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은 참 많이 변했습디다… 여기까지 온 김에 산책 겸 청운동 지인의 가게로 향했습니다.
‘청와대를 가로질러 가야지’
청와대 산책이라니 좀 안 어울립니다. 그도 그럴것이 감시자의 시선이 너무 많아서요.
청와대앞을 많이 왔다갔다 했었는데 흡사 북한사진에 나오는 공간처럼 이상한 분수대와 조형물… 아주아주 이상해요.
사람은 별로 없고 완벽하게 통제되는 권위적인 공간의 보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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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앞에는 편한 츄리닝 복장의 중동지역에서 오신 것 같은 아저씨가 걷고 있었습니다. 마치 운동하듯이 걷는 그 분은 길이 꺽어질 때마다 계속 검문을 받아야했습니다. 나는 예쁘고 착하게 생겨서 아무도 잡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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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가 꽂혀있는 것이 경비초소인데 청와대 경비초소는 국내 유일 모델입니다. 청와대니까! 그래서 사진을 찍었죠. 찰칵~!
갑자기 삑~~~~~~!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많은 주변 감시자들 모두 저에게 주목!하고 있더군요. ㅡ.ㅡ
사진찍지 말라고 경비서던 분이 이야기 하시고, 100M 전방 사복경찰도 이야기 하길래 나름 살인미소 날려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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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기 더 가면 포토존이 있으니 거기서 찍으라고 하시네요.
“저… 포토존이 어딘가요?”
“저기요”
“아.. 여기요?”
“이 안쪽에서 찍으시면 됩니다.”
청테이프 붙여 놓은 선 뒤쪽에서 찍어야 합니다. 동그라미 그려져 있는 곳이 포토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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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드레일 앞에 검은 땡땡이 쭉 붙여 있는 건 뭐죠?”
원래 포토존은 가드레일 경계 안에서 찍도록 되어있었는데 테러방지 차원에서 좀 더 뒤로 밀었다네요. 청테이프 안쪽으로요.
음.. 한 2-3M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카메라 줌렌즈의 발달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뭔가 첨단무기들의 사정거리 기준으로 정해진 걸까? 알 수 없습니다. 당장 그 현장에선 얼마나 웃기고 재밌었는지.. 혼자서. ㅡ.ㅡ
이젠 길에 붙어있는 청테이프만 봐도 피식~
포토존 안쪽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경비초소가 참 낯설었습니다. 대부분의 경비초소들은 밖에서 감시자를 볼 수 없고, 감시자만이 밖을 볼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여기는 사방이 다 뚫려있어서, 안과 밖에서 서로서로 파악이 가능한 형식입니다.
청와대라 그런지 파란색바탕에 금색 무궁화가 인상적입니다. 지붕 끝에 금색 봉오리는 뭔가 동남아 조형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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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떤 사람이 ‘바리케이트!’ 큰 소리로 외치자
어디선가 사람들이 뛰어나와 청와대 앞의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차 한대가 들어갔습니다.
빛의 속도로! (엇, 최순실씨?)
그리고 다시 바리케이트는 제자리에 놓였습니다. 정말정말 빠릅니다.
정면에 노랑까망 줄무늬로 3개 놓인 것이 바리케이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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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호루라기로 주목을 받고 난 뒤에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저 경비초소 찍어도 되나요?”
“안되는데요”
“저기 포토존 근처에 있는 경비초소는 찍었는데요”
“그럼 됐지 왜 또 찍으세요”
“아. 얘는 위에 신호동이 달렸어요”
그래서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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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들의 시선을 벗어나니 한결 마음이 편했습니다. 뭐라하지 않아도 그들이 보고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뭔가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또 갑자기 훅 가서 이중슬릿실험이 생각났습니다. 재밌는 물리학만화 이중슬릿실험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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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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