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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첫번째 달에 네방을 보여줘 인터뷰를 위해 ‘송씨네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럴듯한 모험담을 몇개씩은 가지고있을듯한 고수들이 모여있는 동네.
영등포구 문래동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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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그런지 더더욱 한산한 문래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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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골목을 구비구비 몇번을 꺾어들어간 뒤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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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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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이동네에 사람이 살긴 살아?
S : 이 동네에 작업실 만들어놓고 자기 작품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사실 여기에 사는 사람은 별로 없는 거 같아.
철공소들 때문에 낮에는 시끄럽고 밤에는 어두워서 위험할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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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S는 괜찮아? 안 무서워?
S : 나도 원래 겁이 많은편인데 여기에서 지내는건 생각보다 괜찮아. 밤되면 조용하고 아늑하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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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나도 그런거 좋아하는데. 숨어사는거.
S : 딱히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서 불편한건 없는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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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이 동네에 살아도 좋겠다 라고 생각한 이유가 뭐야?
S : 일단 문래동이라는 인프라가 좋았던거같아. 문래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들었으니까 그게첫번째 이유고
두번째는 싸고 그니까 다른동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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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문래동이 가진 인프라라는게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이야기 하는거야?
S : 내가 여기(문래동)에 이사오기 전에 생각한 인프라는 그거였고,
또 내가 가구를 하는데 있어서 철공소나 공업소가 많다는건 재료수급이나 이런데 있어서 용이한 면이 있으니까.
여러가지가 잘 맞아 떨어진거지. 근데 솔직히 그 가격에 이런집을 구할수 있다는게 가장 큰 이유였던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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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3개에 주방겸거실 1개, 2개의 창고, 야외화장실, 중정형마당을 갖춘 송씨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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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월세가 얼만데?
S :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이야. 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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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싸다..진짜 여기가 몇 평이지?
S :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마당빼면 한 20평 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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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의 2500원짜리 짜장면같은 월세집은 주방겸 거실로 쓰고 있는 거실을 포함해서 방이4개, 야외화장실 1개소,
창고2개, 장독대를 올려둘법한 낮은옥상을 가지고 있는 근대식 한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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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그런데 실제로 와보니까 어때? S가 생각한 것처럼 창작하는 사람들하고의 교류같은게 생겨?
S : 내가 그렇게 활달한 성격은 못되서, 그런부분을 100%활용하고 있는것 같지는 않은데
사실 다른동네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교류가 있는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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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어떻게?
S : 주변에 창작가들 작업실이 많이 있다 보니까. 두집건너 하나씩 작업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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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그런데 두집건너 하나씩 작업실이 있다고 해서 내가 그사람들하고 교류가 생긴다는 보장은 없잖아?
요즘같은 시대에
S : 그건 경우의 수지. 그런사람들이 주변에 아무도 없는거랑.
그런사람들이 주변에 과하게 많아졌을때의 경우의 수가 다르더라는 말이지.
실제로도 우연찮은 기회에 콜라보레이션 제의를 받은 적도있어. 그런 기회들이 생기더라고
사실 다른 서울동네에서는 주위사람들 주변사람들 하나도 모르고 지내잖아? 근데 여기는 웬지 진짜 시골동네같은
그런 느낌이 좀 있어. 그래서 어느집에 행사가 있다 이러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모이게되고 하는 그런거.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런게 있어. 다른 동네보다 좀 ..벽이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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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의 낮은 옥상에서보이는 문래동의 풍경
와이파이도 비밀번호를 걸어놓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하니 확실히 벽이낮은 동네임에는 확실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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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주거공간을 지금사는집으로 선택한 기준이나 이유는 뭐야?
S : 사실 이런집이 이런동네에 있을거라고 생각을 안했어. 그래서 오히려 이집을 봤을때 더 맘에 들었던건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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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이런 근대식 한옥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
S : 그런식의 동경은 분명히 있었는데 내가 실제로 그런집에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었지.
왜냐면 당연하게도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었지.
방이 몇개나 딸려있고 혼자쓸수있는 마당까지 있는집을 내가 경제적으로 감당할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런집을 발견하게 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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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숨겨진 마당이있는 집은 문래동에도 서너채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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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지금은 수리를 많이 한건가봐?
S : 응 한달정도 정말 열심히 수리했어. 집이오래되서 처음에는 사람이 그냥 들어와서 살만한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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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그런 상태에서도 집을 계약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S : 그날(집보는날) 대문을 딱 열고 들어가는 순간에. 아니 그냥 이집 대문을 보는 순간에 ‘아 여기다’ 싶었던거 같아.
사실 이집 대문만보고 안쪽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보기 전이었는데도. 여기를 계약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어.
좀 끌렸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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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그래서 그날(집보는날) 바로 계약한거야?
S : 바로했지. 내부한번보고.. ‘아…무너지진 않겠구나해서 바로 계약했지ㅋ’ 여기서 뭘좀 해볼수있을거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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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여기 이사온지 얼마나 됐어?
S : 이제 7개월쯤 된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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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여기 이사오기 전에는 어디 살았어?
S : 상봉동에 있는 오피스텔에 살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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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지금사는 곳과 전에 살던곳은 어떤 차이가 있어?
S : 전에 살던 곳은 ‘관리비’라는 개념이 있는 주거공간이었잖아. 그러니까 다 관리해준다는 이야기지.
내가 가서 잠만 잘 수 있을정도로 관리해주는 대신에
마치… 기성품 같은거지.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여지가 별로 없는 공간이었던 거야.
안에서 가구배치같은 가녀린 꾸밈정도는 가능했지만 그거 말고는 뭘 할수있는 여지가 별로 없었어
그러다보니까 내가 직접 공간을 만들고 그 안을 꾸미고 싶은 욕망 비슷한게 있었는데. 그러던 와중에 이집을 보게된거지.
그러니까 지금 이집에서는 내가 어떤 가능성을 봤다고 하는게 맞을듯.
전에 살던 집이 완제품이었으면 지금 이집은 반제품 정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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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그렇지 오피스텔은 못하나 못박자나
S : 오피스텔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월셋방이 마찬가지지. 원룸은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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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아 생각만해도(오피스텔에사는거) 아찔하다. 나는 벽에다가 앙카를 박아놨는데ㅋ
생각해보면 참 그지같은게 우리는 분명히 제시된 금액의 돈을 지불하고 일정기간동안 공간을 임대했는데
뭐하나 할 수 있는게 없어.
S :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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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그건그거고 집을 고치는 과정은 어땠어? 이전에는 그냥 꾸미기 정도였다면.. 이번에 새로운 바탕을 만들어야 되는 일이었잖아. 안 힘들었어?
S : 육체적으로는 굉장히 힘들었어. 그런데 희안하게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즐거웠던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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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맞아 집 고치는건 즐거워. 나는 매주 새로 고칠부분을 찾아내고있어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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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근데 집을 고치는 과정중에 가장 힘들었던건 뭐야?
S : 일단은 오래된 집이다 보니까 철거를 해야하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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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철거 해야할 게 많았어?
S : 이게 겉보기와는 다르게 도배지로 감춰진 부분들이 되게 많았던거야. 뜯어보니까 안에가 완전 다 허물어져가는
흙벽이더라구. 실제로 내가 계약할때 봤던것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았던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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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하기전 집의 상태는 조금 참혹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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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쓰레기 처리는 어떻게 했어?
S : 요 옆에 창고가 있는데 거기에 짱박아 뒀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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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짱박으면 안돼… 바퀴벌레 생겨. 바퀴벌레가 벽지를 진짜 좋아해.
S : 벽지뜯기는 진짜 끝이 안보였어. 막판에는 70년대 날짜가 찍힌 신문지 벽지가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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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의 창고에 남아있는 잔해들 그리고 재탄생을 기다리는 원목들
L : 여기가 창고야? 생각보다 지저분하진 않네
S : 창고 비슷한거지. 필요없는 싱크대랑 잡동사니들 넣어뒀어.
L : 진짜 넓어서 좋다.
L : 집을 고칠때 굳이 S 취향대로 고친 부분이 있어?
S : 음. 모든부분이 내 취향이지만 굳이 이야기해보자면.
좀 미니멀한 느낌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
그러니까 내부가 너무 화려해버리면 내가 그안에서 하는 디자인 작업들이 좀 영향을 받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큰 장식없이 가려고 했었지
그리고 조금 남성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해야하나..
집안에 뭔가 튀지않는 포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옥이다 보니까 너무 올드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

남자 혼자사는 집이 너무 깨끗하다며 ‘진짜공간’의 취지와 맞지않다고 핀잔을 줬다가
남자혼자 사는 집이 지저분해질게 뭐가있냐며 되려 핀잔을 돌려받았다.
듣고보니 맞는 말 같기도하고 좀 슬픈 말 같기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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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그래서 검정색하고 흰색을 쓴거구나?
S : 응. 검정색은 포인트역할을 하면서도…튀지않으니까. 전체적으로 블랙&화이트 톤으로 만들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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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블럭을 사용해서 S가 만들어놓은 장식벽
높이를 달리해서 무너진 흙벽도 가리고 선반으로도 쓴다.
검정색과 흰색 그리고 고재의 조합이 은근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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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여기 시멘트 블럭으로 만들어 놓은 벽 있잖아. 이건 어떻게 만들게 된거야?
S : 거기가 원래 흙벽이라서 그 아랫쪽이 다 무너져 내리고 있었어.
그거를 어떻게 카바할까 생각하다가 생각난게 시멘트블럭이었어. 가격도 저렴했고 인테리어 효과도 괜찮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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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오 좋다. 시멘트 블럭이 얼마나 들었어?
S : 한 오만원 들었나? 하나에 천원씩 50장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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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오 좋다. 쌓은다음에 페인트칠한거야? 저거 고정은 어떻게했어?
S : 시멘트 발랐지ㅋㅋㅋ 저거 다 미장한거야.
L :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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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근데 나도 저거(시멘트블럭)좀 사고 싶었는데 100장 이상 안하면 안갖다 준다고 그래서..포기했었어
S : 나는 바로 옆에 건재상이 있었어
L : 바로 옆집은 아닐꺼 아니야 어떻게 옮겼는데?
S : 건재상에서 리어카를 빌려줬어ㅋ
L : 그런거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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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블럭벽은 방과 거실에 두루 쓰이고 있었고
거실에는 쌍팔년도 부잣집에서나 깔아놨을법한 카페트가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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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카페트는 왜 깔아논거야? 산거야?
S : 아니 고향집에 있는거 가져왔어. 사실 거기가 바닥이 전기온돌 판넬이야.
그렇다보니까 내가 바닥을 어떻게 할수가 없어서 원래 있던 장판을 그대로 깔아뒀거든.(장판을 깔아둬야 온돌판넬이 가려짐) 근데 장판느낌이 좀 싫었어.
장판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좀 별로여서. 카페트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느낌이 더 좋더라구
L : 전기온돌판넬 전기세 장난아닐텐데?
S : 그래서 안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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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거실을 둘러보던중에 이 액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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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이건뭐야? 프린트한건 아니지?
S : ㅋㅋㅋㅋ아니 그린거야. 그렸다고 하긴 뭐하고… 내가쓴거지
L :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거야? 사람인자는 맞지?
S : 내가 좀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성격이라..그러니까 좀 사람들을 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던거지..
그당시에 누가 나한테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된다는 말을 해줬었어.
‘사람인’자는 두사람이 기대있는 모습이라고 하면서
그래서 그때 삘 받아서 저걸 만든거지.
L : 누군지 몰라도 좋은말 해줬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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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이건 또 뭐야?
S : 이건 내가 만들 브랜드 이름인데. 알다시피 내이름 마지막글자가 ‘두’고 뒤에붙은건 온도를 표시하는 ‘도’야
그래서 나는 왜 사물이던지 뭐든지 간에 어떤 오브제를 만들던 뭐하던간에 그 사물에도 온도라는게 있다라고 생각을 하거든
그니까 쫌 따뜻한느낌. 내가 가구를 만들던 뭘 하던간에 좀 따뜻한 느낌의 이런 온도를 생각하면서 만들고 싶은거지.
그래서 내가 만드는 가구나 소품들에서는 여러가지 감각중에서 그 온도라는걸 느낄 수 있는…머..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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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따뜻한 제품?
S : 그르치 이왕이면 따뜻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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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손수 만든 의자와 어떤 가구디자이너가 디자인 했다는 어떤새
선반 밑의 나뭇가지는 시골에서 주어와 직접다듬어 달아두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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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이 의자는 직접 만들었나봐?
S : 괜찮지?
L : 어 괜찮다. 얼마야?
S : 아직 가격을 정해놓진 않았어ㅋ
L :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어?
S : 주말마다 만들어서 한 석달 걸린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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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텀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S는
의자를 비롯한 가구와 나무소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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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작품들에 감탄하면서 거실을 배회하다가
문득 천장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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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와우 저건뭐야? 형광등에다가 갓을 씌워논거야?
S : 저런 모양의 형광등이 좀 보기 싫자나. 그래서..저렇게 만들어서 걸어뒀어
L : 너무 밝지도 않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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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그런데 천장이 원래 저렇게 생겼어?
S : 응. 옛날집이라 저렇게 생겼더라고
L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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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높은곳은 높이가 족히 3미터는 될듯 보였다.
위를 향해 손을 뻗으면 손에 천장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수있는 옥탑방에서 은거중인 필자는
높은 천장이 정말 부러웠다.
웬지 모르게 저곳에서는
코가 뻥 뚤리는 느낌을 매일 느낄 수 있을것 같았고
웬지 담배냄새도 어딘가로 슉슉 잘 빠져나갈것 같았고
실제로 목소리도 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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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이어져있는 그 남자의 첫번째 방
식사를 하기도하고 책을보기도하고 음악을 듣기도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기타는 그저 걸려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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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집에 의자가 많다. 의자가 몇개야?
S : 7개정도?
L : 혼자 사는거 치고는 많자나. 의자가 많은 이유가 있어?
S : 일단은 내가 의자페티쉬가 좀 있고..ㅋ 일단 의자가 좋아.
L : 페티쉬라는 말이 이렇게도 쓰일수가 있구나ㅋ
S : 내가 디자인을 하면서 가구디자인의 정점에 있는게 의자라고 생각을 하게되었어. 이유야뭐..
그래서 의자에 대한 애착이 있는 것도 있고 실제로 나는 내가 사는 공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같이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
그럴때 인제 내가 혼자산다고 의자가 달랑 하나 있으면 누가 와서 앉아있을데도 없으니까.
그런부분 때문에 많이 가져다 논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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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친구들은 얼마나 자주와?
S : 한달에 두세번?
L : 여자들도 많이와?
S : 그게 참 아쉬운점이지.. 여자들은 많이 안와..좀 왔으면 좋겠어
L : 앞으로 고치고 싶은 부분이 더 남아있어?
S : 침실쪽을 좀 고치고 싶어
L : 어떻게?
S : 난 침실은 정말 아무것도 없이 아무생각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거든. 그렇게 만들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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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보통 몇시쯤 일어나?
S : 8시나 9시쯤? 그쯤 일어나서 멍때리다가 씻고 밥먹고 10시쯤 공방으로 가지.
L : 보통 작업은 공방에서 하는거야?
S : 응 요앞에 큰길 건너면 바로 회원제 공방이 있거든. 보통거기서 점심먹고 작업하고 그러지.
L : 그럼 하루에 얼마나 집에 있어?
S : 잠자는 시간 빼고 한 일고여덟시간 있는거 같아.
L : 그럼 보통 집에선 뭘해?
S : 쉬고…그냥 아무생각없이 쉬고.. 멍때리고 뭐 그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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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채처럼 자리잡고 있는 그 남자의 침실은
거실로 부터 신발을 신었다 벘었다 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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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인 상태의 그 남자의 침실
베게는 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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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또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어?
S : 또 마당. 마당이 좀 재밋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 내부가 정적이면 마당은 조금 동적인…
조금 유쾌한 공간이 되고싶은거지. 예를들면 캠핑같은거. 아웃도어키친 같은거. 사람들 불러서 고기 구워먹고ㅋ
L : 마당없는 사람들의 로망이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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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마지막으로 이 집의 좋은점과 나쁜점을 좀 말해줄래?
S : 일단 좋은점은 심리적으로 평온하고 낭만이 있자나. 삶이 좀 여유로워졌어.
경제적인게 아니라 생각하는 거라든지…뭐 그런거 있자나.
아침에 일어나서 막 마당에서 멍때리고 있고 이런 삶의 모습들. 그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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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아 ‘날마다 소풍’에 그 아저씨처럼ㅋㅋ
S : 어 맞어. 그런 여유로운 삶이 가능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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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벌어 행복하게 살기위해 제주도로 떠난 도시청년 유광국씨는
매일아침 옥상에서 차한잔과 함께 명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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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불편한점은 뭐야?
S : 겨울에 단열이 안된다는거? 보일러가 아예 안된다는거. 화장실이 밖에 떨어져 있는거…
(참고로 송씨네 집은 보일러가 없이 전기온돌 판넬로 난방을하는데. 송씨는 전기세가 겁나서 쓰지 않고있다)
L : 뜨거운물은 나오지?
S : 원래는 온수기가 있는데 그냥 안쓰고 있어.
L : 그걸 왜 안써? 고장났어?
S : 그런건 아닌데. 사실 이 온수기가 물을 한번 뎁히면 30리터가 뎁혀지는데
내가 사실 그만큼 뜨거운물을 쓸 일도없고 쓸 필요도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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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그럼 찬물로 샤워해?(지금1월)
S : 커피포트로 데워서 조금씩ㅋ 그러니까 이런 불편함들이 있는거야
L : 주전자물로 샤워가 가능해?
S : 몇번 데워야지… 모아놨다가ㅋ(굉장히 당연하다는 그남자의 말투)
L : 아 ㅋㅋㅋㅋ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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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아.. 그런게 좀 그렇구나
S : 그니까 현대문명의 이기들이 많이 안들어와있어. 대신 삶이 풍성해지고 좀 버라이어티해지는거지.
L : 부지런해지겠네
S : 또 그렇지도 않아ㅋ 안씻게돼
L :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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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뜬금없이 발견한 옆집 창문.
지금은 꿈도 못꿀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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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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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창문이 우리집 마당으로 나있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는게
새삼
신기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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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흙벽을 시멘트블럭으로 저렇게 처리하는 방법도 괜찮네요..
와우 멋지네요 손이많이가는공간인만큼낭만도배가될같아요 ㅎㅎ
어쩌다가 들어왔는데 너무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