서 떠올리며 발걸음을 빨리했던 기억이…
보셨군요. ‘돌이킬수없는’트라우마. ㅡ.ㅡ
터널을 끝에 정말 보물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예요!
그런데 밤에 다니면 진짜 무서울듯…
다니다 보면 길을 사람을 위해 만든건지, 차를 위해 만든건지 싶을 때도 많고ㅋ
얼마전엔 지하철 환싱통로에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보던 ↓와 X 표시를 보고선
내가 사람인가? 차인가? 싶기도 하더라구요.ㅋ
사람인가? 차인가? 기계나 무생물에 치이는 것이 생물로서 자존심이 좀 상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