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광경을 보았을 때 아차 싶었다. 사실 놀랄 것도 없는 일상적인 풍경이다.
몇 해 전 은평구의 달랑 한 동짜리 아파트로 이사 왔다. 입구는 애매한 뒷 마당
같은 곳을 돌아 아파트 뒤 편에 있다. 따라서 애매한 인도를 지나간다.
어느 날 그곳을 지나다 같은 할머니께서 꼭 그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시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파트의 일정 조경으로 자투리 공간에 애매하게
비집고 들어선 식재와 낮은 관목들이 돌과 함께 툭툭 쌓인 그곳,,
그런데 한 두 분이 아니라 할머니 여럿이 모여서 앉아 계신다. 그리고선 말없이
지나가는 어린 학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시거나 담소를 나누신다.
언뜻 도시에서 노인들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는 내용을 책에서 본 기억이 났다.
이후로도 이런 관찰하는 행위가 일어나는 비공식적인 장소를 많이 발견했다.
그런데 그 장소들은 대부분 근거리에서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길목에 있거나 ‘목’이 좋다.
이것을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2013년 봄@은평구 신사동)
(2014년 여름@ 해방촌 소월로20길 해방교회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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