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거리

느슨한 거리,

 

오래된 동네를 거닐다 보면, 자꾸 발걸음을 멈칫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나도 모르게 무언가에 이끌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사람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이 멈춰 서 있다. 왠지 모르게 옛 정취와 시골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끌린 풍경은 그러나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설명 가능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북적대는 사람들, 서로 안부를 묻는 사람들,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가게들, 세대와 지역에 따라 각자 가지고 있는 시골의 기억은 다르지만, 본인조차도 이것을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그냥 분위기가 좋아서 이곳에 왔노라고 말한다.

 

 

안에서 밖으로,(건축) + 밖에서 안으로,(사람) =‘장소’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차도와 건물 사이 경계 공간이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이 다니는 길이자 공간인데, 보차분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길도 되었다가 공간도 된다.(과거 토지구획정리사업, 자력재개발사업 등으로 정비된 일대는 보차분리를 하지 않았다) 이같이 길과 건축의 얕은 문지방(경계 공간)은 안에서 밖으로(건축), 밖에서 안으로(사람) 서로를 끌어당긴다. 이 길에서 자동차는 사람의 보행속도를 늦추지 못한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렇게 하여 살아나는 것은 ‘장소와 사람’….오래된 동네의 느슨한 거리가 매력과 정취가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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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동2가(소월로20길), 후암동(신흥로20길)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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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Sunyou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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