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공간 읽어주는 녀자, 소공녀
시즌투: 첫번째 에피소드 – 김이설 [빈집] 중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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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빈집] 줄거리 소개
: 제목만 봤을 때는 마치 공포영화같은 내용을 상상하게 되기도 하는데 사실은 이 소설은 부조리극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조리극이라는거는 인간조건의 무의미함과 부조리함을 드러내기 위해 비논리적이고 비 인과적인 형식을 사용하는 건데요.
주인공 수정과 주변 인물들 간에 대체 한마디 통하는 말이 있기는 할까? 싶을 정도거든요. 소설 속에서 수정은 어떤 상태냐면, 결혼하고 처음으로 얻은 새 아파트를 두고 이것은 완벽해야해.하는 생각을 반복하고 있는 상태에요. 그리고 그 생각을 굉장히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실현하고 있죠.
새집에 이사갈 생각을 하면서 수정이 가장 집중하는 건 바로 인테리어에요. 이사를 가기 거의 1년 전부터 인테리어 잡지나 블로그 등을 통해서 자기 집을 어떻게 완벽하게 꾸밀지 고민하기 시작하죠.
그동안의 전세살이에서 벗어나 스스로 만족할만한 집을 만들기 위해 새 아파트에 아이방을 비워두고 아이를 가질 계획도 세우고요.
이사를 마치고나면 집들이를 하는 풍습이 있잖아요. 시댁식구들을 초대해서 한번, 친정식구들을 초대해서 한번 집들이를 하면서 수정은 다른 무엇도 아닌 집에만 집중하고, 가구를 더럽히거나 자기 집에 대한 그림이 깨지는 것에 엄청나게 신경씁니다. 하지만 시댁이나, 친정이나 집에 대한 칭찬은 한마디도 하질 않고, 집에 왜 가족 사진이 없냐느니. 일을 왜 그만뒀느니, 아이는 왜 안갖고 방부터 비워놨느니, 인테리어 사진 보고 다 따라하느라 힘들었겠다느니 하면서 갖은 핀잔을 다 줍니다.
수정은 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며 액자와 화분, 커피머신, 와인잔 같은 무언가를 계속 사들이면서 공허해합니다. 속옷만 입고 널부러져서 티비보며 욕을 하는 남편도 마음에 안들고, 남편이 사온 오디오도 거실과 어울리지 않아서 짜증나고.. 다만 새 아파트를 청소하거나 남편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기도 하면서 다시 완벽한 그림을 만드는 데에 보람을 느끼죠. 소설은 청소를 하고 목욕을 하고 가볍게 화장을 한 수정이 새 아파트에 방해되지 않도록 빈 방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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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1
무언가 계속 사들이는데도 무언가 계속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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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집들이가 몇 번 지속되고 나서. 수정(주인공)이 뭔가를 많이 사요. 뭐 와인잔도 사고, 캡슐 머신도 사고… 부족한 것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 끝에 바뀐 행동들에 대한 부분,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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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와 화분을 구비했지만, 수정의 친구들을 부른 집들이에서는 커피 캡슐머신이 없느냐는 말을 들었다. 남편 직장 동료들 집들이 때는 여직원이 와인을 선물하는 바람에 와인잔이 필요해졌다. 무언가 계속 사들이는데도 무언가 계속 부족했다. 뭔가 계속 채우는데도 없는 것은 계속 존재했다. 완벽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 새 아파트를 누군가에게 계속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그랬다가는 수정이 미처 채워넣지 못한 것을 또 발견하게 될 것 같았다. 결핍을 확인하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초대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_김이설 단편소설, [빈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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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한 다음 머리를 잘 말리고, 가볍게 화장을 했다. 면 원피스에 카디건을 입고, 양말을 신은 다음, 거실로 나섰다. 시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그대로 멈춘 것 같았다. 수정은 집안을 한바퀴 둘러본 다음 소파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새 아파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빈방으로 들어갔다.
_김이설 단편소설, [빈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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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네. 이렇게 또 두 군데를 읽어 주셨는데… 우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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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네 그리고 굉장히 공감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어요. 무언가 계속 사들이는데도 무언가 계속 부족했다는 부분들. 저도 집을 꾸리고 물건을 사들이면서 완벽한 상태라는 것은 필요한 걸 사는 것보다 뭐가 필요하지 않은지를 걷어내는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니까 필요한 걸 사는 게 아니고, 정말 꼭 필요한 것이 뭔가를 분간해나가는 단계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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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더 모스트 네쎄써리(the most nessasary)같은 느낌이군요. 그냥 네쎄써리 말고, 비교급이 있고 최상급이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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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앞엔 더(the)가 붙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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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내 삶을 위해서 진짜 필요한 물건들을 삼아가는 과정이 완벽함을 향해가는 과정인 것 같은데, 수정은 어쨌든 그게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아요. 하지만 ‘완벽은 있는데 완벽하지 못하다’라는 것을 남들에게 보일 순 없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을 선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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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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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집의 결핍보다는 자신의 결핍을 확인하는 게 괴로운 일이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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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타인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염지 : 근데 이 사람이 잘못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잖아요. 자기가 행동하는 기저에 깔린 전제가 잘못된건데. 그 전제를 모르고, 말단에 있는 것만 계속 문제삼는거에요. ‘완벽한’ 집이라는 걸 가지려고 하는 이유나, 어떤 욕구가 나한테 가장 충족되었으면 좋겠는지와 같은 생각은 없고, 계속 아 이게 없어서 그런가? 저게 없어서 그런가?하는 것만 보고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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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자신의 문제를 어떤 것의 부재로 돌려버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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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때가 지금보다 더 예뻐 보이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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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중간에 그런 게 나오잖아요. 시누인가 누가. ‘너희 가족 사진은 왜 없니?’ 그래가지고 사진을 찾다보니까 옛날 사진 속에서 자기 표정을 보게 되는 거에요. 근데 그 때는 원룸에 살았고, 다가구 주택에 살았고 복도식 아파트에 살았었는데, 그리고 심지어 전셋집이었는데, 근데 ‘왜 그때가 지금보다 더 예뻐 보이는거지?’라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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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근데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끝나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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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그니까 뭔가 핵심적인 것을 잃어버린 느낌인거죠. ‘그 때에는 왜 그랬지?’라고 쫌 더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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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제가 읽은(방송에서 낭독한) 부분은 아니지만 되게 ‘와 이럴수도 있구나.’하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거든요.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낀다면 바로 이 순간일거야’ 하는 부분이에요. 자기가 진짜 행복하다는 것을 더 탐구하고 추구하는 게 아니라. 행복의 어떤 기준을 만들어놓고 그 기준들 안에서 그걸 만들어가고, 하지만 거기에 자기 행복은 없으므로 그 기준들 밖에 자기를 그냥 내버려두고 빈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수정의 행동이 아이러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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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얘기 듣다보니까, 뭔가 가치가 전복된거 같아요. 그니까 집과 나를 비교했을 때, 집이 더 중요한 거에요. 왜냐면 사실 집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이 계속 있었잖아요. 우리나라 사람 특히 내 집 마련이니 뭐니 해가지고 (세뇌당해 있고), 그리고 전셋집 살면 계속 옮겨 다녀야 되고 하니까…계속 결핍이 있었는데 그 결핍이 마침내 충족됐을 때 어떤 가치들이 삐뚤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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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전 되게 재미있었던 부분이 첫장면인데, 와인잔을 보면서 자기가 ‘립, 볼, 스템, 베이스.. , 역시 와인잔에 주둥이, 몸통, 손잡이, 바닥이라고 표현하는건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잔에 금간걸 보고는 그 땐 이걸 무의식적으로 주둥이라고 표현하는거에요. 립, 볼 스템 베이스 이건 의식의 영역인 거고, 주둥이가 바로 나오는 건 무의식의 영역인 것 같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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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소림 : 아..!!!!(바보 도 터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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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그런데 이 사람의 무의식은 자기 자신인데 의식 자체는 타자의 시선인거에요. 타자의 시선을 베이스로 자기를 판단하려고 하고. 내 무의식을 깎아내려고 하고, 자기는 결국 빈방으로 숨어버리고. 그리고 와인잔에서 실금을 찾아냈는데, 나 같으면 화내면서 ‘어, 이거 뭐야!’ 전화해서 따져야되는데, 보면 안될 걸 발견한 사람처럼 잔을 숨겨놓고 누가 본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자기 무의식에는 자기가 있는데도. 또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봐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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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2
.‘아 그래 날씨가 좋으면 흰색 셔츠를 입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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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우리가 이제 싸이월드를 갖게 된 이후에 자기 표현의 욕구가 엄청 강해지고 강박이 생기는 것들이 있는데, 이제는 그게 비단 싸이월드 뿐 아니라 모든 게 다 자기를 정의내리는 것으로 쓰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하다못해 염지 양말벗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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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하하…아 발 답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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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아 이 냄새가 그 냄새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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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예를 들어, 노래 재생목록, 너의 취향, 집 모양, 지식인 서재의 목록, 이런 모든 것들이… 사실 나라는 사람은 늘 변하고, 일분 일초도 가만히 있지 않고 늘 변하는 사람인데 자꾸 어떤 걸 순간 정의내리려고 하는 행동들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저도 디자인을 하지만, 좀… ‘아 이런 것 때문에 이런 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드는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무인양품에서 만들어주는 어떤 ‘삶의 상’ 같은게 있잖아요. <따뜻한 날엔 이런 셔츠를>라는 식의 슬로건들이 굉장히 프로파간다같이 느껴지면서 ‘아 그래 날씨가 좋으면 흰색 셔츠를 입어야지.’라고 생각하게 되는거에요. 그런 것들이 자기를 갇히게 만드는거죠. 이게 소비의 사회라서 그런지 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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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맞습니다.
민정 :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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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그런 모든 것들에 둘러싸여 산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거에 억눌린 수정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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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그런 브랜드는 추구하는 상 자체가 확고하고, 견고하면 견고할수록..브랜드 자체의 힘은 커지는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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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그치 독보적인 브랜드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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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제가 이제 고런 부분을 이따가 언어.. 코너 할 때 쪼금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마지막 장면까지 얘기하고 민정이 준비한 본격 공간탐구로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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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본격’까지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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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스스로를 어떤 이미지로 소비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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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마지막 장면은 되게 아이러니의 극치잖아요. 잘 꾸며놓은 다른 방들은 잘 정리해두고, 집주인은 막상 빈방으로 들어가버리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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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새 아파트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빈방으로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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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아휴. 진짜 되게. 리모콘 던지고, 남편 입에다 탈취제 뿌리고, (남편) 노트북에 오렌지주스 붓고… 결국 (빈방에) 들어가는 거. 그 시퀀스가 너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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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미친년같지? 약간… 아니 그니까… 샤워한 다음에 머리를 말리고 가볍게 화장하고…이게 다 어떤 이미지냐면요. 잡지 속에 나오는 그 공간의 주인, 그런 이미지인거에요. 더 이상 자기는 자기가 아닌거에요. 그냥 스스로를 어떤 이미지로 소비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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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빨래 끝!!!하는 그 광고의 한 컷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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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맞어맞어맞어. 딱 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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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난 친절한 금자씨 그런 거 생각났어. 이렇게 나하하하하 하고 웃으면서 립스틱 바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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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흐악. 진짜 미친년같애. 무서워. 근데 진짜 요거를 희곡으로 만들어가지고. 뭔가 어떤 세트장이 상상이 되고. 이 여자의 표정이라든지. 미친 사람같은 표정이라든지. 남편의 진짜.. 노트북에 오렌지 주스를 부으면서 히죽 웃는 소름끼치는 그런 표정들 있잖아. 그런 표정들이 너무 상상이 되면서. 이걸 희곡으로 만들어서 연극같은거 하면 진짜 쩔겠다 그런 생각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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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3
.조사빼고 영어, 명사는 다 외래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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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제가 숙제를 두 가지 내드렸어요. 첫번째 숙제가. 소설 속에 있는 그것처럼 인테리어 잡지의 글 일부를 발췌해오세요. 라는 거였죠. 소설 속에서 작가가 리빙센스에서 한 부분을 발췌해서 수정이 맨날 외고 다니게 하는 그 문구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도 한번 해보자. 민정이랑 소림이 하나씩 준비를 해왔는데. 다 읽기는 조금 긴것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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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짧게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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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간적 특징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툭 튀어나온 기둥의 형태를 거대한 구름으로 형상화해서 공간이 지닌 단점을 희석시키며 중앙의 입체적인 실린더 구조체가 만든 볼륨감있는 구성으로 자연스럽게 고객을 환대하는 밝은 분위기를 이끈다. 이에 유려한 곡선형 벽면으로 감싼 매장 내부는 바닥과 천장라인을 따라 은은한 조명을 설치해 그윽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딱딱한 느낌의 컬러를 사용한 주위 매장과 달리 산뜻한 분홍빛 컬러와 차분한 브라운 컬러로 벽면을 완성해 공간 전체에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감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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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이게 무슨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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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이거는 모자 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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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아, 모자 샵을 누군가 취재해서 공간에 대해서 구구절절 써 내려간 글을 읽어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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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뭔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듣기만 해서는 그려지지가 않는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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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모호한 표현이 되게 많지 않아요? 무슨.. 사랑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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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이걸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인테리어) 잡지라는게 뭐냐면 수요자한테 뭔가 친절하게 ‘이거에 대해서 알려줄게’ 라기보다는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매개를 하는 거거든요. 공간을 만든 사람이면서 공간을 팔아야되는 사람, 이 공간을 광고 해주는 사람, 그리고 공간 얘기를 받아들이는 사람 간의 삼각관계가 있는 거에요. 그니까 글의 본질은 공간을 설명하려는 것보다, 광고를 할려는 것에 가까운 거에요. 그러다보니까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제일 효과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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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언어와 차별화돼서 독특한 언어를 쓰고, 그를 통해서 우월함을 강조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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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하는 말로 이걸 광고하기 쉽지 않거든요? 광고라는 속성을 보면 차별화된 어떤 이미지를 소비를 자극하는 ‘차이’의 이미지를 심어줘야 되는거에요. 그런데 일상적인 언어로 공간을 묘사하고 그런거는 소설에서 할 일이지 광고에서 할 일은 아닌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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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재밌게 느껴졌던 게, 고급화나 우월감을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했잖아요. 여성 잡지에서 주로 많이 쓴다고 하는데(보그병신체같은) 영어나 외래어를 많이 섞거든요. 하얀 벽 이런게 아니고 ‘화이트’한 ‘월’과 이런식으로 말하는거에요 굳이. 그런 걸 통해서 좀 더 다른 문체를 만들어 내고 그게 사람들에게 뭔가 ‘있어보인다’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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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언어에서 목적 따라 선택하는 단어가 다를텐데, 어쨌든 그 단어의 선택으로 위엄이나 명성, 독보적인 상위에 자리를 차지해버리는 느낌인거죠. 어려운 단어를 쓰면서. 듣기에 진짜, 조사빼고 영어, 명사는 다 외래어고, 심지어 그 명사가 화이트 블랙의 수준이 아니라 더 어려운 단어인 경우에는 사전을 찾으면서 공간을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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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읽으면서,
아, 폴 해닝슨의 펜던트? 아 루이스폴센의 판텔라조명?
‘나 이거 가져야겠네’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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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제가 한번 읽어볼 것은 엘르데코입니다. 이 공간은 경리단길에 위치한 한 게스트하우스를 설명하는 글 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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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공간은 폴해닝슨의 구조적인 펜던트와 루이스폴센의 우아한 판텔라 조명, 도원탁 작가가 직접 만든 오브제들, 공간에 생기를 더하는 푸른 식물들,세계 각지에서 모은 에코백 등이 적재적소에 자리잡고 있다. …… “맨해튼의 에이스호텔, 윌리엄스버그의 와인스 호텔은 둘 다 러프한 매력이 있지만 각각 호텔 근처 거리에 분위기에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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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이렇게 말을 하는데 나는 이걸 읽으면서, 나는 아, 폴 해닝슨의 펜던트? 아 루이스폴센의 판텔라조명 나 이거 가져야겠네.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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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맞어 맞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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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아 나 이런 집을 꾸밀려면 이게 꼭 이런 조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얼마지?’ 사실 어떻게 생긴지도 몰라. 이미 이런 형상을 보기도 전에 아 루이스폴센 가져야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되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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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이걸 되게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 글을 접하면 너무 웃기다? 웃기지 않아요? 누가 이런 얘기를 하면 “뭐라고? 너 뭐하는거야지금????”이렇게 말할 것 같은 너무 웃긴 말을 하고 있는거에요. 예를 들면 굳이 영어로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굳이 고유명사로 만들어가지고 무슨. 물론 고유명사인것도 있어. 오브제 같은 단어의 경우에는 오브제라는 단어만의 뉘앙스가 있기 때문에 그런건 이해를 하겠어. 그런데 일부러 어떤 차이나 구매욕을 자극하는 어떤 요소를 마구 집어넣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보면은 어이가 없고 웃긴거에요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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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엘리트클로저 현상이라는 게 있어요. 특수계층이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일반인과 변별되는 언어를 사용하는 걸 말하는거에요. 여기서 어떤 범접할 수 없는 어떤 벽을 느끼는 이유가 사실 여기서 전략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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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헤엑 우잇 똑똑하네..(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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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엘리트들이 자기의 영역을 만들고 자기의 언어들을 만드는거에요. 다가올 수 없게 만드는.. 취하기 힘들지만 ‘뭐 한번 해보시지?’하는 어떤 목표의식 같은걸 던져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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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실제로 근데 그게 어떤 귀족 이런 것도 있지만 직업군에 있어서도 발생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사람이 건축 인테리어 전문가거든. 자신의 공간의 권위든 직업의 권위든 그런걸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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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우리나라에 ‘엘레강스’라는 말이 통용되기 시작한 것도 앙드레 김이 시초잖아요. 계속 맨날 엘레강-스흐하고 화잇-흐한 것이…(나름 성대모사) 그런 게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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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아까 오브제라는 말 표현했지만, 엘레강스는 분명 앙드레김이 우아함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게 있기 때문에 엘레강스라고 했던 때문일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그냥 언어만 남았을 때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는 없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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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그래서 앙드레김이 아닌 다른 사람이 엘레강~쓰 하고 그걸 따라하면 웃겨지는 게 바로 그건 지점인 같아요. 앙드레김이 그걸 했을 때랑 다른 사람이 그걸 따라했을 때랑 엘레강스를 표현하는 지점이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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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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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잡지 언어의 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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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을 되게 호구로 보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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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저는 잡지의 언어를 상업적인 언어로 보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계속할거거든요? 잡지에 대해 생각하다 재밌었던 것이 뭐냐면요. 광고라는 게 티비같은 경우는 움직이는 영상이라든지 소리로 표현되고, 지면에서는 정지된 이미지 속에서 그 기능을 최대화하는 정적인 수사법을 계속 써야되는 거에요. 그런데 이 수사법이 굉장히 많잖아요. 강조법 과장법 은유법 반복법, 되게 많은데. 그 중에서 광고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사법을 은유라고 해요. 뭐냐하면 사람들이 그걸 해석하는 기쁨을 만들어주는거에요. 외연적으로 표현되는게 있고 외연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그 안에 ‘내포’된 의미가 있는거야. 그런 식으로 단계를 다단계로 만들어가지고, (해석하는 기쁨을 만들어 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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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광고같은 경우 기업 이미지 광고를 하잖아요. 물건을 들고 이걸 사세요라고 말하지 않아요. ‘삼성은 가족을 생각하는 기업이다’라는 식으로 겉보기에는 관련없는 것같은 이미지를 통해서 광고까지 이르게 하는거죠. 그런데 건축이라는 걸 보면은 그렇게 돌리고 돌려서 말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되게 직접적이고 어떻게 보면 소비자들을 되게 호구로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삼성이 되게 여러 번 생각하고 되게 안에 깊숙이 있는 것을 건드려야만 사람들의 소비 욕구가 일케일케 증강되는데, 이거는 그냥 깊숙한 것도 아니고 겉에 있는 막 그런거만 건드려도 사람들이 반응하는거야 금방금방. 그런 부분에서, 뭔가 언어가 쫌 더 발달해야 된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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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 아까 민정이 읽어준 부분도 ‘뭔말이야’ 했던 부분이 그런 부분같은데. 그냥 단어들만 둥둥 떠다녀요. 뭔가 깊숙한 어떤 심상이 떠오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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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 : 상업적인 언어는 소통 중에 어떤 목적을 갖냐면, 소비를 촉진하는 목적을 갖잖아요. 인간의 기호와 구매욕을 자극해서 최종 구매 선택까지 이르게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거죠. 고거를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이 잡지가 나에게 뭘 얘기할려고 하는구나 하는 걸 쫌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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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방송 소공녀 : 소설 속 공간 읽어주는 녀자 시즌투_Ep01-1_김이설 [빈집] 중 일부입니다. 방송 청취하시면 더 많은 공간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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