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te22는 용산미군기지 반환 관련, 비워질 땅의 미래를 고민하는 연구모임입니다. 기지 내 공식 게이트가 21개인 점에 착안하여 모두에게 오픈된 상상의 게이트를 상징하는 Gate22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기지부지의 미래를 논의하는 공공플랫폼을 마련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후원:서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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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삼각지 화랑가:미8군 초상화부, 그림수출공장, 그림은 곧 밥이었다.
해방 이후, 일본군이 철수한 자리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생겨난 기지촌에는 미군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공들이 있었다. 극장간판을 그리던 사람도 있었고 이중섭화백처럼 일본유학까지 한 엘리트, 박수근 화백처럼 그림을 천직으로 삼았던 사람 등 화공의 배경은 가지각색이었지만 전쟁 후 생계가 막막했던 처지에서 붓을 든 것은 동일했다. 그들을 중심으로 미군의 초상화와 그들의 고향, 한국민속그림을 그려 판매하기 시작한 화랑가가 삼각지 일대에 조성되었다. 1960년대부터는 소위 ‘그림회사’들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제작, 미주와 유럽으로 수출하는 외화벌이의 역할을 했다. 당시 손으로 만든 것은 무관세였기에 개인고객들이 손에 들고 갈 수 있는 그림들을 구매해 가기도 했다. 삼각지 치안센터 근처 중국음식점 명화원의 옆건물도 두 개 층에 화공들 20명 정도가 모여 작업하던 ‘대륭’이라는 이름의 그림수출회사였다고 한다.
“초상화부엔 다섯명 정도의 궁기가 절절 흐르는 중년남자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업주는 그들을 훗두루 간판쟁이들이라고 얕잡아 보고 있었다. 박수근 화백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내가 초상화부에서 할 일은 물론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니었다. 화가를 뒷바라지하면서 미군으로부터 초상화 주문을 맡는 일이었다. 제발로 걸어와서 초상화를 그리겠다고 하는 미군은 거의 없었다.
나에게 전혀 맞지 않는 일이어서 그림 주문이 거의 끊기다시피했다. 업주가 무어라고 하기 전에 화가들이 아우성을 치지 시작했다. 나는 월급제였지만 그들은 작업량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삮을 타가게 되어있었다. 초상화부는 그림 주문을 맡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주문한 그림을 찾으러 올 때가 더 문제였다. 미군들도 제얼굴 그려달라는 이는 거의 없고 애인이나 아내 혹은 딸의 사진을 맡기고 그려 달라는데, 찾으러 와서는 닮지 않았다느니 실물보다 밉다느니 트집을 잡기가 일쑤였다. 당시 초상화부에서 쓴 화판은 캔버스가 아닌 스카프, 손수건, 사륙배 판 크기의 노방조각 등 세종류였다. 지금 같으면 안감으로도 안 쓸 번들번들한 인조견 조각이 원가가 1달러 30센트였고 나염한 용과 대각선이 되는 모서리에다 초상화를 그리면 6달러를 받았다. 화가에게 그 중 얼마가 공건으로 돌아가는지는 모르지만 그림 하나를 망치면(빠꾸 받으면) 1달러 30센트를 고스란히 물어내야만 했다.”(1951년 명동소재 미군PX 초상화부에서 일할 당시, 박완서 회고 ‘초상화 그리던 시절의 박수근’ 중 일부편집용약)
http://selfmadecities.net 에 가면 투어자료를 볼 수 있지만, 내가 본 것들 위주로 조금씩 정리해서 올리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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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7일 Gate22의 워킹투어세미나가 있었다. 삼각지부터 미군기지 담벼락을 끼고 골목길을 누비면서 Gate22팀의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의 여정을 예고하듯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정면으로 무지 쎈 간판이 보였다.
“뼈접골”
크헉… 접골세대가 아닌 나로서는 뼈마디가 긴장될 정도로 섬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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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곳곳에 화실이라는 이름의 작은 간판들이 많았다.
한 곳을 충동적으로 들어가보았다. 미로같은 계단을 보니 그 속이 궁금했다. 대충만든 좁은 계단을 따라 꼭대기 층에 다달았고, 허락을 받고 들어간 화실에는 소위 ‘이발소 그림’이라고 불려지는 매우 익숙한 그림들이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두 분이 그림을 그리고 계셨는데, 캔버스 5~6개가 나란히 놓여있었고 똑 같은 밑그림이 그려져있었다.
” 음악에도 대중적인 음악이 있잖아요, 트롯트나 뽕짝같은 음악이요. 그렇게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그런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아.. 트롯트그림이요!”
“이런 그림 그리는 것이 저희 직업이고, 작품활동은 또 따로 해서 전시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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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다니며 보게 된 것들…
가짜 창문이올시다. ㅡ.ㅡ
왼쪽의 창문은 창문이 아니라 사진, 오른쪽의 창문사진을 실사로 출력해서 붙였다.
궁금하다.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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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오~ 섬세한 손맛이 살아있는 대문. 구석구석 낭만이 흘러요.
나중에 집 지으면 이런대문 갖고 싶어요.
하이테크놀로지의 쎄~~한 요즘 건물들 보면 ‘낭만이 없어요. 낭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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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로의 이면도로 모습, 대로변에 내놓지 못하는 물건들, 설비라인들이 드러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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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갤러리 willing n dealing에 들렀다가 우연히 인상깊은 작품을 보게 되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새하얀 캔버스에 검정색 실로 일직선으로 바느질 된 모습.
옆으로 비껴보면, 그 뒤엔 거울이 부착되어 캔버스의 뒷면이 보인다.
직선이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뒷면에 나타나게 되는 어지러운 실들이 보인다.
여러가지 상황들에 빗댈 수 있는 이면이지만, 이면도로의 골목길이 연상되었다. 건물의 뒷면, 오히려 더 정직한 입면의 모습.
[단일의 양극 Opposite Poles of a Unity] 심아빈展 직선의 의미 Meaning of a Straight Line_캔버스에 실_45×45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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