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퇴근길은 늘상 ‘길’이라기보단 ‘문’의 연속이다.
헤집어 빠져나가는 과정이다.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꺼리는 나로서는
잔뜩 나열된 문들로부터 빨리 벗어나고파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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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퇴근문을 분주히 열어제끼던 중의 일이다.
한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느릿느릿 마주 걸어왔고,
그 문지방을 막 지나 시야가 짠 하고 열렸고,
칙칙한 회색 프레임 위에 금색 글씨 덩어리가 그 풍경의 제목마냥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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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글간’
순간 나는 혼란을 느꼈다. 내가 아는 ‘글’은 저런 형태가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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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있어봐. 글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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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글간이 먼저였을테고, 간판을 그대로 두고 누군가 그 자리를 임시로 차지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만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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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글간에서 팔던 물건들에 온갖, 잡념 섞인, 텍스트가 스미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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