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처음 ‘네 방을 보여줘’ 글을 쓰게 된 김민주(M)입니다.
폭염의 여름날 오후 3시 경, 옥인동의 설계사무실에 근무하는 장우재(W)씨와 (사진촬영 및 실측) 함께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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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인동 통인아파트 3층
규모 : 주방 겸 거실, 화장실, 큰방1, 작은방1 (18평, 59.4m2)
전세 : 1억
거주기간 : 15개월
입주자 : 2인 (L 이지은 : 도예가 / K 김한울 : 지역활동가), 고양이(해로), 텃밭 야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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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계단과 아방가르드한 난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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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 초입에 있는 효자아파트는 이 동네(서촌)를 좀 돌아다녀봤다는 사람들도 의외로 잘 인지하지 못하는, 어느덧 풍경이 되어버린 건물입니다. 1,2층 상가의 삼각계단과 아방가르드한 난간은 유럽의 빌라 같았고, 3층부터 펼쳐지는 아파트의 중복도는 사뭇 음산한 분위기도 풍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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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차, 신발장,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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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아기를 위한 물건들이 있네요? (L은 현재 임신6개월이다.)
K 아기가 생겼다 그러니까 지인분이 꼭 주워가라고 했어요. 지나가면서 봤다며. 사준 것도 아니고…
M 갖다 주신것도 아니고, 주워가라고?
K 네, 꼭 주워가라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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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제가 두 번 다 여름에만 방문을 해서, 겨울은 어떠셨어요?
K 겨울엔 저 커텐을 쳐 놓고 있었는데, 아직 떼질 않았어요.
L 근데, 커텐 치면 좀 낫긴 한데, 안방엔 결로현상이 좀 생기더라구요.
K 창틀이, 콘크리트 벽에 나무 창틀을 얹은 위에 샷시를 올려 놔서, 그 틈마다… 잘 보면 빛이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코킹을 새로 하고…
M 손을 계속 봐 가시면서 사시네요.
K 올 겨울에는 샷시를 어떻게 해 보려고, 두꺼비 하우징 통해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만약 되면 다른 집들하고 같이 얘기를 해서 진행하면 좋은데. 말씀을 들어보니 바깥을 다 싸는 방식으로
M 외단열?
K 네, 외단열로 하는게 더 좋다. 그리고 제일 걱정인건 구조안전진단을 해야 하는데, 지하에 가면 콘크리트가 백설기 무딘칼로 썰었을 때 생기는 큰 구멍 있잖아요. 그런 소프트한 무언가가… 떼려면 떼어질 것 같아요.
M …지금 우리 그 위에 있는거죠?
K 네… 그런 상황 때문에 함부로 구조안전진단을 받을 수가 없는 거에요. 허물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건물이 40년이 됐는데, 한 번 받을 때가 온 것 같아요. 가능하면 이웃주민과 같이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M 여기 반상회는 옥상에서 한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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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가 만든 데칼코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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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여기 도배도 다 있던 그대로 뒀어요. 때는 묻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아서, 비용도 만만치 않고. 저기 도배가 쳐져서 내려와 있길래, 그 부분을 땄더니 데칼코마니처럼 모양이 남아 있길래 (도배지에 풀칠을 하고 접었다고 편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다) 색깔도 나쁘지 않고, 모양이 괜찮아서 두기로 했어요.
W,M (깨닫고 웃음)
M 이만큼이 원래 베란다였나요?
K 그건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추측이 돼요. 구조가 튀어나와 있고, 보일러가 붙어 있어서. 베란다가 아니면, 옛날 아파트엔 베란다라는 개념보다는 장독이나 이런 게 아니었을까.
M 제가 작년에 왔을 때랑 변한 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L 신발장, 책장, 책상 주워온 것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기왓장 + 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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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요즘 작업은 어떠세요?
L 요즘은 많이는 못해요. 배가 불러와서. 8개월이 되기 전에 촉박하게 큰 작업들 하고 있어요.
M 앗 이건!
K 이거 궁해서 쓰는 거에요. 기와 고재는 지은씨가 도예할 때, 무늬를 보려 구해 온건데 돌아다니다가. 작업실 문이 자동으로 계속 닫히는거에요. 그래서 이걸 괴어놔야 하는데, 돌돌이도 어디 둬야하는데, 둘 데가 없는거에요. 두 개를 결합해서 쓰기로 한거죠.
M 콜라보네요! 오오 멋지다–
K 네, 전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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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의 입식 작업공간과 커튼으로 가린 옷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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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햇빛을 받는 L의 작업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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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커피 대접을 받았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부엌에 붙은 조리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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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조리법들이에요?
L 네에–
M 이게 한울씨 글씨에요?
L 아니, 내 글씨…
L,K 이게 한울씨 글씨, 이게 내 글씨 (본인들도 헷갈려하시는 중)
K 들쭉날쭉해요.
M 하하, 정말 너무 다른데요?
L 이게 한울씨 글씨고, 이런 글씨가 다 내 꺼.
M 아아~
K 약간 이렇게 날카로운 글씨는 지은씨꺼고. 저는 컨디션을 많이 타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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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씨와, 서촌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서촌, 경복궁 서측지역, 세종마을), 오래된 아파트에 대한 여러 주체들의 이익에 따른 행동들, 서울시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집을 고쳐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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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아파트
M 세입자들은 오래 이 곳에 살고 싶어하는 편인가요?
K 세입자는 많이 오래 살아요. 작년에 반상회에서 보니까 20년씩 사시고. 보면 이 동네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세입자들이 오래 사는 집들이 많아요. 나가는 세입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임대료가 오르는 것 하나, 집이 낡아서가 하나.
M,W 오오
K 10년 전의 임대료로 별 이유가 없으면 계속 올리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오래 남아 있는 세입자도 있고…
전 이만 볼일이 있어서 나가보겠습니다.
M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
K 뭐… 그런 형식적인 멘트를
M 흐흐흐, 제가 그런 거 잘 하잖아요.
W 다녀오세요!
한울씨는 볼 일이 있으셔서 나가시고, 지은씨와 더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W 추울 때는 정말 춥겠네요?
L 네– 춥긴 추워요. 우리는 아예 겨울에는 이 공간을 쓰지 않은 것 같아요.(거실 겸 부엌) 아예 보일러를 잠가두고, 안방에서만 생활을 했으니까. 거기에서 같이 있으면서. 거기만 팡팡 불 떼고, 다른 곳은 안 떼고.
W 집에서 외부, 내부가 계절에 따라서 바뀌는 거네요.
L 약간 그런 게 있어요. 그래서 나는 여기다 설거지거리를 놨는데. 나는 도자기 종류가 많으니까. 아, 그 전에 물을 끓였는데. 쓰고선 나머지 버리려고. 생각없이 부었어요. 거기다 부었는데 도자기가 딱 깨지는거야. 너무 온도차가 심하게 나가지고. 그런 적이 있었어요. 하하.
M 저도 그랬던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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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
M 예전에 처음 이사올 때, 그랬었어. 한철구 선생님이 그랬나요? 이 집은 냉장고 조그만 거만 있으면 된다고. 밑에 시장가서 그 때 그 때 사 오면 된다고. 흐흐
L 아아, 맞어맞어
W 아아~
M 네, 근데 그렇진 않죠?
W 일찍 문닫잖아요.
L 맞아요. 시간 맞춰야 하고, 그런 것도 있긴 해.
M 그러면, 이 시장 상인들도 많이 살아요?
L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상인들은 거의 안 사는 것 같아요.
W 여기 상인들 되게 부자라는데.
M 아 진짜?
W 그래서 아쉬울 거 없어서 일찍 닫고.
M 왜 문 닫아서 뭐 못 산 적 있어?
L 아 원래. 그리고 아홉시까지로 알고 있는데, 더 일찍 닫는 가게들도 많아요. 자율적으로 대충 이시간 되면 닫아버리고. 쉬는 날도 어떤 가게는 열린 가게도 있고.
아, 그리고 사는 분 한 분 계시다. 그 분은 5층에 이사 오셨는데. 시장에서 가게를 열기 위해서 여기에 집을 얻고. 통인시장 안에서 옷가게 하고 계세요. 알고보니까 내 친구랑 되게 친한 언니인거에요. 재밌더라구요. 지나가는데 옷을 막 주셔.
M 필요하면 빈가방 들고 지나가시는 거 아니에요? 하하
M 여름에 심하면 여기 음식냄새 올라온다고.
L 아 밑에 시장이니까 음식하는 냄새가 많이 올라오고. 옛날에는 배고플 때 그런 냄새가 올라오면 자극되니까 그게 싫었는데. 지금같은 경우는. 그러니까 내가 입덧할 때. 냄새가 다 싫잖아요. 이럴때는 이게 정말 고역이구나. 한동안은 친정으로 피해가 있고 그랬어.
W 지금 나는거 같은데?
M 뭐가?
W 음식냄새
(다 같이 킁킁)
L 쫌 난다.
L 그리고 밑에 시장이니까 아무래도 음식 이런 거 하는데는 벌레들이 많잖아요. 가끔 바퀴벌레가 올라올 때가 있어.
M 피할 수 없어.
W 으으
L 아무리 깨끗하더라도. 음식물찌꺼고 있고 그러면 그런거 찾아서 올라오는 거 같애.
현관문을열고생활하는것
M 문 열고 잘 생활하시는거죠?
L 주로 여름에는. 그래서 되게 여름에는 주변 사람들이랑 교류가 많고.
M,W 아아
L 문이 서로 열려있으니까 아무래도 인사를 많이 하게 되고. 음식같은거 하시면, 음식도 서로 나눠먹고,
W 저녁같은 때엔 복도에서 재잘재잘 소리 잘 들릴 것 같아요.
L 네, 소리 잘 들리고. 특히 저쪽방, 작은 방에서는 새벽부터 아무래도 사람들이 출근하고 시작하니까. 소리는 잘 들려요.
새로 들인 신발장 : 원래는 빵 진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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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집과 낮은 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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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실측을 하고,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실측평면 다음엔 더 깔끔하게 그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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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옥상에서
옥상에 텃밭상자를 만들어서 여러 작물들을 키우고 계셨습니다. (고추, 가지, 들깨, 콩, 토마토, 옥수수)
L 좀 늦게 심어가지구. 많이 안 자랐어. 씨로 심어서
M 여기 처음 와봐요?
W 여기 엄청난데, 이거?(가스계량기 structure)
L 다들 이걸 좋아하더라구.
M 예전에 이거 찍어 놓은 적 있어. 그런데 주민분들이 여기 올라오는거 싫어하시더라구요.
L 네, 별로 안 좋아해요.
W 이건 뭐에요?
L 이거? 잘 모르겠는데, 옛날에 연탄 떼거나 했을 때 연기 빠지는 구멍인 것 같아.
M 몇 번이나 발랐을까? 옥상방수. 겹겹겹겹
L 그래서 처음에 저런 식물 키우는 거를 별로 안 좋아하셨는데. 어쨌든 식물이 있으면 물을 주잖아요. 방수 걱정돼가지구. 연세 있으신 분들이 싫어하시더라구.
M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L 그래서 나도 저 쪽 귀퉁이에 안 보이는데 이렇게
M 하하, 그래서 저기 다라이 옆에다 두신거에요?
장독대와 가스관, 연도로 추정되는 것과 옥상방수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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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오오. 청와대도 보이고!
L 이 쪽으로 보면 주택가랑 인왕산 보이고, 저 쪽에 북악산이랑 청와대, 저 쪽은 종로 쪽 시내 보이고.
M 오, 뷰 부자네요. 여기는
L 그런 건 정말 좋아.
W 저기가 저희 사무실
L 아, 월간 퀸 건물! 보이면 인사할게요.
M 담배피러 나오면 저기로 보이나?
W 어, 보여
M 와… 좋다.
L 밤에는 여기가 훨씬 시원하거든요. 그래서 평상에 저기 나와가지고 옛날에는 맥주 한잔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술은 못마시니까 나와서 바람 쐬고.
M 역시 사는 사람이랑 와야 얘기가… 저 혼자 와서는 그냥 좋다 이러고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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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그리고 여기 빨래 너는 분들은 되게 많아요. 우리도 이불빨래는 여기다가.
M 이거는 아예 붙어있네요. 빨랫대가 밑에 시멘트로. 이것도 찍어놓자!
W 응
M 옥상에 이불빨래가 바람에 정말 잘 날리더라구요. 아무런 장애물이 없어서.
L 그래서 잘 고정 안 해 놓으면 이불이나 빨래가 날아가 있기도 하고 그래요.
W 이 옥상방수 패턴은 뭘까
M 새는 데만 했겠지, 뭐. 구조 지나가는 부분인 것 같은데? 땜질 한 번 하고.
W 저런데서 새는 건 어떻게 알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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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오, 이게 시장이구나!
M 오 진짜. 뱀처럼.
L 아 맞어. 저거. 저게 되게 재밌어.
M 오, 이렇게 본 적은 처음인 거 같애. 왜 왔는데 못봤지?
L 그리고 나는 거기(시장) 걸어갈 때는 그렇게 긴 거 못 느꼈는데, 이렇게 보니까 되게 긴 느낌이더라구.
M 여기가 시장 초입인 거잖아요. 그러면 이 아파트랑 시장이 같이 생긴거에요?
L 그건 정확히 모르겠는데, 처음에 주상복합으로 만들어졌으니까. 거의 함께 하지 않았을까.
M 통인시장도 나중에 생긴거니까.
W 저기는 군 시설인가?
L 대공분실이라고 하던데?
M 대공분실?
L 하여튼 맨날 여기서 축구하고, 그런거 해요.
W 저희 쪽에서는 여기서 검도같은거 하고 그런거 보이거든요.
M 저기 헬스장도 있네
L 그 안기부쪽 그 쪽 관련된 사람들 있는 거 같애.
W 이 동네에서 제일 비율 좋은 사람들
M 아, 경호원들?
L 아아~
M 양복입고, 젊고, 몸 좋아보이고. 그러면 여기 사람인가보다…
L 옛날에 여기서 사람들 취조하고, 그랬던 것 같더라구.
M 그런 곳이구나, 지금은 축구하고.
M 저거 정말 테이블 같아.
W 쓸 수도 있겠다. 정말.
M 올려 놓으면 위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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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버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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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아, 이게 쓰레기 버리는 구멍이구나.
L 나 어릴 때 살던 아파트에도 이런 게 있었거든요. 위에서 내려보내면 밑에 쌓이고. 그래서 그 통로를 통해서 쥐나 이런 게 왔다갔다 거리고. 그랬었어요. 그래서 아파트에도 쥐가 있었어.
M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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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방범창에걸린끄나풀
M 우와, 이렇게 묶어 두시는거에요?
L 응. 이 쪽 분들한테 노하우를 전수받아가지구.
M 아아아~!
L 여기가 문을 열어놔야 환기가 잘 되고,
M 아아 맞통풍–
L 이제 여름에 비 많이 올 때는 우산을 다 여기다 걸어놔.
M 여기 걸려 있는 것도 장관이겠어요.
L 네, 전부 걸려있는 거 보면 재밌어요.
- 복도 우산이 걸려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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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민 주 (radiokid)
소규모 설계사무소에 다니면서 여러 방들을 기웃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29세 여자. 걷고, 보고, 듣고, 맛보고, 말하고, 그리고, 쓰고, 만나며 공유하는 것은 언제나 좋습니다. 현재 ‘방’이라는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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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써피가 아니라 레시피 표기가 옳은 표현일 것 같아요.
찾아보니 ‘레서피’인지 ‘레시피’ 인지 혼란스러워져서 우리말인 ‘조리법’으로 수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기 쓰레기 버리는 곳으로 추정했던 곳은 연탄 버리던 곳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런 인터뷰가 있었다니 너무 신선하고 좋습니다~ 집 알아보다가 효자아파트는 어떨까해서 검색해 보았는데.. 보물 발견한 느낌! 감사해용
보물 ^^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