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이 글은 매우 광분한 상태에서 편협해진 개인적 시각으로 남발한 글이니 균형있는 시각을 지향하는 사람 또는 교양있는 사람은 읽지 마시오.
2016.09.27
어쩌다 비빌기지에 발을 들였다. <-이 제목에선 무겁고 슬픈 음악이 깔려야한다.
건축가로서 공공프로젝트를 보아온 경험
건축비는 책정되어있는데 물어보면 운영비는 없고, 민간위탁한댄다.
건물을 먼저 지어놓고 쓸 사람을 구한다.
건축비나 기물 등의 예산은 많은데 인건비는 턱없이 적다.
항상 하드웨어가 우선이고 중요시 되는 것이 정말 이상했다.
비빌기지에 발을 들인 것도 건축계획이 뚜렷이 없는 곳에서 사람과 활동을 중심에 놓고 뭔가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대했다. 정부기관의 계획이 아니라 시민의 활동이 반영된 자체적 계획들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례들이 너무 없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만들어지길 바랬다. 있기는 하나?
비빌기지의 공개 라운드테이블을 거치고 함께 할 활동을 상상하면서 건축계획에 참여했다. 예산은 한정되어있는데 우리의 상상은 예산을 넘어 그 공백을 십시일반, 육체노동으로 떼웠다. 뭐 거기까지는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나는 걍 개인이고, 한 시민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
-내일 아침에 컨테이너가 들어오기로 했는데 밤12시에 중단하라는 전화를 받고,
-현장을 서성이던 낯선 사람들에게 어떻게 오셨냐는 질문을 하자, “위에서 왔다.” “위에서 보내서 왔다.”는 식의 거지 같은 답변을 들었다. 마포구공무원들이었다. 어떻게 저런 답변을 당연하게 내뱉을 수 있는지… 충격 먹었다.
-공사가 중단되고, 다시 진행되고,
-철거 했다가 다시 앉히고…
-이 개고생의 마무리를 축하하는 의미의 오픈식도 조용히 하라는 요청에 우리끼리 조용히
-활동시작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아 푸도국과 협상중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철거공문을 보내오고…
-수도를 연결해주네 마네..
-협상동안에는 대내외적인 공식 활동을 자제하라는 요청에 조심조심하면서 기지개 한번 못 피다가
재협상으로 퇴거명령 중단, 활동 지속 합의를 보았다.
푸도국의 행정체계로는 풀 수 없댄다. 사경과와 함께 해보자. 사경과는 뭔가 좀 다를까? 이제 좀 뭔가 풀리나? 그동안 스트레스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나? 안정된 곳에서 맘놓고 활동을 해보나 싶었다. 아 개뿔. 뭐 변한 건 없는 것 같다. 역시나 안 되는 것 투성이다. (푸도국-푸른도시국, 사경과-사회적경제과)
없으면 만들면 되는 거 아냐? 해외의 좋은 사례들은 다 보고 오면서 왜 여기서는 안 만드는 거야.
조례가 없어서 안 된다. 행정절차가 어쩌구 저쩌구… 아 나는 나름 참았어. 난 행정가가 아니니까 그래서 나름 기다리고 양보도 했다고 생각해.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만나서 조언 구하고 연구하고… 그럼 이 방법은 어때? 안돼! 그럼 저 방법은? 안돼 안돼 안돼….
해외사례를 조사하면서, 한국의 조례들은 시민을 믿지 못하며 시민을 통제의 대상으로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시민활동을 믿고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행정조직들을 보게된다. 얼마전 언론에서 ‘국민 주권’ 언급 없이 국가를 해석한 공무원 교재의 문제를 뉴스로 다룬 것이 생각난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3장이 ‘위대한 대한민국’인데요. 거기에 처음에 말씀드린 ‘국가의 정의’가 나오고, 한 장을 넘기면 바로 ‘개별 집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부분이 나옵니다.” 2016-06-07 JTBC 뉴스 중
뭐 시민활동가도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례를 접하지는 못 했지만, 그렇게 커뮤니티를 이야기 하고 예산을 써대면서 이 정도 활동력을 가진 커뮤니티가 자체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그럼 도와줘야하는거 아닌가?
너희의 정체가 뭐냐? 알 수가 없다.
정체성을 만들 시간은 줬냐? 그럼 너의 정체는 뭐냐? 너는 너의 정체를 설명할 수 있냐? 존재의 이유를 설명해야하다니… 정체는 하는 활동이 쌓이면서 구체화되겠지. 지금까지 비빌기지에서 뭘 했는지 봐라. 보고 이야기 하는거냐? 운영예산지원 하나없이 이 정도 활동이면 훌륭하지 않나?
기득권?
시민활동을 지원하는 조직에서조차 이런 단어를 쓰는 것에 몹시 실망스럽다. 우리에게 뭐가 기득권이었냐? 공개라운드테이블을 거치면서 사람들을 모았다. 입주심사할 꺼리도 안 됐다. 왜?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장소에 누가 들어오냐? 그래도 의지가 생기고 애정이 있는 사람이 남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달려도 공공의 장소에 있는 의무를 하고자 노력했다. 공유공간을 마련하고 공적인 일은 유치하고자 노력했다. 마포지역의 커뮤니티의 활동에는 애정을 보이며 여력이 닿는대로 도왔다. 그런데 자꾸 의무만 이야기하고 지금까지 활동을 지속하게 해달라는 권리는 주장하면 안 되는 거냐?
비빌기지에 있어서 좋은 게 뭐냐?
뭐가 좋냐? 함께 모여 활동하는 것을 지켜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뭐가 좋냐? 뭐 공간을 공짜로 써서 좋을 것 같냐? 누가 공짜로 쓰냐… 석유비축기지부터 비빌기지까지 공적으로 논의되는 것들을 도면으로 그리고, 요구하는 서류작업해서 내놓고. 자꾸 정체를 밝히라는 사람들과 회의하고… 비빌기지에서 활동하고 싶은 사람들과 논의하고 프로그램짜고…. 고장나면 고치고, 문제 생기면 또 회의하고 협상하고… 이런 상황에서 기득권이라니. 난 모르겠네~ 어찌됐든 유지비는 계속 들어가고 있고, 일정 임대료도 내고 있다.
그럼 왜 있냐고? 어쩌다. 나도 걍 내 작업실에서 평화롭게 내 작업하는게 좋다. 그런데 지금까지 실험사례하나 만들자고 함께 형성한 이 커뮤니티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뭔가 하나는 작은 사례라도 남기는게 좋을 것 같아서 힘을 보태고 있어. 오늘 졸라 열받는 회의를 하고 장례식장 갔다가 생각했다. 내일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즐기지 못 하고 열받고 있는 내가 한심했지.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할수 있는 만큼만 하는거겠지.
너네는 공공적인 애들도 아니고 사회적기업도 아닌데 왜 다 여기서 활동을 지속해야하냐?
와 난 이 질문은 정말 대박이라고 생각해. 그걸 누가 결정하냐?
비빌기지에서 일어난 일들이 일부 주체가 다 이끌었다고 생각하냐? 뭘 해도 서로도와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홈페이지 관리, 행사기록, 시설관리, 행사관리, 프로그램기획, 회계업무, 외부접촉회의, 작업장관리, 주방관리, 쓰레기장관리, 회의록작성, 회의주재 등의 실무적인 일들을 처리하고, 커뮤니티에는 꼭 있어야 할 이완을 잘하는 사람, 긴장을 잘 하는 사람, 일을 지르는 사람,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사람, 보조하는 사람…. 누구하나 빠지면 금방 삐걱거릴정도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역할을 정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하나씩 체계가 잡히고 있는 역할들이고 자발적으로 규칙들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커뮤니티의 힘이다. (비빌기지에 있어서 좋은 점은 이런 것들을 확인 할 때)
하나같이 와서 어떤 사람들이 뭐하고 있는지 살펴보는게 아니라 컨테이너 개수가 몇 개냐? 공간면적이 얼마나 되냐? 물어보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이 사람 저 사람 와서 계속 물어본다.
도대체 뭣이 중헌디?
한편에서는 비빌기지에 걸려오는 태클에 시간을 쏟으며 생계일도 했다. 그러면서 힘 닿는대로 공유공간을 개방하면서 관리하고 공적인 일들을 해왔다.
제발 좀 안정적으로 활동할 시간을 주고 이 커뮤니티가 알아서 연구하고 계획을 세우고 공유하며 지속하도록 좀 놔둬라. 관리자 모드로 감나라 배추나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거다. 행정이 아니어도 지역커뮤니티 사람들은 조언을 해오고, 알아서 지역과 함께 할테고 알아서 균형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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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속에 담아두면 병나오. 하고싶은 말은 해야겠소.
‘위에서 왔다’는 공무원에게 민원서류작성해놓고 협상대상인 마포구와 충돌은 안 좋을 것 같아서 참았더니 어찌나 후유증이 오래가던지. 이제 안 참을거다. 성깔부리며 살 거다.
그런데 말입니다… 활동을 지속시켜달라는 말이 뭐 대단한걸 요구하는 것 같지도 않고, 큰 사회적 변혁같지도 않고, 세계평화에 이바지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나는 열받고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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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Anonymous ART of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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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빌기지 홈페이지 http://bibi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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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3 문득 든 생각
-비빌기지는 공유지에 있기 때문에 공과 사의 경계는 라운드테이블 때부터 쭉 뜨거운 주제였다. 현재도 그 논의는 계속 되고 있고, 저마다 그 기준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부딪치기도 한다. 탁상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하면서 조율하는 경험 중. 공유지에 있기 때문에 해야하는 일의 범위. 언제나 공일 수 없고 언제나 사일 수 없는 그 중간 어디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어려운 숙제 중 하나.
-공공프로젝트는 실행기간동안에만 엔젤표정 짓고 빠지면 되는데, 비빌기지에선 일상이니까 한 없이 할 수도 없다. 걍 그때그때 솔직해지기로 노력.
-사경센터는 활동을 지원하는 곳일까? 관리하는 곳일까? 코치하는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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