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구 결과 방 안에 있는 두 개의 계정을 찾아냈다.
우리는 늘상, 모기를 잡다가 초점을 잃는 경험을 한다. 나는 이에 대해 가설들을 세웠고, 오랜 시간동안 관찰해왔다. 그 결과 첫번째로 찾아낸 것이 ‘모기 순간이동 계정’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모기가 허공으로 사라지는 현상의 원인을 단순히 모기가 일시적으로 인간 눈의 추적을 피하는 ‘순간 부스터식 비행 능력’ 혹은 모기의 ‘순간 방향 전환 능력’ 때문이라 생각한다. 더러 인간의 동체시력과 주의집중력 부족을 이유로 꼽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방 곳곳에 새겨진 모기의 핏자국 패턴 분석을 통해 모기계의 근현대사를 파악한 결과 가장 유력한 가설은 이렇다.
모기가 인간 세계에서 번식하는 데에는 한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잠든자의 귓가를 비행하는 목숨걸린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이 점 때문에 수많은 모기들은 ㅡ자다 깨 분노 게이지가 한껏 상승한ㅡ 인간으로부터 처참한 죽임을 당해왔다. 이전까지 모기들이 인간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행동규칙은 아주 단순했다. 갑자기 밝아졌을 때는 사냥을 자제하고 자취를 감출 것. 이것으로 많은 모기들이 자다 깨 불을 켠 인간이 눈부심을 겪는 시간(모기계에서 골든 타임으로 불림.) 동안 미리 봐둔 안전장소로 대피를 해왔다. 하지만 한번 눈부심에 적응한 인간은 포기를 모르고 모기를 찾아내 (말 그대로) 코를 납작하게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 때 모기계에서는 귓가를 날지 않고 포식자리를 선택하는 자기계발 강의 붐이 일었다. 이 강연의 선두주자가 되었던 것이 바로 지금까지 모기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미스 모’선생이다. 다른 모기들보다 모성애가 월등히 강했던 미스 모선생은 자기 계발 강의를 통해 벌어들인 자본을 밑천으로 장구벌레들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연구진을 꾸리고 여러 동물들의 혈액을 채취하여 신약을 개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병, 뇌염 등 치명적 질병들이 탄생했는데, 이 때문에 인간계 연구진으로부터 일명 ‘소독차’를 통해 모기를 포함한 각종 벌레들이 대량 살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소독차를 좇아 뛰어놀던 아이들을 흡혈한 모기는, 말못할 고통에 시달리며 처참하게 죽어갔다. 이 때문에 미스 모의 연구진은 곤충계 뿐만 아니라 모기계에서까지 엄청난 지탄을 받게 된다. 바로 ‘모기지란(mortgage lan)’이 발발한 것이다.
당시 모기지란(mortgage lan)을 일으켰던 소독차의 모습이다. 여전히 새마을운동 마크를 달고 주택가 일대를 방역하고 있다. (사진@난곡동 굴참마을 2015.07.)
이 때 미스 모 선생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게 되는데, 아직까지도 행방이 불분명하여 암살설과 변장설 등 각종 음모론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미스 모가 하루살이로 전신 성형을 한 후 도피중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거의 기정 사실화된 이유는 목격자들에 의해 ‘이마와 목 등에 주름이 있는 하루살이를 발견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스 모 연구소의 성과는 실로 대단했다. 미스 모 선생이 사라지고 모기지란을 잠재운 신기술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모기 순간 이동 계정’이었다. 연구진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미스 모를 추모하며 열정을 불살라 연구를 완성해냈다. 그들은 몇 해에 걸쳐 모기 이동 루트를 구축하고 접속 물질을 배포했으며, 마침내, 자기 몸 길이의 삼천배에 가까운 거리를 순간 이동하는 데에 성공했다. 수많은 모기들이 이 기술을 활용해 평균 30초에서 최대 3분가량 수명을 늘리게 되는 크나큰 혁신을 이루게 되었다.
순간 이동 능력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있던 한 인간 물리학자는 이를 연구한 끝에 모기 눈알에 허공 접속 물질이 있다고 믿어 모기 눈알요리를 즐기기도 했는데, 비싼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모기를 직접 잡아 손질하다가 복장이 터져 죽었다고 한다.’벼룩 간 빼먹기’ 라는 속담은 그가 마지막 남긴 말, ‘모기 눈알 파먹다가..’에서 파생했다.
한편, 이것이 현재까지도 가설 단계에 있는 이유는 암컷 모기와 수컷 모기의 신체 성분 구성에서 차이점을 발견하는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수컷 모기가 계정 접속을 하지 못하는 것을 미루어 볼 때, 암컷 모기에만 작용하는 특정 물질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핏자국 패턴 분석의 방법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모기는 지금까지도 사라지는 묘기를 부리고 있다. 인간 선잠의 주범, 모기의 계정을 뚫어 하루빨리 인간 수면 중 분노 게이지 상승 지수(MHP : Mogiddamune Hwanam Point)가 완화될 날이 오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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