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다방, 입정동

 

을지다방 출입구를 찾아보시오.

 

계단에 있는 이 작은 창으로 카운터에 앉아있어도 손님이 오는지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2021년 10월 8일 을지다방 11:48

지인이 을지로에 사무실을 열었다. 친구개업선물로 해잉화분을 들고 오랫만에 을지다방에 들러볼 생각으로 2시간 정도 일찍 을지로로 왔다. 사장님 말고 주방편에 한 분이 더 계셨다. 사장님은 내 손에 든 화분을 적극적으로 받아 적절한 곳에 걸어주신다. 적극적으로 친절하시다. 점심시간 중이라 그런가  세 테이블정도 이미 사람들이 와있고, 손님들은 연령대가 3~40대. 젊다. 젊은 거다.

 

보스의 자리. 카운터

“이거 포스기, 옛날엔 다 이거 썼는데”

POS(Point of Sales, 판매시점 정보관리)를 담당하는 기기. 보통 ‘포스기’라고 말하는 것은 어디 있을까? 

(남영역 한아름 커피숍 http://jinzaspace.com/archives/8491 을 보면 답과 사용법이 있소.)

 

거의 모든 좌석에서 시청이 가능한 TV의 위치

 

남자 셋 테이블에서 들리는 소리

“할머니 따라 갔던 다방생각 난다. 옛날에 할머니가 처녀 때 증권회사 다녔어.”
“여의도에 변하지 않은 곳이 의외로 많아요.”

그리고, 조용히 혼자 앉아 소심하게 사진찍고 있는 여인.

 

 

보통 다방들은 테이블 사이에 시선을 가려주는 파티션이 있는데 을지다방은 11개의 테이블이 한 눈에 다 보인다. 음악은 없다. 주방카운터 언니의 흥얼거리는 노래소리가 웅얼웅얼 들린다.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겠다. 사장님은 역시 카운터에 앉아 뭔가 주문을 하고, 카톡 소리가 드문드문 들린다. 남자 세 명인 테이블과 남녀테이블에서 주로 대화소리가 들리고 나와 홀로 온 여자 손님은 아무말 없다.

 

 

2018년에 왔을 때는 군데군데 사진찍기 금지라는 글씨가 붙어있었다. 레트로가 유행이라서인지 손님이 있건 없건 “옷 갈아입고 화장하고 사진찍는 애들 때문에…“ 차 마시러온 다른 손님들을 위한 사장님의 조치였다. 사장님과 이야기를 좀 해볼까 했는데 역시 역시 10시에는 왔어야 했다. 다음 기회를 노릴 수 밖에 없는가…. 변한 건 없다. 단지 아이돌들이 다녀갔는지 아이돌의 사인과 사진들이 액자에 놓여져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지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쌍화차 먹는 법 계란 먹는 법 등을 이야기해주신다. 적극적으로 친절하시다. 그냥 현재 이 장면만 봐도 방문객들의 부류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신문은 읽으시나보다.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신문을 읽어야한다. 손님들과 대화를 하려면 신문을 읽어야한다고.

 

 

12시 13분

갑자기 60대가 넘는 중년 5인이 웅성웅성 들어왔다. 젊은 남자 3인이 뒤이어 들어왔다. 근처 회사직원들끼리 방문한 듯 모두 목에 전자키를 걸고 5인 등장. 뒤이어 또 60대 넘는 3인. 웅성웅성…. 다들 점심을 먹고 차 한 잔 마시러 온. 호황기다. 쌍화차는 인기 메뉴인 듯.

 

(들리는 소리) “대학교 초반 때 먹어보고 처음 먹어보는데.”

 

커피잔은 따듯해야한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시켜주심.

 

깨진 유리창에 이렇게 스티커 붙이는 거 낯설지가 않다.

내가 어릴 때 직접 본 것인지 영화나 TV에서 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쟁반 위에 음료를 담은 찻잔을 놓고, 받침은 겹겹이 포개어놓는다. 티스푼은 쟁반 한켠에 모아간다. 손님테이블로 다가가 한 손은 쟁반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받침 위에 찾잔을 올리고 티스푼도 옆에 얹어서 받침째들 손님 앞에 놓는다. 손님 수대로 반복. 들고 가다가 흘려도 바로 수습이 가능하다. 그런데 찻잔이 새 거다. 옛날 잔이 아니다. 아숩아숩…

….

“라면 먹으러 오세요. 11시까지.”
문은 6시부터 여신다니까 아침 일찍 와도 되겠다.

을지사장님이 기념으로 테이블 하나를 꾸며놓을 정도면 꽤 유명한 아이돌이 왔나보다 했는데 뒤늦게 살펴보니 무려 BTS!

“BTS 만지기도 하셨죠?” “완전부러운데요.”
“나 이사가면 또 오라고 해야지.” (언니는 자랑쟁이야!)
“이사가요?”
“재개발 된다잖아.”

….

“우리 가게가 유명해서 방탄이 온 건데 방탄이 와서 유명해진줄 알아….” (예, 맞습니다.)

 

어떤 손님이 여기 이렇게 써놓고 보여줬다는데 그대로 놔두심.

웃기고 재밌다면서 보여주셨다. 사장님과 통하는 구석이 있는 단어인듯.

 

화분을 들고 나가려는데 마지막까지 하나하나 챙기신다.

“(화분) 보관 잘 됐어요?”

“아! 네 고맙습니다.”

 

‘언니’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연륜과 대범함이 느껴지는 다방 사장님들. 내가 다방 리서치를 하면서 사진 찍는 것을 반대했던 사장님은 서울에 한 명, 광주에 한명. 두 명뿐.

 

 

사진들은 2018년 겨울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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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Jinza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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